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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asson Mar 15. 2024

L에게 보내는 편지

#11 떼쟁이 2세 어린이, 아빠 수염이 너무 아파요

2024.03.08

리나에게


오늘은 스웨덴의 미드솜마 같은 날씨다. 

햇살은 뜨겁고 바람은 차가워서 참 쾌적하고 기분 좋은 날씨.


나는 방금 너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집 근처 카페에 들러 이 글을 쓰고 있어.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을 알려줄게. 


너는 무엇이 불만인지 계속해서 짜증을 내고 울음을 터트렸어. 

가끔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할 때가 있는데, 

2살 아이가 얼마나 복잡한 생각을 하겠나, 싶으면 솟구치는 화도 누그러들어. 

원하는 게 있는데 그걸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으니 짜증을 내는 거겠지. 

답답한데 말로 정확히 표현할 줄 모르니 답답해서 화가 나는 거겠지. 


짜증을 내다가 겨우 그친 너를 안아 들고

네 아빠가 면도도 안 한 까끌한 수염을 달고 네게 엄청 격하게 뽀뽀를 했어. 

네 통통한 볼이 짜부가 될 정도로 세게 뽀뽀를 했는데 

네가 또 엄청 크게 울기 시작했어. 

귀엽고 미안해서 '아빠가 미안해~' 하고 겨우 너를 달랬는데, 

한참 뒤에 네가 울만했다는 정황을 발견했지. 


네 볼에 점점이 빨갛게 올라온 거 있지. 

연약한 네 피부에 엄청난 자극이었나 봐. 

놀란 네 아빠가 바로 면도를 하더라. 

면도 안 한 네 아빠의 수염이 가끔은 나도 너무 아픈데, 

너는 오죽했겠나 싶었어. 


빨갛게 올라온 볼때기


짜증 내며 우는 모습도 사실은 사랑스럽고 귀여운 리나야. 

조금 더 크면 엄마 말 좀 잘 들어주라. 

지금이야 네가 작고 어리니까 짜증을 귀엽게 받아주겠지만

더 큰 네가 이런 식으로 짜증을 낸다면... 


상상만 해도 조금 아찔하거든. 



우리, 더 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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