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스토리텔링 : 세계인이 사랑하는 K-뮤지엄 ㅣ 황윤 ㅣ 소동
어릴 적에 학교에서 박물관에 놀러 가면 그렇게 따분하고 싫었다. 그곳은 너무 적막했고 지루했고 모든 것이 아주 먼 과거로부터 멈춰있는 이상한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박물관이 조금씩 재미있어 진건 20대 중후반부터였다. 생각보다 서울에 박물관이 많았고, 또 같은 물품이라 하더라도 그전에 비해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두 아이의 아빠가 되면서 박물관은 다시 한번 따분하고 싫은 곳이 되는 간접 체험을 했다. 다행히도 옛날처럼 딱딱한 곳이 아닌 체험하고 즐겁게 관람할 수 있는 형태의 박물관이 많이 생겼다. 다행히 아닐 수 없다.
제목은 멋들어지나 부제는 약간 시류에 편입하는 냄새가 풍긴다. 이 책은 박물관에 관해서란 고집스러운 취향을 이뤄온 저자가 그간의 박물관 사랑을 마치 종합해서 쓴 것 같은 성격의 책이다. 그는 맨 처음, 박물관과 미술관에 대한 차이를 들려준다. 총칭해서 뮤지엄이라 일컫는 그 둘을 우리는 왜 달리 쓰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성격은 아니지만, 박물관과 미술관이란 좋은 우리 말도 있지만, 이 두 성격을 더해서 표현할 수 있는 말이 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 세계 유수의 박물관과 국내 박물관까지 이어지는 책에 담긴 이야기를 단 두 글자로 축약하자면 그것은 바로 '족보'라 할 수 있겠다. 문화 예술이라는 것이 결국 사람들의 삶의 풍경에서부터 비롯되는 것, 역사를 통틀어 문명이 발생하고 교류가 싹트면서 이웃 국가에 영향을 받은 그런 면면들을 저자는 '족보'라 표현한다. 이를테면 중국의 도자기에서 시작된 영향이 유럽과 일본에 끼친 결과물들에 대한 언급이다. 이것을 박물관에 전시할 경우 최초의 시류를 중심으로 이에 영향받은 것까지 나열하면 변화된 흐름과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것이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유명하다고 덜렁 그 작품만 전시하는 것이 아닌, 그 작품이 있기까지의 앞선 족보와 또 그 작품 이후의 과정까지 연이어 꾸미는 것이다. 맞는 말이고 좋은 말이다. 문제는 늘 예산이지. 속상할 따름이다.
언젠가 우리 국립중앙박물관의 연간 관람객 수가 전 세계 박물관에서 5~6위권에 든다고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하물며 기념품도 연일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고 보니 직전 아내 생일에 금관 브로치를 선물하기도 했다. 내내 품절이었던 그 제품을 구매하는데 꼬박 한 달이 걸렸고, 구매 가능 알람을 받자마자 즐겨찾기 > 로그인 자동 저장 > 간편 결제까지 무려 1분도 안되는 시간에 구매를 했다.
이런 거다. 전통, 역사, 예술을 떠나 유명하면 우선 장땡이다. 앤디 워홀이 말한 걸로 오해받고 그래서 누가 말한 지는 모르지만 우선 유명해지는 게 맞다. 유명한 게 권력이다. 그래서 이 책의 부제도 그렇게 지었는지 모른다. 이유를 불문하고 더 많은 박물관이 더 많은 전시품으로 그 권력을 자랑하면 좋겠다. 잠시 잠깐 반짝이고 마는 우리 문화 예술이 그간의 역사만큼이나 앞으로도 오래오래 인기를 이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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