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세대와 자연의 권리를 위하여
지구환경을 위해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일은 무엇일까? 우스갯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지구에서 인간이 사라져주는 일이다. 인간이야말로 자연 그대로 존재하는 지구에 온갖 쓰레기와 유해 물질을 만들어내는 유일한 종족이기 때문이다. 저 하나 편하자고 자꾸 그러는 거 보면 아직도 한참 멀어 보인다.
2024년 독서의 달. 환경/생물 다양성 주제 추천도서라는 노란색 테이프가 붙여진 이 책은 도서관을 들어서자마자 내 눈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하물며 저자는 십수 년 전 매체를 통해 자주 만날 수 있었던 바로 그 강금실이다. 처음엔 다소 의아했다. 변호사로만 알고 있었던 저자가 뜬금없는 환경 책이라니! 하드커버의 표지를 넘기자 적잖은 분량의 저자 소개 글을 읽고 나서야 뒤늦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그나저나 왜 우리나라에는 이토록 하드커버 책이 많은 것일까? 모름지기 하드커버는 정말이지 평생 소장할 만큼의 욕구가 뿜어져 나올 그런 책들에 한하여 한정판으로 만들어도 모자람이 없을 텐데... 아이들이 보는 동화책을 시작으로 한두 권 쉬어가면 하드커버가 툭툭 튀어나올 정도로 우린 하드커버를 참 좋아하는 민족이다.
굳이 그렇게 표지를 두껍게 할 필요가 있을까 싶고. 또 그 과정에서 일반 표지와는 달리 더 많은 자원이 소요되는 것을 떠올려본다면 환경 책만큼은 하드커버를 지양해야 할지어다.
본문으로 진입을 해보자. 솔직히 조금 많이 은근히 어렵다. 전 세계에 그간 벌어진 다양한 이슈와 사건들이 각종 규약 제도 협약 등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경험담 혹은 연구 이력과는 달리, 저자의 전공을 충분히 살린 느낌이 든다. 법적 제도권 안에서의 환경 보호 운동. 그리고 저자가 그간 겪었던 불평등과 불합리에 대한 소소한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철학적 사유와 불변의 법칙처럼 굳건히 자리하고 있는 과거 유물과 그 시대 지식인들의 언변까지도 책은 담는다.
그중 '행성 경계'에 대한 내용에 유독 시선이 머물렀다. '지구 안전성'을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과정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지구를 바람직한 상태로 유지하는데 필요한 위험 한계를 과학적으로 수량화하는 작업이라고 책은 말한다. 그리고 1800년대부터 1950년대, 1970년대, 1990년대,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근 현대사를 다섯 개의 시점으로 구분 지어 보여주는 그래프는 많은 생각을 이끌게 한다.
안전 한계선에 아직 이르지 않은 오염과 파괴의 지표, 그리고 이미 그 한계선을 심각할 정도로 뛰어넘어버린 질소에 의한 오염, 그리고 생물 다양성 손실률은 절대 쉽게 지나치면 안 될 사안이다. 정해진 시간의 흐름보다 훨씬 더 앞서 빠른 속도로 피폐해지는 환경 오염을 언제까지 묵과할 것인가.
쉽게 넘길 수 없는 페이지에 담긴 저자의 진심과 여러 객관적인 활동과 보고서, 결괏값을 바탕으로 드러나는 오늘날 지구환경의 현 실정을 통해 환경오염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더 활발해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