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 1999년 스물한 살
※ 글을 어디에 내놓는 건 창피하지만, 상금을 받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상금으로 치킨을 사 먹을 땐 더더욱 그러하다. 상금을 탄 글은 '치킨' 응모했지만 탈락된 글은 '바나나'로 이어가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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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흔히 별이라는 주제를 대해서 수많은 이야기를 하고 낭만적인 글을 쓰기도 한다. 때로는 가슴 저린 소설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낭만을 얘기할 때 단골손님이기도 하며, 무언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큰 그 별이 있다. 그 반짝이고 소중한, 사랑의 매개체가 되었던 별을 이제 쓰려한다. 유난히 평소에도 별에 흥미가 많은 나는 그날 그렇게 유난히도 빛나던 그 별 하나를 바라봄이 얼마나 내게 큰 삶의 의미가 되었는지 지금도 기억한다. 그래도 아직은 밤이 싸늘한 여름날이었다.
지금 이곳은 바닷가이다. 그리고 지금은 밤이다. 한밤중···. 아마 한 새벽 두 시쯤은 될 거라 생각된다. 아무도 없다. 홀로 떠나온 여행이라서 그런지 여행 내내 사람이 그립기만 하다. 어젯밤에는 피곤을 달래려 일찍 잠자리에 들은 터라 밤이 그다지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오늘은 해변 여기저기 산책을 하면서 편안하게 보냈지만 역시 적적하기만 할 뿐이다.
금세 밤은 다가왔고, 잠자리를 마련해 놓고는, 그 옆에 작게 모닥불을 지핀다. 야산 입구에서 장작 거리를 가져온 후 조금은 깊게 땅을 파고는 그 자리에 몇 장에 연습장을 이리저리 구겨 넣고는 나무를 차곡차곡 쌓아 둔다. 다음 연습장 하나를 길게 말아 그 끝에 불을 지핀다. 늘 가지고 다니는 지퍼 라이터가 이럴 땐 너무나 고맙다.
서서히 불이 타오르고 시커먼 연기는 밤하늘을 가득 덮는다. 잠시 후 따뜻한 온기가 내 주위를 가득 채우고, 추운 기색은 사라진다. 불씨가 장작에 옮겨 탈 때 즈음하여 주위에 있는 모래를 잘 정돈하여 누울 자리를 마련한다. 그리고는 겉옷을 한 벌 더 끼워 입는다. 자리에 눕는다. 오른쪽으로는 불이 활활 타오르고, 그 불씨는 이곳저곳을 오가며 하늘 가득히 수놓는다. 머리맡으로는 아직 거친 소리로 일렁이는 파도가 들린다.
낮과는 달랐다. 파도 소리가··· 귀를 기울여 자세히 듣자, 그 소리의 다양함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일률적으로 같은 반복 속에서 들리는 고요의 소리. 낮에 사람들의 음성과 섞인 파도 소리는 분명 아니다. 뭔가 조용한 이 밤에 파도만이 알 수 있는 흐느낌 같은 것이다. 계속 쉼 없이, 그리고 같은 소리로 울어대고 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밤하늘 저기에 별이 있다. 날이 그리 맑지는 못해서 기대 이상으로 별이 많지는 않다. 한 삼사십 개쯤···. 내 방 창문으로 내다본 도시의 밤하늘에서 셀 수 있는 별에 비해서는 더없이 많은 별들이다. 오밀조밀하게 붙어 있는 별들이 귀엽기만 하다.
별이 빛난다. 서로 호흡을 다르게 하는 듯이 여기저기서 번갈아 가며 빛나는 그 별이 모닥불과 더해 내 누운 이곳을 환히 비춘다.
흔히 동화책에서 보는 그런 풍경이 떠오른다. 아마 그것이 알퐁스 도데의 소설 “별”이었을 것이다. 주인집 아가씨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한 소년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사춘기 시절 읽은 적이 있다. 지금이 그러한가 싶다. 그 소년의 풋풋하고 벅차오르는 감정을 이제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고 느끼고 싶다. 밤새도록 소녀의 곁을 지켜 주며 결코 쉽지만은 않았던 그 밤에 그 소년은 별을 친구로 그 고통을 이겼으리라. 그리고 그 소년에게 별은 자신의 사랑인 그 소녀 이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날 밤에 만이라도···.
그 많은 별들 중에 유난히 빛나는 별이 하나 있다. 정말 유난히 빛이나 단번에 알아볼 수 있다. 정말로 밝게 빛이 났다.
