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수필 : 오해의 기술

by 잭 슈렉

지금처럼 포털 사이트가 있거나 인공지능이 대답해 주던 때가 아니었다. 국어사전과 백과사전이 있었지만 그 속에서 대답을 찾기는 꽤나 힘들었다. 아직 세상을 잘 알지 못했던 어린 시절, 그 누구도 내게 정확하게 알려주는 사람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일찍이 많은 것들로부터 오해를 하기 시작했다.


신호등을 건너기 위해 횡단보도 앞에 서 있으면, 금방 파란불이 되기도 하고 가끔은 아주 오래 기다려야만 바뀌곤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커다란 버스가 지나가면 거짓말처럼 신호가 파란불로 딱 바뀌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버스가 멀리에서 오기만을 바란 적이 많았다. 늘 그런 건 아니었지만 열 번에 여덟아홉 번은 그랬다.


thomastwcom-dog-1151195_1920.jpg


초등학교 저학년 때, 새카만 검둥이 똥개가 늘 마당을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이듬해 봄이 되자 갑자기 검둥이가 사라졌다. 할머니가 잠깐 목줄을 풀어줬는데 그때 집을 나간 거라고 했다. 이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이번엔 흰둥이가 검둥이 집을 썼다. 그런데 또 봄이 되자 흰둥이도 집을 나가버렸다. 왜 우리 집 개들만 집을 나가는 걸까. 못살게 굴지도 않았는데. 얼마나 속상하던지 똥개 싫다고 기르지 말자고 할머니께 응석 부린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버스는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가려고 차량 신호등의 주황색에 내달려서 늘 그 타이밍을 내게 선사해 주었다. 검둥이 흰둥이는 집을 나간 것이 아닌, 할머니가 개 장수에게 돈 받고 팔아넘겼던 것이다. 우리 집 옥상에서는 신라호텔 바로 위에 남산타워가 있었는데, 그건 바라보는 시선의 위치 때문에 그랬을 뿐이었다. 저 큰 건물 위에 높은 탑이 있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괜한 걱정을 그리도 오래 했다.


cskkkk-seoul-7423574_640.jpg


단벌 신사였다. 좋아하는 티셔츠를 매일 입을 수 있었다. 추운 겨울 흠뻑 젖은 운동화가 아침이면 보송보송 해졌다. 이는 퇴근 후 손빨래와 더불어 연탄아궁이에 운동화를 엎어 놓아주신 엄마 덕분이었다. 알 턱이 있나. 오해도 아니지만, 마냥 신기한 그 모든 일들이 돌이켜보면 결국은 엄마로부터 모두 시작되었다.


잘 알지 못했던 시절이다.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 오해라고 하기엔 멋쩍지만, 정확히 그 원인을 알아 차라기 엔 너무 어렸다. 크고 나니 그 모든 순리가 눈에 들어온다. 뭐 그리 속속들이 다 알 필요가 있을까 싶다. 되려 가끔은 모르는 게 약 이면 좋겠다. 알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버린 세상, 정신만 사납다.

작가의 이전글오늘 수필 : 음악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