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매로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매번 충돌했던 두 주제가 있었다. 바로 디자인과 기능이다. 디자인 위주로 만들되 기능이 떨어져도 되는지, 디자인이 떨어져도 기능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지. 물론, 정답은 없다. 관련하여 음악을 들으며 가끔씩 스스로에게 묻는 두 주제도 있다. 가사냐 멜로디냐. 가요는 가사가 중요하고, 꼬부랑 다른 나라 언어로 만들어진 노래는 멜로디가 우선이다. 아 됐다. 난 그게 좋다.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를 비롯, 이상은의 여러 곡들, 자우림, 윤종신, 그리고 해철이 형까지 생각이 난다. 가사가 좋은 곡들이 있다. 그래서 어느 곡들은 그 가사 때문에 인생이 달라지기도 하고, 가치관이 바뀌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해철이 형 노래는 오늘날의 내가 있게 해준 엄마 다음으로의 일등공신이 아닐 수 없다. 복잡한 삶의 고민이 단순해졌으며, 열폭 하던 사안들이 해결되었고, 두려움에 불안해하던 미지의 순간을 평온한 안식처로 만들어주었다.
대여하면서 왠지 모를 익숙함이 느껴졌는데 조회해 보니 3~4년 전에 이미 읽었던 책이다. 좋은 책은 반복해서 읽어도, 여지없이 좋다. 두 곡의 팝을 제외하고 우리나라 노래의 가사에 대해 이야기한다. 단순히 가사뿐만 아니라 해당 곡 그리고 그 곡이 실린 앨범까지 제법 방대한 영역에 대해 이야기한다. 따라서 단순히 가사만 놓고 보는 재미 이상의 매력이 있다.
성의 없는 나열이 될지 모르지만, 곡 제목만 읽고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선명한 가사 일부분이 있다면 맞다.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은 그것들을 이야기한다. 흔히 음악을 책으로 쓴다는 건 앞을 못 보는 이에게 건축을 설명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그러나 이 책은 가사를 다루기에 그 모든 것들이 더 선명하게 두드러진다.
들국화 - 행진
시인과 촌장 - 가시나무
정태춘 - 북한강에서
유재하 - 가리워진 길
김현식 - 넋두리
김현철 - 춘천 가는 기차
양희은 -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김정호 - 하얀 나비
김광석 -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이소라 - 바람이 분다
김윤아 - 봄이 오면
한영애 - 누구 없도
조동진 - 나뭇잎 사이로
이 중 단 한 곡이라도, 단 한 소절이라도 머릿속에 떠올라 멜로디를 흥얼거렸다면... 서둘러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아득하게 먼 과거 어느 순간, 노래 한 곡이 추억에 깃들어 사무치게 그리웠던 그때 그 시절이 책 지면을 통해 스르륵 피어오를 것을 감히 자신한다.
<책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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