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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종원 May 28. 2020

겨울나비. 5 빈 자리

목숨 걸고도 못 지킨다


재개발 사업으로 알게 된 성원건설의 김 이사를 만났다. 

"  잘리면 트랙터나 사서 농사나 지어야죠."

 다행히 지난주 토요일 면직 인사발령에서 빠졌다. 

" 30% 잘렸어요. 사기가 바닥이지요."

동아건설  오 부장을 만났다. 

" 오늘, 중역 셋이 면직 발령 났어요. 으스스하지요. 복지부동이에요. 움직이면 총 맞아요."

내가 다니는 회사는 말이 좋아 명퇴이지 퇴출 작업이 진행 중이다. 

구매부장 대행이 사장에게 불려 갔다 와서 메주 색이 되어 나왔다. 

공무부의 '영원한 부장' 아래 있던 차장 셋이 지난 전에 부장이 건강을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고서 줄줄이 잘리고 남은 차장인 그가  사장에게 불려 갔다. 

전무는 사장이 널 찍었어 하기에 행여나 사장을 만나 보니 

"니 전무가 니 이름을 집었어." 

서로 제 손에 피를 안 묻혔다며 딴청이다. 부하 목치기 괴롭다는 핑계겠지.  이래서 남은 차장은 책상 서랍 정리할 일만 남았는데 버필 때까지 한 번 버텨봐, 목하 고민 중이더라.

그는  휴일 골프를 에 치러 다니며 싱글이 어떻고 그린은 어디가 좋네! 입방정으로 좋은 세월 자랑하더니 우선순위에 올랐다. 

"네가 월급 받아쳤겠느냐? 업자 등쳤지."

공공연한 공개처형이다. 

골프 못 쳐 골프 대항 부서장 모임 때 불참했던 나 같이 무지렁이들은 지금 퇴출 파고의 물결을 겨우 피했다. 

언제까지? 

몰라 몰라. 

" 황 부장님 부서의 전대리를 현장 발령 가능하겠습니까?"

공사부장이 내게 말하니 재건축 한창 때면 다른 부서에 빼지 못할 이유를 구구절절 댈 터이지만 지금은 그럴 경황이 아니다. 

얼른 빼주지. 

좋은 세월 기다리다가 부하 직원 칼 맞는 꼴을 어이 보랴. 

총무부장에게 구차를 떨었다. 

" 공사 부에서 인사 의뢰 나오면 발령을 내줘요."

"아직 통보 오지 않았어요."

조폭 조직처럼 살기 등등한 회사 안 의리 찾아 아래 직원 살 길 터주기도 만만치 않는구나. 

그 뒤 전대리는 현장에서 과장으로 진급되었으나 어느 날 출근 전 집에서 심근 경색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그가 떠난 빈자리는 다른 직원으로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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