고개를 돌려 불이 타오르는 것을 본다. 장작의 검은 부분이 힐끗힐끗 보일 정도로 불은 이제 활활 타오른다. 늘 갖고 있는 느낌인데, 불이 타오르는 광경과 바다의 일렁임은 어느 한순간도 같은 모습이 아닌 것이 지금 신기할 뿐이다. 모닥불을 주시하고 있는 그 시간 동안 불의 움직임은 언제나 다른 모습으로 내게 비친다. 아마도 한순간도 같을 수 없는 우리의 인생을 얘기하는 것처럼 말이다. 바람이 불어 연기가 내 얼굴에 가득하다.
다시 하늘을 본다. 좀 전 내가 얘기한 그 별, 이제는 어느 곳에 있어도 찾을 수 있다. 다른 별들은 한참을 헤매야 찾아낼 수 있을 텐데, 그 별은 바로 내 머리 위, 내가 누워 가장 보기 좋은 그곳에 있다. 정말 환이도 빛난다. 흔히 별이 유난히 빛나면, 우리가 사는 이 땅과 가까이 있다거나, 혹은 아직 처녀별이라서 빛을 많이 내뿜는 별이라고 느껴지는데, 그 이유야 모르지만 빛나는 그 별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엄마와 함께 동화책을 읽는 어린 소녀의 마음. 타지에 떨어져 혼자 오랜 시간을 살아온 한 젊은이가 모처럼 만난 가족과 함께 할 때의 그런 느낌. 아마도 난 그 느낌을 느끼고 있는 것이 분명할 거다.
홀로 떠나온 여행, 준비 없는 시간들이 흘러, 이제 내 예정된 생활의 틀로 짜 맞추는 데에도 내일이면 당연스레 다가오는 그런 곳이다. 분위기에 이끌리는 것 같다. 별을 보고 있자니 지금껏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자신했던 내 삶 속에서 나를 이끄는 고마운 사람들이 생각난다.
우리 아버지, 어머니. 늘 두 분은 나에게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알려주신다. 어느 누구나 그렇겠지만 부모의 존재는 우리가 살아감에 있어서 그 존재의 가치를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세상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그 누구와 한평생 서로 배려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너무나 현실화되어 버린 어린 우리에게는 그리 쉽지만은 않은 여행이다. 지금의 모든 부부들이 그러하겠지만 우리 부모님 또한 그 위대함을 다시 느끼고픈 존재이다.
우리 할머니. 어린 시절 나의 벗이었고, 할머니 이상 나에게 함께 하셨던, 그래서 내게 가장 믿음을 주셨던 우리 할머니가 생각난다. 작년 봄에 돌아가셨을 때까지만 하여도 나에게 늘 작은 힘으로 버티어 주신 분이셨다. 그리고 그분은 내게 죽음이라는 그 어려운 것까지도 몸소 설명해 주셨다. 바로 내 눈앞에서 모든 일은 벌어지고 말았다. 점점 차가워지는 할머니의 손을 난 느꼈다. 그리고 잠시 후 난 미처 느끼지 못했을 그때쯤, 이미 아버지와 어머니께서는 눈물을 흘리고 계셨다. 나는 설마 하는 마음에 할머니에게 가까이 다가가 코에 볼을 대어 보았지만 호흡은 이미 멈췄다. 입술은 파란색으로 변해 갔고, 표현할 수 없는 찬 기운이 내 주위를 맴돌았다. 잠깐의 적막이 흐른 후 나는 죽음을 깨닫게 되었다.
생각했다.
이렇게 쉽게 사람이 죽는다는 건 늘 나에게 있어 죽음이라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밖에 없었기에 설명조차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어머니는 밖으로 나가셔서 소리를 죽여 울고 계신다. 정말 눈물을 흘리면서 흐느끼고 계시는 것이었다. 그 눈물은 붉고 뜨거웠다. 느낄 수 있었다. 아버지께서는 당신의 어머니가 돌아가심에도 불구하고 금방 눈물을 훔치시고는 형제분들에게 연락을 하신다. 힘겹게 수화기를 드시는 모습, 그리고 어렵게 버튼을 누르신다. 그리고는 할머니의 운명을 얘기하실 때의 그 떨림들···.
