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역의 계단

by 생각의정원


그 역의 계단은 조금 낡았다. 가운데 부분이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반들반들하게 닳아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계단을 오르고 내렸을까. 수천 번? 수만 번? 세어본 적은 없지만, 충분히 오래됐다는 것만은 알 수 있다.


어제 아침, 계단 위에서 한 여자가 넘어졌다. 그리 크게 넘어지지는 않았다. 손으로 재빨리 잡아서였다. 하지만 그녀는 한동안 계단에 앉아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지나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했다. 하지만 한 남자가 멈췄다.


"괜찮으세요?" 그가 물었다.


"네, 괜찮습니다. 발이 헛디뎠어요." 그녀가 대답했다.


그들은 그렇게 몇 초 동안 그 계단에서 마주했다. 그리고 각자의 길을 갔다. 남자는 계속 올라갔고, 여자는 다시 앉아있었다. 아마 그 이후에 천천히 올라갔을 것이다. 혹은 다시 내려가서 다른 길을 택했을지도 모른다. 아무도 알 수 없다.


역의 플랫폼에는 항상 누군가가 대기하고 있다. 벤치에 앉아있거나, 벽에 기대고 있거나, 혹은 아무 생각 없이 서 있거나. 모두 다음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그들이 어디로 가는지는 알 수 없다. 회사? 학교? 병원? 누군가는 서로를 인식하고, 누군가는 완전히 무시한다. 하지만 모두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있다.


지하철이 도착했다.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탄다. 한 노인이 자리를 찾고 있었다. 청년들 중 누군가 자신의 자리를 일으켜 준다. 노인은 "고마워"라고 중얼거리며 앉는다. 청년은 다시 서 있다. 이것은 매일 반복되는 일이다. 특별하지도 않고, 누군가가 기억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계속 일어난다.


창밖으로 검은 터널이 흐른다. 기차는 질주한다. 객실 안의 사람들은 각자의 세계에 몰두해 있다. 누군가는 휴대폰을 보고, 누군가는 눈을 감고 있고, 누군가는 멍하니 창밖을 보고 있다. 그들은 모두 같은 열차를 타고 있지만, 서로 다른 생각 속에 있다.


한 여자가 휴대폰을 떨어뜨렸다. 옆에 있던 남자가 줍는다. 여자는 감사의 인사를 한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간다. 이것도 매일 일어나는 일이다. 아주 짧은 인간관계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확실히 연결되어 있다.


역에 도착하고, 사람들이 내린다. 그들은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흩어진다. 그 계단을 다시 내려간다. 반들반들하게 닳아있는 그 계단을 말이다.


누군가의 발이 이 계단을 밟으면서 조금씩 닳아간다. 그것은 파괴가 아니라, 역사다. 이 계단은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견디고 있다. 아무도 감사하지 않지만, 묵묵히 그 일을 한다.


내일 아침, 또 다른 사람들이 이 역에 도착할 것이다. 같은 시간에, 같은 계단을 오를 것이다.

혹시 어제 넘어진 그 여자도 올까?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누군가는 계속 이 계단을 지나갈 것이다.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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