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 때였다. 학교에는 갑자기 말도 안 되는 흉흉한 소문 또는 괴상한 정보가 나돌았다. 시체를 닦는 알바가 바로 그 정체였다. 학생도 할 수 있고, 시체 한 구를 깨끗이 닦고 나면 20만 원을 알바비로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출처는 없었다. 하지만, 돈이 필요한 아이들 사이에서는 몹시 매력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용돈이 궁핍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왠지 돈이 벌고 싶었다. 온갖 상상을 다했다. 소문의 근원지에 접근할수록 자연사한 시체뿐 아니라 교통사고로 상해를 입은 시체도 닦아야 한다고 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꿈에 시체들이 나를 쫓아오기도 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시체 닦이 알바를 구한다는 그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한마디만 들어도 40대는 족히 돼 보이는 남자가 전화를 받았다. 머뭇거리는 목소리로 알바에 대해 물었다. 돌아오는 건 오직 침묵뿐이었다. 서둘러 죄송하다고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어찌나 마음이 요동치던지 지금도 그때 생각만 하면 죄지은 것 마냥 마음이 불편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누군가의 죽음이 그렇게 나를 힘들게 했던 적은 처음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술장사할 때였다. 그날은 하루 종일 추모하는 마음으로 음악을 틀었다. 그를 지지했고 응원했던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를 추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게 전부였다.
직전에 읽은 책에서 접한 저자의 저서를 읽었다. 그는 무려 6명의 대통령의 장례에 참여했다. 제목이 무리가 아닌 수준이다. 더욱이 그가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은 흡사 우리가 이 책을 펼치기 전에 쉽게 생각했던 것들을 완벽하게 뛰어넘는다. 누구에게나 죽음이 찾아오고 무엇보다 장례 문화에 대한 그의 의견과 이야기는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준다.
일찍이 우리는 남들의 시선을 적잖게 의식하는 방향으로 문화가 발전해 왔다. 기독교, 불교, 유교가 짬뽕된 오늘날 결혼식이 가장 대표적이다. 또한 장례식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책을 통해 일제강점기 시절의 잔재와 더불어 근본 없는 장례문화를 꼬집기도 했다.
무엇보다 고인의 시신을 예를 갖춰 다루는 그의 진심에서 중학교 2학년 시절 내가 잠시 고민했던 알바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뉘우쳤다. 그가 경험한 죽음, 그가 마주한 시체, 그가 꿰뚫어 본 삶과 그 이후의 본질은 죽음의 순간을 가장 밀접하게 다루는 일상을 통해 우리에게 다가온다.
짐짓 그의 경력을 떠올려본다면 이 책의 분량은 한없이 부족하다. 비단 6명의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만 하더라도 한 보따리가 되기 충분하다. 하지만, 고인에 누가 될까 구설수에 휘말릴까 말을 아끼는 그의 마음이 책에서 느껴졌다. 어쩌면 '대통령의 염장이'라는 별명이 그를 더욱 힘들게 하는 아이러니의 씨앗이 되고 마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절대 돈에 대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고인의 사회적 위치의 높고 낮음에 따라 비용이 달라지는 등의 편협한 행동을 일절 삼가는 그의 모습은 본받아 마땅하다.
매장의 시대가 지나 화장의 시대에 이르렀다. 하물며 이제는 수목장이니 기타 여러 방식으로 고인을 추모하고 기억한다. 영화 <코코>의 주요 설정이 떠올랐다. 이승에서 더 이상 고인을 기억해 주지 않을 때, 저세상에서 그의 영혼은 사라지게 된다는 메시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삶과 죽음에 대한 의미의 해석을 정확하게 엮어주는 것만 같다.
기억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그래야 할 소중한 이들의 삶과 죽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나 또한 그 기억의 일부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더 열심히 바르게 살아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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