지금 이 별을 보면서 기억을 한다. 할머니 방엔 나와 할머니 단 둘밖엔 없다. 누워 있는 할머니를 내려다보면서 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제대로 판단도 못한 채 할머니를 지켜볼 뿐이다. 그냥 눈에선 눈물만 나오고 죽음이 이런 거구나 하고 받아들일 시간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할머니는 돌아가셨다. 3년 만에 처음 흘려 본 눈물이었다. 늘 눈물을 참고 살아온 나로서는 그때 왜 그리도 나의 눈물이 그렇게 애처롭기만 한지···. 못내 아쉬워 이렇게 글로도 써 보지만 다시 돌릴 수 없는 시간의 강으로 흘러가신 우리 할머니의 운명에 난 아무것도 도움이 될 수 없는 그냥 어린아이로 밖에 비추지 못한다. 아주 먼 옛날처럼 기억될 뿐이다. 바로 1년 전에 일어난 일이었음에도 먼 기억의 저편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진다.
잠시 슬픔이 흘렀을까? 이제 그 별 속에는 우리 형들이 있다. 늘 나를 약 올리면서 진정 나를 사랑하는 큰형과, 작은형. 모두들 나에게는 소중하고, 또한 고마운 존재들로 나를 사랑한다. 나이 차이가 많긴 하지만 늘 나에게 잘해주는 건 다른 형 뒤지지 않는다. 형들의 익살스러운 웃음이 흘러가고, 이제 그곳에는 여러 친척들의 모습이 비치어진다.
대가족이었던 탓에 늘 친척들과 많은 시간을 가진 나로서는 우리 부모님, 가족 못지않게 친척들의 자리가 크기만 하다. 이제 막 세 살이 되는 쌍둥이 동생들도 너무나 귀엽기만 하다. 생명의 신비는 역시 경이로운 것이다. 결국 태어남은 그 순간부터 죽음으로 다가가는 진행이겠지만, 커다란 윤회라는 틀을 본다면 우리의 생로병사도 그 일부분인 것. 이제는 좀 더 커다란 생각을 갖고 행동을 해야 되겠다.
친척들의 그 환한 웃음들이 바다 흘러가듯 모두 흘러가고 이제 그 별에는 내 친하기만 한 친구들이 떠오른다. 나와 10년이 넘게 웃음과 우정을 나눈 부랄 친구의 얼굴부터 시작해서, 아직도 여드름이 얼굴을 뒤덮고 있는 친구, 음악으로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싶다는 친구, 춤이 인생에 전부인 친구, 벌써 돈 벌겠다고 팔 걷어붙인 친구, 그 어릴 적 코 흘릴 때부터 함께한 어린 동네 친구···.
어린 시절부터 대학을 다니는 지금. 친구들은 정말로 소중하다. 술 이상으로 소중한 것이다. 어찌 보면 어리석을 때도 있었고, 이기적인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들이 친구라는 이유만으로도 난 행복하다. 특히 고교 때의 친구들은 잊히지가 않는다. 너무나 함께한 시간이 많았고, 추억도 많았기 때문이다. 수학여행, 수업 시간에 땡땡 이치고 학교를 떠나 밖에서 지낸 시간들···이제 대학의 친구들도 그런 추억을 짧은 시간이나마 만들었음 한다. 너무나 가슴 벅찬 앞으로의 시간들이 기대된다.
불이 꺼지려고 한다. 감상의 시간에서 현실의 시간이 궁금하던 때. 시계를 꺼내려고 하였지만 그만두었다. 시간의 흐름을 알면 내 인생의 흐름도 알아 버리는 것 같아 조금 겁이 난다. 때로는 시간을 모른 채 현재에 충실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언젠가 나도 할머니처럼 그렇게 쉽게 죽음을 맞이하여야 한다는 진리가 거부스럽다. 시간의 흐름에 결정되는 일이기에 그렇다. 환생을 믿고 싶다. 아니 믿는다. 죽음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길 바란다. 진심으로··· 다음 세상에서 그 무엇으로라도 나는 영원할 것이다. 할머니 또한 내가 알지 못하는 다른 곳에서 그 사랑을 실천하실 것이다. 믿고 싶을 뿐이다.
나무를 좀 더 얻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선다. 어두워서 나무를 구하기가 조금 무섭기만 하지만 손전등을 들고 숲으로 들어가 나무를 조금 주워 온다. 아침까지 필요했기 때문에 조금 많이 챙기고는 뒤를 한 번 돌아보고는 자리에 앉는다. 나무를 꺾고는 불속에 집어넣는다.
