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영화 중 상위 네 편을 꼽자면 허진호 감독의 데뷔작 <8월의 크리스마스>와 송해성 감독의 <파이란> 그리고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과 데이비드 핀처의 <세븐>이 나란히 있다. 각각 두 편씩 영화가 가진 온도 차이와 감성의 차이가 극명히 다르지만, 어쩌겠는가. 너무나도 좋은 것을!
코로나 전 롯데시네마 특별전으로 <샤이닝>을 스크린으로 봤을 때의 흥분은 아직도 생생하다. 물론 며칠 간격으로 <시계태엽 오렌지>도 관람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은 스크린으로 무려 두 번을 관람했다. 덧붙여 지난 10월 중순에는 CGV에서 <세븐>을 아이맥스로 재개봉해서 관람했다. 미처 스크린으로 보지 못해 수십 번을 TV와 모니터로 관람했던 작품들을 스크린으로 마주했을 때의 감격은!!! 눈물이 앞을 가렸다.
슬래셔 무비를 좋아한다. 호러도 좋아하고 고어도 좋아한다. 특히 하드 고어를 너무나도 사랑한다. 로맨스도 좋고 드라마다 좋아한다. 고레에다 감독의 모든 작품을 진심으로 애정한다. 짬뽕 스타일의 취향이지만 양지바른 곳이 아닌 응달진 곳에서는 늘 어둠의 장르가 나를 두근거리게 했다. 더욱이 스무 살 때 눈을 떠 아직도 자주 듣는 고딕 메탈은 내게 있어 공기와도 같은 음악이다. 이탈리아 아트록 밴드 데빌돌의 음악도 기분 전환으로 일상 틈틈이 듣는다. 데빌돌 전작을 CD로 마련하던 그날의 감동은 스크린에서 좋아하는 영화를 관람했을 때의 그것과 진배없었다.
그 와중에 손에 쥐게 된 이 책은 표지부터 나를 설레게 했다. 두근거렸다. 어떤 내용이 있을지 충분히 짐작했지만 그래도 그 이야기를 사람들 많은 지하철에서, 병원 대기실에서, 식당에서 음식 기다리면서 읽을 때의 쾌감은 분명 짜릿했다.
호러의 기원을 시작으로 동화의 무서움, 가면의 특징, 유년 시절 트라우마로 가볍게 책은 시작한다. 무서워서 눈을 가리지만 그 와중에 공포영화를 보는 그런 심리를 설명한다. 이어서 뱀파이어, 좀비, 귀신, 요괴, 살인마, 정신병자, 외계인, 괴물 등 다양한 대상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진다. 무엇보다 도시 곳곳에 과거와 현재에 존재하는 괴담 또한 다뤄진다.
읽다 보니 잊고 있었던 그 시절의 무서운 이야기가 떠올랐다. 개인적으로 가장 무서워하는 하얀 소복 입은 귀신도 떠올랐다. 젠장, 오늘 밤 잠은 다 잤다.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퍼지는 각종 괴담들... 그리고 제법 그럴듯하게 증거까지 있는 현상들... 초등학교 때 등하굣길을 무섭게 만들었던 홍콩 할미 귀신은 어른이 된 내게 있어 그저 우스운 해프닝도 안되었지만, 그때 느꼈던 공포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주제별로 종류별로 다양하게 언급된 각종 호러와 공포에 대한 이야기는 분명 만족스럽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야기가 영화의 줄거리를 소개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꽤 많은 분량을 할애한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더 압축을 하고 등장하는 공포의 대상 그리고 그로 인한 여러 현상에 대해 다뤘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공포를 주제로 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시리즈 <여고괴담>만 갖고서도 꽤나 현실적이고 정서적으로 공감되는 이야기가 많이 이어지지 않았을까. 페이크 다큐의 대표작으로 정말 보는 내내 무서워 죽는 줄 알았던 <블레어 위치>의 영화적 기법과 실제와 가상의 존재에 대한 인간이 느끼는 감정의 결에 대해서도 제법 궁금증이 피어올랐다.
살아보니 귀신이나 좀비 따위는 솔직히 전혀 무섭지 않더라. 가장 무서운 건 다름 아닌 4차까지 달리고 새벽 1시에 집에 들어왔을 때 거실 불 환하게 켜놓고 나를 기다리는 아내였다. 이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있다면 내게 꼭 제보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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