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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종원 Jun 03. 2020

겨울나비.12 미스 김의 퇴근길

부장님, 함께 퇴근해요~




커피 카피 미스 김은 이제 직장 3년 차다.

커피 카피는 예전 이야기다.

수습 때는 영업부였다. 잘 봐준 부장이 인사부에 적극 밀어 전공 살려 경리부 근무다.

미스 김 아래는 나이 어린 남녀 직원이 각각 한 명씩 있다.

미스 김은 이제 '김 주임님'이다. 커피 카피와는 멀어졌다.

퇴근 때 김 주임은 영업부장에게 구내전화를 건다..

"지금 나가세요? "

알면서 묻는 말이다.

김 주임 자리에서 영업 부장이 퇴근 차비하는 모습이 보인다.

"준비됐나. 함께 퇴근하세. "

퇴근하는 방향이 비슷하니 부장은 말한다.

김 주임을 태우면 부장은 자기 집 도착은 10분쯤 더 걸리기는 한다.

퇴근길이 비슷한 여직원을 자주 태우고 다니기 좀 '거시기'하다고 없는 볼일 만들어서

"미안해. 어디 들를 데가 있어서..."

하자니 속 보인다.

영업 부장은 김 주임이 입사 후 커피 카피를 시켰던 사람이다. 신입 때 정으로 영업부 자금 지출 시 김 주임이 다른 부서보다 자주 챙겨 주니 고맙기도 하다.

퇴근을 자주 같이 하는 셈이다. 부장이 외근할 때 빼고는 일주일에 서너 번 정도다. 부장은 운전석 옆자리에 가방이라든지 상의를 놓고는 김주임을 뒷자리에 태운다. 여직원을 뒷자리에 태우는 이유가 있다.

처음엔 김 주임이 턱 하니 조수석에 탔다. 차를 얻어 타는 사람은 고맙고 미안해서 이 말 저 말 거는데 운전자  부장은 일일이 대꾸하기 불편하다.

좀 가다 보면 김 주임은 고개를 꾸벅대며 졸기도 한다. 한 여름옷 단속하기에 김 주임도 신경 쓸 일이다.


이 회사 분위기는 윗사람이 아래 직원을 출퇴근할 때 동승이 잦은 편이라 남 눈엔 신경 안 쓴다. 그래도 나이 든 부장과 젊은 여직원이 앞에 나란히  앉아서 끼들 끼들 웃는 모습은 입방아에 오를 일이다. 함께 가다 보면 부장이 여직원 어깨를 툭 치는 수도 있고, 여직원이  '부장님 피곤하시지요'하며 껌을 까서 건네주는  모습이 다른 직원이 싱긋 웃으며 지나치기도 할 것이다.  

단지 고마웠을 뿐 껌 한 개에  여직원이 부장에게 꼬리 친다 하는 점잖지 못한 소문을 아니라고 끄고 다니기도 참 맹랑하다.

김 주임이 뒷자리에서 껌을 까서 주면 부장은 손으로 받는다.

여자가 차에 타면 흔적이 꼭 남는다. 로션 냄새라든지 하다못해 머리를 슬쩍 손으로 넘길 때 머리카락 한 둘은 떨어진다. 요즘 아가씨들의 머리카락 색깔은 빨주노초파남보 아니던가? 여자의 눈과 코는 예민한데 아내에게 괜한 말을 들을까 봐 내심 켕긴다.

그래서 부장은 집에 가면 아내에게 오늘 퇴근 때 누구를 태웠노라고 말하기도 하고 안 하기도 한다.

언젠가는 교차로에서 신호 대기를 하는데 누군가 빵빵댔다. 바로 옆이다. 아, 맙소사. 한 동네 사는 부장의 손위 동서이다

부장은 집에 가자마자 아내에게 이실직고한다.

"오늘은 미스 김 태우고 오다가 형님과 딱 마주쳤네."

"자기 차만 탄데요, 그 아가씨는?"

아내는 김 주임이 누군지 알면서도 편한 낯빛은 아니다.

" 공무 부장 차도 타지. 그 친구와 내가 전속 운전사야. "

 한 동네 부장 둘이서 번갈아 가며 김 주임과  퇴근길 동행한다.

공무 부장도 김 주임을 뒷자리에 태운다.

영업 부장 말에 그 역시 고개를 끄덕끄덕 동감하고 부터다. 여직원에게 오빠같이 자상하나 실없는 소리를 절대 안 하는 사람이다.

"형님 말씀이 맞습니다. "

아니 땐 굴뚝에선 연기 안 난다.

김 주임은 처음엔 미안한 표정이었다.

" 김 주임도 뒷자리가 편할 거야. 앞자리 여긴 우리 집 사람 전용석이지. 뒷자리는 장래 사모님 자리고...."

그 뒤로 김 주임은 척하고 제가 알아서 뒷자리에 탄다.

그러고는 그냥 꾸벅꾸벅 졸다가 자기도 한다.

"주임님, 여기 댁에 다 왔습니다."

부장이 주임을 깨우는 일도 가끔 있다.

점심시간에 김 주임은 가끔 영업 부장에게 커피를 타서 가져다준다.

그날 퇴근길 예약이다.


오늘도 부장은 퇴근길 좌석 예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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