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cine21.com/movie/info/?movie_id=61332
8편까지 제작 계획이 있다 한다. 수많은 밈을 만든 1편을 시작으로 2편과 3편까지 내리 대박이 났다. 얼마 전 개봉한 4편도 대박이 예상된다. 2편부터 4편까지는 1년 단위로 개봉하고 있으니 이 정도 프랜차이즈는 그간 한국 영화 역사상 존재하지 않았다. 5편인가 6편이 최근 개봉해서 폭망한 <가문의 영광>을 유사품으로 봐야 할까. 그나마 비슷한 사레를 찾자면 <여고괴담>시리즈나 흥행이나 완성도 면에서는 많은 부분 아쉬운 점이 있다.
<범죄도시>가 갖는 골조는 몹시 단순하다. 상대적으로 서사와 얼개가 제법 탄탄했던 1편 이후 2편부터 지금까지 보아온 패턴은 지극히 단조롭다. 슈퍼 울트라 초강력 주먹왕 주인공이 먼저 있다. 그리고 그를 중심으로 소개팅, 술, 잔챙이 범죄자 들이 웃음 요소를 자리한다. 그리고 막강한 범죄자. 옥신각신 그와 두세 번 접전 끝에 통쾌하게 개박살 내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배경과 등장인물의 얼굴만 바꿨을 뿐 색다를 것은 사실 없다.
잠깐 동안 침체기에 빠진 007 시리즈가 자가복제를 그만두고 더 새롭게 거듭난 것을 떠올리면 <범죄도시>의 방향성은 언급하지 않아도 분명하다. 하지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굳이 걱정할 필요가 있을까. 뭐, 잘 알아서 하겠지.
이처럼 특정 장르의 연대기가 그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친구>를 시작으로 십수 년간 지배적으로 세력을 확장한 이른바 조폭 영화는 <조폭마누라>와 <가문의 영광>, <공공의 적> 같은 자매품을 양산했다. 조폭, 형사, 검사 등의 역할에도 적합한 배우들이 있는지라 이 영화가 저 영화 같고 비슷한 영화의 냄새가 진동을 했다. 그 말미를 범죄 스릴러 장르가 대체했고 좁게는 아파트 단지, 넓게는 중국까지 그 판을 확장시켜 세상을 온통 범죄 소굴로 그렸다.
일개 관객으로서 억울할 것도 없다. 안 보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범죄도시>의 프랜차이즈 시리즈를 어쩌면 가장 먼저 시도했던 <여고괴담>의 흐름이 이토록 아쉽게 절벽 끝으로 떨어진 느낌은 말 그대로 아쉽고 안타깝다. 그야말로 초대박이 났던 1편 이후 실험적 시도가 보인 2편까지는 정말 좋았다. 하지만 3편부터 서서히 외국산 귀신들과 공포 설정을 벤치마킹하더니 더 이상 신선한 공포는 어디에도 없는 모양이 돼버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 신인 여배우 등용문이라는 보기 좋은 간판을 내걸었다.
<겟 아웃>이나 <톡 투 미> 등의 신선한 공포를 만들어내는 A24 제작사가 어디 하루아침에 만들어졌을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이야기를 가다듬어 만들어낸 작품들이 지금 가장 핫한 공포의 흐름을 만들고 있다. 여자 고등학교라는 프레임이 주는 강박도 있었겠으나 책임감 없는 자가복제와 리메이크를 어떤 관객이 좋아할까.
자멸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여고괴담> 시리즈의 흔적을 대체할 작품은 결국 <범죄도시>로 이정표를 향하고 있다. 정의와 공정 따위 사라진 오늘날의 사회, 약해빠진 공권력과 용두사미로 매듭 되는 범죄 심판의 현실에 그나마 마동석 한 명이라도 대차게 조져버리는 이야기가 관객들의 호응을 받게 된 것이다. 아무리 자가복제를 해도 권선징악이라는 전통 속 관습이 그나마 행복하다는 것이다. 이럴 거라면 타임머신 타고 과거로 돌아가 전쟁통에 도망친 놈도 줘패줬으면 좋겠다.
인구 대비 높은 영화 관람률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다양한 장르란 오래전부터 허락되지 않았다. 시도될지라도 처절하게 외면당했고 그로 인해 유사 장르의 기획은 시도조차 불가능해졌다. 이마저도 한때 유행일 테니 이왕이면 눈앞에 돈에만 욕심내지 말고 훗날 제대로 기억될 제대로 만든 시리즈로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제목은 <범죄도시>일지언정 착한 편이 이기는 그래서 정의와 상식이 언제나 승리하는 멋진 세상을 만들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