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사무실의 내 책상은 창가 자리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위치지만, 나는 이 자리를 꽤 좋아한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다만 가끔 일이 손에 안 들어올 때, 창밖의 구름을 바라보는 것이 좋아서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오전 회의는 별로였다. 부장님이 같은 얘기를 세 번 반복했고, 옆자리 이과장은 자신이 이미 제안했던 안건을 마치 자신의 아이디어인 양 말했다. 회의실의 형광등은 여전히 너무 밝았고, 에어컨은 너무 차가웠다. 나는 그저 말없이 노트에 낙서를 하고 있었다.
회의가 끝나고 자리로 돌아온 나는 창밖을 봤다. 하늘은 흐렸다. 회색빛이 도시 전체를 덮고 있었다. 보통 날이라면 우울할 법도 했지만, 오늘은 그 회색이 마음에 들었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마치 누군가 나를 이해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같은 층에는 대략 80명 정도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모두 선의의 사람들이다. 적어도 남을 해치려고 일부러 노력하는 사람은 없다. 그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할 뿐이다. 누군가는 정말 그 일을 사랑하고, 누군가는 그저 생계를 위해 반복되는 업무를 수행한다. 모두 가능한 범위 내에서 행복하려고 노력한다.
나는 점심을 혼자 먹는 것을 가끔 선호한다.
지하 1층 편의점에서 주먹밥과 생수를 사서 자리에 앉아 먹는다.
누구도 방해하지 않고, 나도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다.
그곳은 나만의 작은 세계다. 때로 그 세계는 좁지만 안전했다.
하지만 누군가가 자연스럽게 "같이 먹을래?"라고 물어보는 날들 말이다.
그날따라 기분이 좋으면 "좋아"라고 대답한다. 그럼 우리는 근처 식당으로 간다.
누군가와 식사를 하면 대화를 나눈다. 날씨 얘기, 최근 프로젝트 얘기, 가족 얘기. 그런 대화들이 항상 무거운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한 번 웃음이 나오는 순간이 있고, 누군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순간들이 있다. 그럴 땐 내 안의 무언가가 조금 채워지는 기분이 든다. 혼자 있고 싶은 날도 있지만,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은 날도 있다는 것. 그것은 건강한 일 같다.
주먹밥을 혼자 먹으며 창밖을 보는 날도 좋고, 옆자리에 누군가 앉아 한두 마디 나누는 날도 좋다. 그 모든 것이 회사라는 거대한 기계 속에서 나를 인간으로 남게 해주는 것들이다.
오후 2시쯤, 프로젝트 담당자가 갑자기 요구사항을 바꿨다. 완성되어가던 계획안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다. 나는 한숨을 쉬었지만, 분노하지는 않았다. 이미 알고 있던 일이기 때문이다. 회사라는 곳은 원래 그렇다. 계획은 항상 불완전하고, 요구사항은 항상 변한다. 마치 파도처럼 일이 밀려온다. 너는 그냥 거기 서 있고, 파도가 올 때마다 맞아들인다.
퇴근 무렵, 나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같은 팀의 신입사원 김군이 옆에 서 있었다. 그는 요즘 많이 피곤해 보인다. 무언가 말하고 싶은 표정이었지만, 입을 열지는 않았다.
"힘든가?" 내가 물었다.
"네, 좀."
우리는 그렇게만 대화했다.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고, 우리는 나란히 탔다.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았다. 필요 없었다. 같은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서로를 이해한다. 이것도 일종의 관계인 것 같다.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나는 창밖을 봤다. 저녁 햇빛이 건물들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었다. 하루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내일도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일을 할 것이다. 그것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일과란 그런 것이다. 큰 변화를 기대하지 않으면 오히려 평온함이 보인다.
회사는 거대한 기계다. 하지만 그 기계 속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때로는 톱니바퀴 같이 보이지만, 어쩌면 우리가 회사를 움직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작은 움직임들의 합이 모여서 뭔가를 만든다. 대단하지는 않지만, 그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내일 아침, 나는 또 같은 자리에서 눈을 뜨고, 같은 모니터를 켜고, 같은 동료들을 마주할 것이다. 그리고 언제처럼, 창밖을 한 번쯤은 바라볼 것이다. 그곳에 무엇이 있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