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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미 Aug 19. 2017

제주 >>> 런던 상륙기



꺼내먹는 유럽 여행기 - PROLOGUE 


약 3주간의 유럽 여행은 지금으로부터 4년 전, 2013년 10월 말 즈음이었다. 

첫 직장과 제주의 겨울을 견디다 20대 중반의 건강한 청년의 몸으로 폐렴을 앓고, 

뭔가 내 삶까지 병에 걸린 것 같아서, 1년 반 동안 모아 둔 돈을 여행에 부었다. 


지금 브런치를 통해 이 여행을 다시 더듬는 이유는, 또 기록의 기록이다. 

일기 안에 갇혀 한 번 도 꺼내보지 못한 여행기를 다시 꺼내먹자!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이 아니고서야 국제선을 타려면 제주에선 김포로 갔다가 또 인천으로 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래서인지 떠나는 아침에도 실감이 안났었다. 


 나 지금 런던 간대!


아직 국제선도 타기 전인데 터지는 불행


 김포에서 짐을 찾았더니 캐리어 손잡이가 박살 나 있었다. 아는 사람이 캐리어를 빌려갔다가 만신창이로 만들어온 상태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대로는 3주 간의 여행 동안 캐리어를 버리고 다니는 불상사가 생길게 분명해서 급하게 편의점에서 청테이프로 보수 했다. 모냥은 좀 빠지지만.


비행기 내에는 산소가 부족해서 술을 마시면 빨리 취한다고 하던데, 정말 맥주 한 캔에도 알딸딸 


 세계 10대 항공사 중 하나라는 루프트한자. 프로모션 덕에 왕복 93만원에 티켓을 구매했다! 런던 히드로 공항까지 가는 길에 독일을 경유하니 거의 직행이나 마찬가지. 그냥 저가항공 탔다가 수하물 분실하고 맛업는 기내식 먹으면서 9시간을 불편하게 가는것이 너무 싫어서 서칭을 정말 미친듯이 했다. 그렇게 찾은 보물 같은 루프트한자의 프로모션 행사였다. 게다가 이렇게 독일맥주 한 캔 마시면서 영화 한 편 보면 건조한 비행기 안이라도 견딜만 하다.


데이빗 보위, 근사한 사람

 

 독일항공사라 한국영화가 별로 없고 한국어 자막 서비스가 없는것이 이상하지 않다. <베를린> 다시 한 번 보고 한국어 더빙된 <론 레인저>까지 보다가 데이빗 보위의 다큐멘터리를 봤다. *론 레인저를 봤다고 일기에 써 있는데 영화 내용이 지금은 전혀 기억이 안나서 검색을 해봐도 기억이 되살아나지 않는다. 영화가 재미 있었고 없었고의 문제가 아니라 내 기억력은 분명 감퇴 중. 


루프트한자의 기내식! 비빔밥이 따뜻해서 맛이 좋았다


*런던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 네 시간 정도, 흐른 것 같다. 아직 7시간 정도 남았구나. 아까는 점심을 먹고 아주 묘한 꿈을 꿨다. (...) 유럽여행을 하는데 한국동네 같더니 갑자기 가시리집이 나왔다. 어렸을 적 살던 가시리집. 반갑기도 했지만 그 집 앞에 소연이가 사진을 찍고 내가 사진을 찍자 갑자기 분위기가 무서워졌다. 시간여행. 그냥 그 곳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잠에서 깼고, 다시 비행기 안이다. 묘한 꿈이다. 비행기 안이 너무 건조하고, 망할 놈이 가끔 생각나긴 하는데 도착하면 잊겠지. - 2013. 11. 4. 월요일 일기 중에서


경유지인 독일 뮌헨공항. 음, 시계도 독일스럽고


 꼬박 24시간째,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공항-비행기-공항-비행기. 바깥공기가 그리웠지만 아직 지하철이 남았다. 숙소로 향하는 지하철에 지친 몸을 싣고.



 벅스홀 정류장에 도착. 시간은 저녁 9시가 넘고 이 낯.선.느.낌! 역 안 공중전화는 먹통이고 숙소에 전화할 방법이 없었다. 정류장에 있는 낯선 이에게 핸드폰을 빌리고 겨우 숙소로 갔다. 생각지 못한 일이 불쑥불쑥 생기는 이 여행에서도 런던의 2층빨강버스를 보니 반갑다.


*런던 숙소 도착. 생각보다 열악하구나. 런던인지 잘 모르겠음. 오늘만 해도 사건 사고의 연속이라 앞으로가 기대된다.(...) - 2013.11.9. 월요일 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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