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전통 미술의 상징 코드 ㅣ 허균 ㅣ 돌베개

by 잭 슈렉

매주 일요일 오전 11시 15분경에 KBS1에서는 <진품명품>을 방영한다. 즈음하여 부모님댁에 건너가고 아버지와 단둘이 낮술 한잔 함께 하면서 모두 세 개의 감정 의뢰품에 대한 서로의 의견과 추정가격을 얘기하며 도란도란 대화를 이어가곤 한다. 술이 짧아지면 이어지는 <전국 노래자랑> 두 번째 축하 가수 무대 즈음 집으로 돌아가고, 술이 길어지면 최우수상 수상자 얼굴까지 보곤 한다. 일주일에 한 번, 아버지와 그렇게 마시는 낮술 한 번이 내겐 그리 소중할 수가 없다.


오래된 것들, 특히 역사가 깃든 것들은 참으로 아름답니다. 국뽕이라 할지언정 어쩌겠는가. 내가 이 나라 국민인 것을. 화려하지 않으면서 수수한 꾸밈. 대범한 듯 소심하게 조용하게 연출해낸 구도. 그림이나 가구, 부채와 병풍, 스튜디오에 가져올 수 있는 여러 물품들은 저마다의 사연과 시간을 품어와서 그 아름다움이 더 깊게 베어드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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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도 읽고 고궁도 읽고 국악도 읽었다. 관련해서는 그래도 분야별로 네댓 권씩은 읽은 것 같다. 이번에는 전통 미술에 심어진 상징이 될만한 코드(이슈)에 대한 책이다. 지은이는 흡사 <동의보감>이 떠오르는 이름과 같다. 저자 약력을 보니 그도 <진품명품>의 자문 위원을 맡았다 한다. 왠지 좋은 건 이렇게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느낌이 든다.


불교와 유교에 근간을 두었던 시대였다. 살아있는 자와 죽은 자와의 교감도 이뤄냈다. 고궁, 건축물, 단청, 흡사 돌 하나에도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 태양, 거북, 바위 등으로 대표되는 십장생도 이어진다. 임금의 일상에 깃든 여러 요소들이 나열된다. 더욱이 우주를 바라보는 마음에도 미술의 진심은 투영된다. 그래서 우린 일찍이 달 속 토끼를 그리 찾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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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백남준이 말했듯 "달은 인류 최초의 영화"라는 말이 책을 읽으며 계속 머릿속을 떠다녔다. 하루씩 작아지다가 초승달에 다다르면 다시 하루씩 커져 보름달이 되는 그 다채로움. 밤이 기다려지는 유일한 이유다. 한 해 모두 열두 번의 보름달을 그래서 나는 늘 기다려왔다. 그 달에 깃든 토끼가 전통 미술 역사 속에 깃들어 있고, 책은 그것들을 상세히 전해준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캐릭터로 승화된 호랑이와 까치 역시 책에서 만나 볼 수 있다. 흔하디흔한 동물 하나, 건물에 쓰인 글귀 한 줄, 웅장하게 만들어진 이후 그곳에서 수백 년 세월의 풍파를 겪었던 구조물들 모두 시대의 미적 감각과 아름답고 또 해학적이면서 의미 역시 결코 하찮은 것 없도록 풍성하게 만들어져있다.


둘러봐야 할 것 같다. 밤하늘 달처럼. 역사 속 전통에 깃든 미술의 흔적을. 관심 있게 들여다봐 야 할 것 같다.


<책 자세히 보기>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7474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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