여행지를 선택하는 방법

by 생각의정원


연차를 냈다. 금요일과 월요일. 4일간의 휴가였다. 목요일 저녁, 팀장이 "어디 가요?"라고 물었다. "아직 안 정했어요." "벌써 내일인데?" "네, 그냥 떠나볼까 해서요."


집에 돌아와 노트북을 켰다. 검색창에 커서가 깜빡였다. 무엇을 검색해야 할까.


"국내 여행지 추천"이라고 쳤다. 엔터를 눌렀다. 수많은 결과가 나왔다. 블로그, 기사, 인스타그램. "꼭 가봐야 할", "인생샷 명소", "핫플레이스". 스크롤을 내렸다. 올렸다. 다시 내렸다.


모두 비슷해 보였다. 아름다운 사진들, 열정적인 후기들. 하지만 와닿지 않았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검색창을 지웠다. 다시 생각했다.


나는 왜 여행을 가고 싶은가.


쉬고 싶어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새로운 것을 보고 싶어서. 아니,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그냥 어딘가 다른 곳에 있고 싶었다.


그렇다면 어떤 곳이어야 하는가.


사람이 많은 곳은 싫었다. 줄 서서 기다리고, 사진 찍으려고 차례를 기다리고, 식당마다 대기 인원이 있는 곳. 그런 곳은 일상과 다르지 않았다.


유명한 곳도 별로였다. SNS에서 본 그대로인 풍경. 다들 똑같은 각도에서 찍은 사진. 거기 갔다 왔다는 증명 같은 것.


그렇다면 무엇을 원하는가.


조용한 곳. 천천히 걸을 수 있는 곳. 아무 계획 없이 돌아다녀도 괜찮은 곳. 혼자 앉아 커피를 마셔도 이상하지 않은 곳.


지도를 열었다. 한국 지도. 줌을 조정했다. 서울에서 벗어났다.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시선이 머물렀다. 전라남도 어딘가.


무작위로 클릭했다. 작은 도시가 보였다. 이름을 읽었다.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었다. 좋았다.


스트리트 뷰로 들어가 봤다. 좁은 골목, 낮은 건물들, 한적한 거리. 사람이 별로 없었다. 카페 하나, 서점 하나, 작은 시장.


여기다.


이유는 없었다. 그냥 느낌이었다. 이곳에서는 천천히 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을 것 같았다. 그냥 있어도 될 것 같았다.


숙소를 검색했다. 큰 호텔은 없었다. 게스트하우스 몇 개, 작은 민박 몇 개. 그중 하나를 골랐다. 사진이 별로 없는 곳. 리뷰도 많지 않은 곳. "조용해요", "주인분이 친절해요", "푹 쉬다 갔어요". 예약했다.


교통편을 찾았다. 기차로 세 시간 반. 거기서 버스로 한 시간. 복잡했지만 괜찮았다. 가는 과정도 여행이니까.


무엇을 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검색해보니 유명한 관광지 같은 건 없었다. 절 하나, 해변 하나, 작은 공원. 그거면 충분했다.


노트북을 닫았다. 가방을 챙겼다. 옷 몇 벌, 책 한 권, 노트, 필기구. 카메라는 가져가지 않기로 했다.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풍경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걸 알았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봤다. 내일 아침 여덟시 기차였다. 설렜다.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었다.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내일 여행 간다." "어디?" "전라남도 어딘가." "어딘가?" "응, 작은 도시. 이름은 나중에 알려줄게." "왜?" "그냥."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친구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괜찮았다. 나도 정확히 설명할 수 없었으니까.


여행지를 고르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유명한 곳을 가는 사람, 친구 추천을 받는 사람,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사람. 모두 옳은 방법이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 방법이 맞았다. 지도를 보고, 무작위로 클릭하고, 느낌으로 정하는 것.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것. 기대하지 않는 것.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하지 않는다. 계획이 없으면 계획이 틀어질 일도 없다. 그냥 가서, 보고, 걷고, 앉아 있으면 된다.


내일 그곳에서 무엇을 할지 몰랐다. 날씨가 좋을지, 사람들이 친절할지, 맛있는 식당이 있을지. 모두 몰랐다.


하지만 그게 좋았다. 모르는 것. 예상할 수 없는 것. 통제할 수 없는 것.


잠이 왔다. 일찍 일어나야 했다. 눈을 감았다.


꿈을 꿨다. 작은 도시의 골목을 걷고 있었다. 바람이 불었다. 바다 냄새가 났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무도 없었다. 창가에 앉았다. 커피를 마셨다. 밖을 봤다.


좋은 꿈이었다.


아침이 되면 알람이 울릴 것이다. 일어날 것이다.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설 것이다. 기차를 탈 것이다. 창밖을 볼 것이다. 풍경이 지나갈 것이다.


그리고 도착할 것이다. 어딘가에.


그렇게 우리는 떠난다. 이유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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