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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종원 Jun 02. 2020

겨울나비. 11 미스 김의 커피 & 카피

미안 미안 해. 부장이 하지. 




입사 두 달 만에 신입 사원 미스 김은 큰 고민에 빠졌다.

미스 김은 아직 대학생 티를 벗지를 못했다. 아직도 졸업이 한 달 정도 남았다.

아침 9시부터 밤 8시까지 근무 시간이 괴로운 것도 괴롭지만 직장 생활 두 달에 미스 김은 자존심은 아주 심하게 깎였다.

일거리는 태산인데 커피 심부름과 카피 심부름이 업무 흐름을 끊으니 스트레스가 쌓인다.  

경영학과를 나온 자존심이 시도 때도 없이 무너진다.

선임자로 미스 최가 있지만, 커피/카피는 입사 바로 그 날부터 미스 김이 담당이다.

더구나 상고 출신인 미스 최는 나이로 보나 뭐로 보나 동생 벌인 데도 부장이 가끔 고객이 왔을 때

 "여기 차 좀 부탁해요. " 

해도  제가 만들던 서류에 코를 박고는 못 들은 척한다.

미스 김은 입사 처음엔 그런 심부름을 그러려니 했지만 두 달 지나고 보니 저도 서류 속에 코를 박고 싶다. 

두 달 동안에 자존심 상해 서러워 울고, 자잘한 일이 괴로워 울었다.


이력서 내기를 20여 차례였다.

이 회사에 취직하자 친구들은 축하했다. 100여 명이 이력서를 내서 혼자 붙었으니 100 대 1의 자만심도 있었다.

한 부서에 여직원이 둘 만으로 꾀를 피는 미스 최가 미웠다.

부장이 다가온다.

커피 한 잔을 가지고 미스 김 책상 위에 놓는다.

" 많이 피곤하지. 자, 한 잔 들고 해. "

그가 웃는다.

그는 들고 왔던 한 뭉치 서류를 그냥 들고 복사기 앞으로 갔다.

종이 카트리지를 A4로 했다가 B4로 했다가 파지가 계속 난다.

"부장님, 제가 할게요. 앉아 계세요."

보다 못한 미스 김이 나서자 부장은 어깨를 으쓱하며

"나도 사원 대리 때는 복사 전문가였다고..."

하고 웃는다.

미스 김도 따라 웃는다 

"대리 때도 복사를 하셨어요?"

" 그럼, 도와주는 여직원이 없어서 과장 때까지도 커피 카피 당번이었다고... 7년 너머 했지. 사장께는 라면까지 끓여 바쳤지. 함께 먹는 일이 많았지만…”

복사를 끝내고 미스 김은 정리가 끝난 서랍 속에서 달랑 있던 흰 봉투를 꺼내서 찢었다.

쓰레기 통에서 '사표'라고 조각난 글씨가 보였다.

부장이 가고서  미스 최가 조용하게 미스 김을 불렀다.

“부장님이 내가 입사해서 얼마 안 됐을 때도 한 말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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