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앙드레 코스톨라니 l 김재경 l 미래의창

by 잭 슈렉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물론, 아주 긴 시간도 아니었다. 9월부터 시작했던 주식, 경제, 부자 관련 독서는 12월 1주 차가 되어서야 마무리됐다. 그간 읽은 책을 다 이해하진 못했다. 아니, 역부족이었다. 기억에 남는 것도 별로 없다. 하지만, 한 글자 한 문장 천천히 정독했음에 그 과정만으로도 나름 큰 성과가 있다고 본다. 그것은 교만하고 오만하고 무엇보다 무지했던 스스로의 되먹지 않은 사고방식을 조금은 교정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후에도 관련 서적을 읽을 계획이다. 그것은 어쩌면 내가 평소 즐겨 읽는 기존의 주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아주 먼 옛날, 결국 돈을 벌기 위해 작곡을 했고 그림을 그렸던 예술가들의 삶을 떠올려본다. 이 세상에 돈 없이 되는 일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다.


순수예술영화란 것은 솔직히 존재하지 않는다. 노골적인 상업영화에 비해 조금 덜 표현했을 뿐이다. 국정원 뺨치는 추리능력을 지닌 아내와 곰과 다람쥐 같은 두 아들을 둔 가장에게 있어 돈을 버는 일은 응당 고민할 여지없이 마땅한 책무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보다는 조금 더 영리하고 조금 더 얍삽 빠르게 준비해 보고 싶다.

그 밑거름이 되어준 책들의 말미에는 제목마저 멋들어진 이 책이 있다. 그것은 마치 '사랑하지 않는 자 유죄'와 같은 분위기다.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라니. 뜨거운 피가 흐르기에 절대 쿨해질 수 없는 우리의 영혼을 저자는 간파한 것일까. 그의 말처럼 뜨겁게 사랑할 돈이 내게도 조금 넉넉해지면 좋겠다는 바람일 뿐이다.


앞서 읽은 책들과 마찬가지로 이 책 또한 저자의 오랜 삶의 서사를 바탕으로 여러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곳곳에 그의 철학과 철칙 그리고 교훈들이 샘솟는다. 더욱이 그가 돈을 바라보는 시선은 짐짓 엿볼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21세기가 시작한 지 25년이 지나가는 시점에서, 돈은 인간이 이룩해낸 문명세계에서 그야말로 압도적으로 절대적으로 중요하고 필요한 가치다.


하지만, 그간 돈을 바라보는 내 개인적인 가치관은 분명 잘못됐다. 있으나 마나, 솔직히 그렇게 생각했다. 백세시대니 노후준비님 하는 단어는 나와 전혀 다른 남들 이야기라 믿었다. 결혼해서도 철이 덜 들었고, 첫째가 태어날 때도 마냥 기쁜 맘만 가득했다. 그런데 둘째가 태어난 이후로 아이러니하게도 내게 죽음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물론, 첫째가 태어난 순간 -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되겠지만 설령 이 아이를 대신해 죽어야 한다면, 단 1초도 고민 없이 죽겠다 - 라는 생각을 나는 했다.


그런데 둘째가 태어나자 이 두 아이를 위해 더 오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확히는 더 오래 더 건강히 더 여유로운 경제적 생활을 누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 생각을 실현할 마땅한 가이드도 없었고 계획도 없었다. 그저 최선을 다해 아끼고 절약하는 것을 목표로 뒀다. 고맙게도 아내 역시 차분하게 따라와 줬다. 아니, 절약은 사실 아내의 모토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때문에 준비가 필요하다. 휘황찬란한 각종 문구들이 남발하는 처세 서적은 솔직히 느끼하고 느글거린다. 그런 면에선 지난 긴 시간 동안 검증된 이러한 책들이 가장 좋은 이정표 같다. 어쩌면 기댈 곳 없는 사람들이 종교를 믿는 것과 조금은 같은 맘일 거라 잠깐 생각도 해봤다.


종교가 없는 내게 믿을 유일한 것은 나 자신이다. 불확실하고 흐리멍덩했던 흙탕물을 맑게 정화시켜준 것은 책이다. 너무 맑으면 물고기가 되려 살지 않는다 하니, 가끔은 불량식품도 먹겠지만, 그래도 아내와 두 아이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오래 함께 웃으며 지낼 수 있을 만큼의 맑음은 유지해야겠다.


<책 자세히 보기>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9182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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