럴 때마다 불에 타 들어가는 나무의 소리는 정말로 경이롭기까지 하다. 표현할 수 없는 소리. 그 느낌들··· 훨훨 불타오르기 시작한 나무들이 애처롭다. 나무로 태어나 이렇게 장작으로, 또 다른 곳으로 팔려 가기만 할 뿐, 정작 자신들의 꿈이 무언 지도 모른 채 죽어 가는 그들이 사람인 나로서는 이해하지 못할 뿐이다. 혹시 그들의 꿈이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다시 자리에 누운다. 옆으로 비켜 갔는지 별이 내 가슴 위에 자리 잡고 있다. 몸을 조금 내리 운 채 별을 내 머리 위로 끌어올린다. 밤이 깊다. 옆에서 타오르는 불빛과, 환하지는 않지만 그 모양만은 언제나 변함없다. 그리고는 별과 눈을 마주한다. 아까는 저쪽 백사장 텐트에서 노랫소리도 들렸는데, 지금은 아무런 흔적도 소리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나 혼자 있는 기분이다. 흐느낌의 파도 소리만 가득하다. 가끔 귀신이 무서울 때도 있지만 그냥 참을 수 있을 것 같다.
잡념을 버리고 다시 별을 바라본다. 그리고 내 추억들도 떠올린다. 소중한 추억들···.
그중에서도 내 첫사랑에 대한 슬픈 이야기들···. 그 별을 바라보면서 가장 많이 나에게 비친 얼굴은 바로 그녀이다. 내 단 한 번의 사랑이자 마지막 사랑 일수밖에 없던 그녀가 떠오른다. 내 목숨을 바칠 수 있는 나에 단 한 여자, 그녀가 저기 저 별 위에서 나를 보며 미소를 짓는다. 나를 보고 웃는 그녀를 보면 마냥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무작정 집 앞에서 밤새도록 기다려도 보았고, 하루종일 고민해 내 편지를 썼지만 보내지도 못한 채 서랍 깊숙이 넣어 둔 것만도 수십 통이 된다. 천마리 접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하여 학이랑 학알이랑 별을 천 개씩 접었지만 이제는 먼지만 쌓여 간다. 눈이 올 때쯤에는 괜히 감상에 빠져 술로 그 긴 밤 지새우기도 하고, 가끔 우리의 추억이 담겨 있는 그곳을 지날 때면 그냥 멍하니 서 있기도 한다.
지금은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같은 세상에서 숨 쉬고 있는 것만으로도 난 행복하다. 지난 아픔을 나 홀로 숨어서 느껴야만 했던 10년이 넘는 그 수많은 나날들··· 그녀의 아름다운 나날을 옆에서만 지켜보아야 했던 그 아쉬움들··· 이제야 지금 내 머리 위에 별에게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 온 것 같다.
별에게 말한다. 그녀를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사랑 그대로의 사랑을 말이다.
그냥 바라만 보아도 좋은 그 감정들, 그리고 그냥 생각만 하여도 좋은 그런 기분들, 이름을 기억할 때의 그 설렘, 한참을 별에게 내 마음을 전하고 나니 조금 위로가 되는 것 같다. 이미 그리움이 생활이 되어 버린 지금. 그녀의 미래를 축하해 주고픈 마음뿐이다.
오늘밤 그녀는 집에서 편히 잠을 자고 있을 것이다.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고 아직도 이렇게 가슴앓이를 하는 걸 전혀 모른 채 다른 세상에서 잠을 청하고 있을 것이다.
슬픔의 깊이가 컸던지 힘들다. 너무나 외로워지는 것을 느낀 게 아닐까? 세상의 전부가 사랑만은 아니지만 쉽게 던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아이러니한 이 감정에 난 왜 그리도 자신이 없는 건지···.
사랑의 실천. 고마운 선생님들께서 나를 이끄신다. 그중 특히 나에게 양심이란 것이 무엇인가를 깊이 새겨 주시었던 초등학교 6학년 때의 담임 선생님.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던 그분이 정말 고맙다. 늘 어머니처럼 작은 것에도 소중히 신경을 써 주시며 배려와 자비, 그리고 사랑을 진정 실천해 주신 선생님이셨다. 짧은 1년 간이라는 시간 동안 함께 하였지만, 그 사랑만은 영원한 것을 이제야 비로소 깨닫는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 고등학교 때 문학 동아리의 여러 친구들, 나를 울고, 나를 삐치게 만드는 어릴 적 친구들, 앞으로 누군지는 모르지만 나와 함께할 여러 친구들···.
적막한 시간이 계속된다.
