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열시에 눈을 떴다. 알람은 설정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깬 아침이었다.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화면을 켜자 알림이 쌓여 있었다. 카톡 열다섯 개, 이메일 일곱 개, SNS 알림 스물세 개. 확인하기 시작했다. 단체 채팅방, 누군가의 브런치 사진, 누군가의 운동 인증. 스크롤을 내렸다 올렸다를 반복했다.
십오 분이 지났다.
문득 멈췄다.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이게 쉬는 건가. 눈은 피곤했고 마음은 더 불편했다. 남들은 저렇게 사는데 나는 뭐 하나 싶었다.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침대에서 일어나 세수를 하고 거울을 봤다. 충분히 잤는데도 피곤한 얼굴이 나를 보고 있었다.
커피를 내렸다. 핸드리퍼에 원두를 갈아 넣고 천천히 물을 부었다. 커피가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부엌을 채웠다. 좋은 소리였다. 이런 소리를 평소에는 듣지 못했다.
커피를 마시며 결정했다. 오늘은 핸드폰을 멀리하기로. 완전히 끄지는 않았다. 급한 전화가 올 수도 있으니까. 대신 서랍에 넣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
손이 계속 핸드폰을 찾았다. 주머니를 더듬고 테이블을 봤다.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상한 일이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핸드폰 없이 살았는데.
산책을 나가기로 했다.
운동화를 신고 가벼운 재킷을 입었다. 문을 나서자 11월의 공기가 차갑고 맑았다. 동네를 천천히 걸었다. 목적지는 없었다. 평소에는 어딘가 가야 할 곳이 있어서 빨리 걸었지만 오늘은 달랐다.
주변을 봤다. 늘 지나다니던 길이었지만 처음 보는 것들이 많았다. 작은 카페, 꽃집, 빵집. 언제 생긴 거지. 항상 있었을 것이다. 나만 못 봤을 뿐.
공원에 도착했다. 벤치에 앉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냥 앉아 있었다. 나무를 봤다. 바람이 불 때마다 잎이 한두 장씩 떨어졌다. 천천히 떨어져서 땅에 닿았다. 아름다웠다.
새 소리가 들렸다. 어떤 새인지는 몰랐지만 그 울음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멀리서 아이들이 노는 소리도. 핸드폰이 없으니까 들렸다. 평소에는 몰랐던 소리들.
삼십 분쯤 앉아 있었을까. 특별한 일은 없었다. 그냥 앉아서 바람을 느끼고 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이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집 근처 헬스장을 지나갔다. 일주일 전에 등록했던 곳. 한 번도 가지 않았다. "바빠서", "피곤해서", "다음에"라는 핑계로.
멈췄다. 쉰다는 게 뭘까. 침대에 누워 핸드폰 보는 게 쉬는 건가. 아니면.
들어갔다.
런닝머신에 올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뛰지 않았다. 그냥 걸었다. 땀이 났다. 숨이 찼다. 힘들었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몸이 살아있다는 느낌. 오랜만이었다.
이십 분 걸었다. 충분했다. 더 하고 싶었지만 멈췄다. 내일도 올 거니까.
샤워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후 두시였다. 점심을 먹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배가 고팠다.
간단하게 계란 프라이와 김치, 밥을 먹었다. 혼자 먹는 밥이었지만 맛있었다. 천천히 씹었다. 서두르지 않았다. 설거지를 하며 물 흐르는 소리를 들었다. 그릇이 깨끗해지는 과정이 나쁘지 않았다.
소파에 앉아 책을 펼쳤다. 한 달 전에 사서 읽다 만 책. 어디까지 읽었는지 기억나지 않아서 아무 페이지나 펼쳤다. 읽었다. 한 시간쯤 읽었을까. 졸렸다. 책을 덮고 소파에 누웠다. 담요를 덮었다.
낮잠. 오랜만이었다. 죄책감 없이 자는 낮잠.
깼을 때 오후 다섯시였다. 해가 지고 있었다. 창밖이 주황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평소에는 못 봤던 시간.
일어나서 물을 마셨다. 몸이 가벼웠고 머리가 맑았다. 동네 국밥집에서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밤 일곱시. 일요일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핸드폰을 꺼냈다. 서랍에서. 알림이 여전히 쌓여 있었다. 확인하지 않았다. 중요한 게 없다는 걸 알았다. 내일 확인해도 늦지 않았다.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피곤했지만 개운한 피곤함이었다.
오늘 뭘 했지. 산책하고, 운동하고, 책 읽고, 낮잠 자고, 밥 먹고.
별거 안 했다. 아무것도 성취하지 않았다. SNS에 올릴 만한 것도 없었다. 하지만 잘 쉬었다. 진짜로. 나답게.
핸드폰을 멀리하고, 걷고, 몸을 움직이고, 조용히 있고, 천천히 먹고, 잠자는 것. 그게 나에게 맞는 휴식이었다.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어떤 사람은 친구들과 떠들며 쉬고, 어떤 사람은 영화 보며 쉬고, 어떤 사람은 게임하며 쉰다. 모두 맞다. 자기에게 맞으면.
나에게는 이게 맞았다. 조용히, 천천히, 혼자.
눈을 감았다. 잠이 왔다. 깊은 잠.
내일은 월요일이다. 출근해야 한다. 하지만 괜찮았다. 오늘 잘 쉬었으니까.
그렇게 우리는 채운다. 비웠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