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대부분 온라인으로 책을 산다. 바쁘니까. 퇴근하고 서점에 들를 시간이 없으니까. 핸드폰으로 검색하고, 클릭하고, 결제한다. 이틀 후면 집 앞에 책이 도착해 있다.
편하다. 빠르다. 하지만 뭔가 아쉽다.
가끔, 정말 가끔 시간이 날 때면 서점에 간다. 광화문이나 강남 쪽 큰 서점. 주말 오후쯤. 사람들이 많지만, 조용하다. 서점은 이상하게 사람들을 조용하게 만든다.
나는 책을 고를 때 신중하지 않다. 리뷰를 읽지도 않고, 목차를 꼼꼼히 보지도 않는다. 그냥 첫 느낌. 표지를 보고, 제목을 보고, 첫 페이지를 펼쳐본다. 그게 전부다.
누군가는 비효율적이라고 할 것이다.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맞는 말이다. 실제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집에 가져와서 읽다가 중간에 덮는 책들.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첫 느낌으로 고른 책이 때로는 예상치 못한 선물이 되기도 하니까.
서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맡아지는 건 공기다. 종이 냄새와 잉크 냄새. 새 책 특유의 그 냄새. 나는 그 냄새가 좋다. 카페의 커피 향처럼, 서점의 책 냄새는 뭔가 안심이 되는 구석이 있다.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책을 고른다. 어떤 사람은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순위를 확인한다. 어떤 사람은 핸드폰으로 리뷰를 검색한다. 어떤 사람은 한참을 서서 책을 읽는다.
나는 그냥 걷는다. 문학 코너, 인문 코너, 에세이 코너. 특별히 찾는 책이 있는 건 아니다. 그냥 눈에 들어오는 걸 기다린다.
책장 사이를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시선이 멈춘다. 특정한 책 한 권. 왜 그 책인지 설명할 수 없다. 표지 색깔일 수도 있고, 제목의 어감일 수도 있고, 그냥 느낌일 수도 있다.
나는 그 책을 꺼낸다. 뒤표지를 본다. 간단한 소개글을 읽는다. 그리고 첫 페이지를 펼친다. 첫 문장을 읽는다.
그 첫 문장이 마음에 들면 산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도로 꽂는다. 그게 내 방식이다.
온라인 서점도 나쁘지 않다. 추천 알고리즘이 제법 정확하다. 내가 읽은 책들을 바탕으로 비슷한 책들을 보여준다. 때로는 내가 찾지 못했을 책을 발견하기도 한다.
하지만 온라인에는 없는 게 있다. 우연.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는 우연이 개입한다. 찾지 않던 책과 마주친다. 전혀 관심 없던 분야의 책이 눈에 들어온다. 옆 사람이 집어 든 책이 궁금해진다.
그 우연이 때로는 중요하다. 내가 몰랐던 세계로 이끌어주니까.
작년 가을, 서점에서 우연히 손에 든 책이 있었다. 북유럽 건축에 관한 책이었다. 나는 건축에 관심이 없었다. 그냥 표지가 예뻐서 집어 든 것뿐이었다.
첫 페이지를 펼쳤다. 핀란드 헬싱키의 도서관 사진이 있었다. 햇살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고, 사람들이 조용히 책을 읽고 있었다. 그 사진 아래 짧은 글이 있었다.
"공간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나는 그 책을 샀다. 그리고 집에 와서 단숨에 읽었다. 건축에 대해 몰랐지만, 이해할 수 있었다. 좋은 공간이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것. 그건 건축뿐만 아니라 모든 것에 적용되는 말이었다.
그 책은 내가 의도적으로 찾았다면 절대 만나지 못했을 책이었다.
책을 고르는 건 어쩌면 사람을 만나는 것과 비슷하다. 첫인상이 전부는 아니지만, 중요하다. 그리고 때로는 첫인상이 틀릴 때도 있다. 하지만 그게 나쁜 건 아니다. 틀려도 배우는 게 있으니까.
요즘은 바빠서 서점에 자주 못 간다. 대신 퇴근길 지하철에서 핸드폰으로 책을 검색한다. 스크롤을 내리다가, 어떤 책이 눈에 들어온다. 표지를 본다. 제목을 본다. 미리보기로 첫 페이지를 읽는다.
그리고 장바구니에 담는다. 결제한다.
온라인이라도 방식은 비슷하다. 첫 느낌. 그게 여전히 내 기준이다.
하지만 가끔은, 정말 가끔은 서점에 가고 싶다. 그 공기를 맡고 싶다. 책장 사이를 걷고 싶다. 우연히 책을 발견하고 싶다.
그 순간들이 그립다. 바쁘다는 핑계로 놓치고 있는 것들. 언젠가 다시 그 시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나는 핸드폰을 든다. 온라인 서점을 연다. 새로 나온 책들을 본다. 어떤 책이 눈에 들어온다. 표지가 마음에 든다. 제목도 괜찮다.
첫 페이지를 읽는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 않다."
좋다. 이 책을 읽어야겠다.
나는 결제 버튼을 누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