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개성이 있고 특징이 다른 만큼, 국가마다 개성과 특징 또한 두드러진다. 요샛말로는 얕잡아 '종특'이라고는 말하지만, 그런 특유의 성질이 오랫동안 역사 속에 빚어지면서 오늘날 저마다의 뚜렷한 색채를 만들지 않았나 싶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특징은 유독 더 두드러진다.
"빨리빨리" 정서는 모든 것들에 있어 빠른 속도감을 자랑한다. 2~3주 소요된다는 안경 구입도 우리는 현장에서 불과 30분 이내면 끝난다. 공기관의 업무처리 속도를 비롯해 사회 전반적인 분야에서 우리는 빠른 것, 신속한 것, 군더더기 없이 말끔한 것을 추구하고 만들어나가고 있다. 물론 그 가운데 "좋은 게 좋은 거지" 식의 대충 하는 정서도 없지 않다. 죽자고 꼼꼼하게 할 필요 있나, 적당히 에둘러 덮어 씌우면 되지... 하는 사고방식으로 그간 아찔한 사고도 적잖게 맞닥뜨리기도 했다.
이번에 읽은 책은 다양한 경력을 지닌 저자가 일본을 배경으로 현지 독특한 마케팅을 추구하는 21곳의 공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치 오래전 이규형 감독이 쓴 <일본은 없다>를 연상케 하는 책이다. 물론, 그 내용은 그때와 닮은 듯 또 달랐다.
일본이라는 국가에 본능적으로 적개심이 있기 때문에 내내 좋게 읽진 못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 아니 되려 쉽게 익숙하지 않은 대상을 그들은 어떻게 브랜드로 만들고 상품으로 만드는지에 대한 이슈가 책에 자세하게 담겨 있다. 사케, 커피, 라면, 문구, 백반, 생선, 향수, 생필품, 지역 음식, 생활공간, 플랫폼 등 그 종류도 정말 다양했다.
맺음말에 오죽하면 저자는 이 책을 참고서 삼아 달라고 했는데 무리도 아니다. 충분한 사진 자료, 그리고 넘치지 않으면서 전해야 할 내용을 압축해서 다뤘다. 때문에 21곳이나 되는 분량이지만 저마다 소개하는 공간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마케팅에 대한 이해가 금방 전해진다.
그것은 비단 그들만 활용할 수 있는 독점권은 아니다. 우리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의 우물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조금 더 부지런하고 조금 더 섬세하게 고객과 시장의 흐름 그리고 "가치"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다.
개인적으로 오늘날 대한민국은 허영이라는 가치가 매일 최고치를 경신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부익부 빈익빈은 날로 양극화되어 아주 저렴하거나 아니면 아주 비싸야지만 제품이 판매된다고 느낀다. 허파에 바람이 들어도 아주 잔뜩 든 형국이지만, 뱁새가 황새를 쫓는 모양만 아니라면 뱁새도 황새도 저마다의 허영을 즐기는 것은 지극히 자유가 맞다. 다만, 허락되지 않은 허영을 꿈꾸는 과정에서 안타까운 모순들이 드러나는 점은 반드시 지양해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
내가 느꼈던 허영의 최대치는 이 책에서 은근 중요한 구실로 활용되었다. 아주 작은 차이가 있다면 그 안에 의도한 행위의 결괏값을 노골적으로 요구한다거나, 또는 같은 금액의 소비지만 그 금액이 영향력을 미치는 범위를 더 넓게 하는 등의 두 번째 장치가 그들에게는 있다. 아주 비싼 물건을 팔기에 급급해 하지 않고, 그 물건이 갖고 있는 의미와 가치, 그리고 팔렸을 때 일어날 미약하지만 그래도 나비효과라고 부를 수 있는 여운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산다. 그것이 물건일 수도 있고 어떤 가치일 수도 있으며, 한번 관람하고 사라지는 영화처럼 무형의 대상일 수도 있다. 박수를 칠만큼 정확하게 지어낸 제목과 마찬가지로,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느껴질 만큼 설렘을 살 수 있는 순간이 남녀노소 모두에게 일상 틈틈이 이어지면 좋겠다.
파스텔톤의 예쁜 편지지에 은은한 필기감이 매력적인 색연필, 그리고 네모 반듯한 편지봉투만 있어도 나는 충분히 한 시간 정도는 설렐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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