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블러, 오아시스 ㅣ 이경준 ㅣ 산디

by 잭 슈렉

1990년대는 내게 음악과 영화가 밤하늘 별빛처럼 무수히 쏟아지던 시절이었다. 초등학교의 끝자락, 중고등학교를 관통했고 대학 생활까지 이어지던 10년이었다. 취향이란 것이 정립된 시기이기도 하지만, 아직 정리되지 않은 취향이 중구난방으로 들쑥날쑥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더 많은 것을 듣고 보고 싶은 욕심에 1분 1초 단위의 갈증을 느꼈지만, 더 많은 것보단 더 좋은 것을 품는 것이 맞다고 느끼기도 했다.


메탈리카, 드림시어터, 너바나, 퀸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밴드들의 록 메탈 음악으로 창궐한 취향의 실루엣 속으로 스멀스멀 그 영향력을 넓혔던 밴드가 있었다. 결코 잔잔하진 않았지만, 앞서 언급한 밴드의 음악보단 한결 말랑거려서 좋았다. 바로 오아시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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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있어 블러는 그리 눈에 띄는 밴드가 아니었다. 오아시스보다 더 말랑거려서 그럤을지도 모른다. 기억나는 것은 클럽에서 2분간 미친 듯이 뛸 수 있는 <Song2>와 대학로 MTV에 가면 빠짐없이 신청했던 <Coffee & TV> 뮤직비디오 정도였다. 그에 비해 오아시스는 전집을 모두 CD로 쟁여둘 만큼 좋아했다. 1, 2, 3집의 스타일은 그야말로 내게 있어선 마스터피스였다.


초중고등학교를 집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곳으로 다녔다. 그러다 대학교는 버스로 한 시간 남짓 거리로 다녔는데 등하굣길에 늘 음악을 들었다. 어쩌면 나는 학교를 가는 것보다도 그 과정에서 버스에 타고 음악을 듣는 걸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좋아했는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앨범이 60분 남짓이었던 점을 떠올리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니었을까.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그날 기분에 따라 선곡하는 앨범이 달라졌지만 여지없이 햇살이 반짝거리는 봄날이면 이유를 불문하고 오아시스의 음악을 들었다.


어리숙했던 고등학생 시절, 기타 연주를 곧잘 하던 친구 녀석과 스쿨밴드를 만들다가 처참히 실패도 했었다. 물론, 당시 우리의 레퍼토리에는 오아시스 노래도 있었다. 오아시스. 킹. 왕.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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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직전에 읽은 <음악이 삶의 전부는 아닙니다만>에서 저자가 추천해 준 책이다. 원래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가는 맛이 또 좋다. 1990년대. 영국. 브릿팝. 블러와 오아시스.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저자는 두 밴드의 탄생과 절정 그리고 해체까지 서사를 기준 삼아 비교해나가며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객관적 사실에 최대한 근거했다는 저자의 의도도 그대로 표현되었을뿐더러, 저자만이 할 수 있는 매력적인 표현들이 넘쳐난다.


너무나도 다른, 그래서 마치 자석의 N 극과 S 극 같은 두 밴드의 이야기는 단순히 음악에만 치중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더욱 책은 1990년대의 공기를 가득 품는다. 블러와 오아시스. 1990년대. 브릿팝. 음악. 록. 팝 등의 향수가 흠씬 느껴진다. 어느 시대건 다 좋고 매력적이지만, 유독 그 빛이 반짝거렸던 1990년대를 잠시나마 경험하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해 본다.


연이은 한파로 몹시 추운 한겨울이지만,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오아시스를 들어야겠다.

오아시스. 킹. 왕.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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