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가치있게 쓰는 방법

by 생각의정원

주말 아침 아홉 시, 나는 커피를 내리면서 문득 생각했다.

우리는 하루에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는 걸까. 수천 개, 어쩌면 수만 개의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그런데 그중 얼마나 많은 생각이 실제로 가치 있는 형태로 남는 걸까.


커피 향이 부엌에 퍼지는 동안, 나는 책상 서랍 속 낡은 노트를 꺼냈다. 2년 전 적어둔 생각들이 거기 있었다. 당시엔 별것 아닌 것 같았던 그 문장들이 지금 읽으니 놀라울 정도로 선명하게 다가왔다.

"비 오는 날의 서점은 왜 더 포근할까." 이런 단순한 질문 하나가 결국 내 글의 첫 장면이 되었다.


생각이라는 건 날숨과 비슷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들숨을 쉬고 날숨을 내쉬듯, 우리는 끊임없이 생각을 만들어내고 흘려보낸다. 문제는 대부분의 생각이 그냥 공기 중으로 사라진다는 것이다. 아까운 일이다. 지난주 지하철에서 본 풍경이 떠올랐다. 한 중학생이 스마트폰 메모장에 뭔가를 열심히 적고 있었다. 얼굴에 묘한 진지함이 있었다. 나중에 그게 랩 가사였는지, 일기였는지, 아니면 짝사랑하는 아이에게 보낼 메시지 초안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붙잡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항상 핸드폰 메모장을 켜둔다. 예전엔 수첩을 들고 다녔지만 요즘은 핸드폰이 더 편하다. 언제 어디서든 생각이 떠오르면 바로 적을 수 있다. 형식 같은 건 신경 쓰지 않는다. 단어 하나일 때도 있고, 긴 문장일 때도 있다. 햇빛이 커피 잔에 반사되는 각도, 엄마가 웃을 때 눈가 주름, 새벽 네 시의 고요함은 저녁 열한 시의 고요함과 다르다는 것, 이런 식이다. 중요한 건 즉시 적는 것이다. '나중에 적어야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 생각은 이미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모든 생각을 다 적을 필요는 없다. 어떤 생각들은 머릿속에서 충분히 숙성되어야 한다. 마치 김치처럼. 처음 담근 김치는 아직 김치가 아니지않은가. 시간이 지나야 발효되고, 깊은 맛이 난다. 나는 가끔 산책을 한다. 아무것도 들고 가지 않는다. 이어폰도 끼지 않는다. 그냥 걷는다. 한강변을 따라, 혹은 동네 뒷골목을 따라. 이때 떠오르는 생각들은 적지 않는다. 그냥 생각하도록 내버려둔다. 발효되도록. 며칠 후, 혹은 몇 주 후, 그 생각이 다시 떠오르면 그때 적는다. 그때 적은 생각들은 묘하게 더 단단하다. 시간이라는 필터를 통과한 생각들이기 때문이다.


좋은 대화는 생각을 가치 있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 친구를 만난다. 우리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대신 차를 마신다. 그리고 이야기한다. "요즘 뭐 생각해?"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처음엔 어색하다. 날씨 얘기, 일 얘기를 하다가 점점 깊어진다. 내가 막연하게 생각하던 것들이 말로 나오면서 구체화된다. 친구가 반응하고, 질문하고, 자기 생각을 보탠다. 그러면 내 생각은 혼자 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발전한다. 대화는 생각의 거울이자 연마기다.


결국 생각을 가장 가치 있게 만드는 건 글쓰기다. 메모는 생각을 붙잡는 것이고, 숙성은 생각을 익히는 것이고, 대화는 생각을 다듬는 것이라면, 글쓰기는 생각을 완성하는 것이다. 글을 쓸 때 나는 항상 놀란다. 머릿속에 있을 때는 완벽해 보이던 생각이 글로 쓰려면 얼마나 많은 구멍이 있는지. 논리의 비약, 모호한 표현, 불분명한 연결고리. 글을 쓰면서 이 모든 것을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 글쓰기는 힘들다. 하지만 바로 그 힘듦 때문에 가치가 있다. 글로 쓰인 생각은 더 이상 막연한 느낌이 아니다. 명확한 형태를 가진 존재가 된다.


요즘 나는 매일 저녁 한 가지 의식을 한다.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 "오늘 가장 인상 깊었던 생각"을 머릿속으로 떠올린다. 한 줄이면 충분하다. 때로는 질문이고, 때로는 관찰이고, 때로는 깨달음이다. 왜 비 오는 날엔 옛날 생각이 더 많이 날까, 엄마의 손은 언제부터 이렇게 주름이 많아졌을까, 행복은 찾는 게 아니라 알아차리는 것일지도, 이런 것들. 이 생각들이 쌓인다. 한 달이 지나면 서른 개의 생각이 된다. 일 년이면 삼백육십오 개. 이것들이 모여 나라는 사람을 만든다.


생각을 가치 있게 쓴다는 건 거창한 일이 아니다. 특별한 재능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냥 자신의 생각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면 충분하다. 커피가 다 식었다. 나는 마지막 한 모금을 마시고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침에 떠올랐던 그 질문이 이제 글이 되었다. 생각이 말이 되고, 말이 문장이 되고, 문장이 이야기가 되었다.


당신의 생각도 이렇게 될 수 있다.

오늘 당신이 떠올린 그 사소한 생각, 그것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적어보라. 말해보라. 글로 써보자.

생각은 그렇게 세상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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