이젠 아무런 얼굴도 별 위에 나타나지 않는다. 아직 내 삶이 그리 길지 않기에 내가 만나고 내가 대한 사람이 그리 많지 않기에 내 고마운 사람들은 더 없는 것 같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나라는 존재에 대한 의문은 언제나 가득하다. 나 자신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이 세상에 서 있는 것일까? 계속된 질문에 나 자신도 대답을 못하고 그저 묵묵하게 있을 뿐이다. 나 자신은 얼마나 솔직하고 얼마나 떳떳했는지 궁금하다.
나는 누구이며 지금 여기 누워 저 별 하나에 내 인생을 모두 털어놓을 수 있는 그 모습들··· 꿈이라는 것을 갖고 늘 그 꿈 하나만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노력할 수 있는 나. 어디서부터 왔고,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지 정해져 있진 않지만, 그걸 우린 운명이라고 단정 짓고는 위기를 모면한다. 그저 욕심과 가식이 없고, 사랑과 자비를 베풀며, 내 주위 사람들에게 고마운 그런 내가 됐으면 좋겠다. 그것뿐이다. 가끔은 내 삶에 대답을 원하지만, 어쩌면 대답이 있는 것이 거짓 일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시간은 흐른다.
어느덧 그 어둡고 조용하던 밤하늘에 한줄기 빛이 내리기 시작하였고, 벌써 물고기들이 잠을 깼는지, 바다는 서서히 그 파도 소리를 더해 간다. 갈매기도 함께 아침을 맞이한다.
해가 뜨려나 보다. 처음이다. 이렇게 끝까지 밖에서 해가 뜨는 것을 보는 것은 말이다. 늘 내 방, 작은 창문으로 바라보는 해와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 같다.
잠시 후 해는 그 모습을 보여 내 주위를 환하게 밝혀 주었고, 이제 그 시간만을 더해 가던 모닥불은 내 의지에 따라 꺼지고 말았다. 밤새도록 나를 비추어 주었던 모닥불을 고마움도 모른 채 꺼 버리고 마는 것이다. 끝까지 그 모닥불을 살릴 수도 있겠지만, 모닥불은 모닥불만의 생명이 있는 것, 영악한 인간인 나 역시 그 생명의 끝을 내 손으로 거둘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해가 그 모습을 모두 드러냈다. 바다의 맞은편 야산을 등지고 모습을 드러낸 해는 넓은 바다 수평선까지 그 빛을 내뿜었다. 어느새 바다는 파란빛에서 노란빛으로 물들었다. 야산에 걸친 해는 너무 밝아 눈을 뜨지 못할 정도이다.
자리를 일어난다. 주위를 정리하고는 바다로 나간다. 아침이어서 그런지 바다는 아직 춥다. 바닷물에 손을 한 번 담그고는 지난 하룻밤 보금자리로 돌아온다. 밤새 별과 모닥불과 그리고 또 다른 나의 모습과 함께 했던 터라 아침이 개운치만은 않다.
머리를 식힐 겸 해변을 따라 저쪽 사람들 많은 곳으로 걸 걷는다. 한참을 걷는데 갑자기 머릿속에서 섬광처럼 스치는 것이 있었다. 아침이 되는 그때부터 까맣게 잊고 있던 그것이다.
별···.
그토록 밤하늘 나의 친구로 함께 했던 별에게 나는 아침이 다가오는 이유로 “안녕”이라는 작별 인사도 못한 채 그렇게 져 버린 것이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에, 아까 그 별은 어디에도 없다. 아마 나에게 삐쳤는지, 내 눈에는 들어오지도 않는다. 너무 미안한 마음뿐이다. 작별 인사도 못한 채 나는 내 하룻밤 소중한 나그네 친구를 그렇게 보내고 말은 것이다. 그 별은 이제 오늘밤 내가 아닌 또 다른 그 누구에게 새로운 이방이 되어 첫 만남은 어색하겠지만 아마도 그는 내일 아침이면 그 별을 이방인이 아닌 친구로 느낄 것이다. 아마도 나처럼···.
나의 고마운 사람들, 내가 사랑하는 그들, 나를 사랑하는 그들, 내 존재는 아마도 내가 있어서가 아니라 내 주위 당신들이 있기에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싶다. 그리고 그런 나를 느낄 수 있는 것 또한 당신들의 웃음과 사랑, 그리고 따뜻한 마음씨들이 있기에 가능하리라 믿는다.
조금 후면 내가 사는 곳으로 돌아간다.
바람이 있다면 오늘 나만의 이 아름다운 하룻밤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다는 것.
그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