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종원 May 28. 2020

겨울나비. 6 쉼터

사방에 적이다


가계약을 한 지 여러 해, 서대문 A 지역 재건축조합의 신임조합장이 나를 보잔다.

회사가 재건축 임시계약하고서 1, 2년 지나서 사업이 지연된다. 1년 여 공사비인상안을 가지고 밀고 당겼었다.
"올려달라"
"못 올린다."
주민 총회를 열어서 의결을 구했더니 조합원들
은 전원 일치로
"안돼"
로 끝이 났고
"너희 회사는 이제 끝이다."
우리와 계약은 유지한 채, 다른 회사와 계약을 하면서 공사비 단가는 우리가 요구한 인상안 보다 더 올렸다. 물론 몇 가지 공사 옵션을 추가합네한 사탕 발림 내용을 수주 담당은 금세 판단한다.
눈 가리고 야옹이다.
이런 일은 가끔 있다. 나 역시 다른 회사가 수주한 사업을 되받아 온 적이 있으니까. 다만 해약 처리 해서 계약을 했어도 이런 이중 계약은 처음이다.
인생사는 계산기로는 풀 수 없는 수수께끼가 있다. 나와 조합과 인간 관게에 구멍이 났었나보다.

조합장과 임원 여러분을 열심히 어른으로 받들고 도왔지만 새로운 집행부와는 거리감을 둔 게 탈이었나 보다. 조합집행부가 요구 사항을 안 받아준다며 시시콜콜 회사를 씹으면 담당 부장도 몹시 불편하다.

그동안 실무 부장인 내가 조합 관리를 잘못했는지. 그러려니 해도 머리가 지끈 지끈, 가슴이 뻐근해온다.
우리 회사가 투입한 돈이 10억 넘는다. 여우리가 건 소송 결과
'조합은 전 시공사에게 원금에다가 이자를 5% 붙여서 주라.'
조정판결이 났었다.
조합 대의원회에서는
"결코 줄 수 없다. 대법원까지 가자"
의결 했다는 얘기이다. 결심은 좋지만, 우리 회사는 순순히 양보를 못하지.

조합 임원들 집마다 가압류를 걸어 놨으니 그것이 풀리지 않으면 지금
시공회사인 K 건설은 분양할 수 없게 되며 그에 따라 이미 투입한 이주비에 대한 금융이자를 배겨낼 수 없지.
내가 그동안 재건축, 재개발에서 20년 굴렀는데 상대방 회사의 수를 다 읽어낸다. 기다리면 이긴다.
그동안 거의 200억을 투입하고 앞선 계약을 해지도 안하고 덥석 남의 계약을 삼킨 K 건설의 입장도 참 안됐다. 이 바닥에서 서로 건설사끼리 알고 지내는데 내게 연락 조차 없었던 것을 보면 그 회사는 수주 실적에 실무자 명줄이 달려있었나 보다.
너의 회사가 이자 받겠다는 말은 포기하라.
조합장이 은근히 강요하고
양보는 없습니다.
나는 버틴다.
재건축의 조합장들은 대개가 칠 순이 넘은 어르신네이다.
한 말 또 하고 다시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가 하는 말에 지치고 지루 해서
"그럼 한 번 회사에 가서 의견을 나눠 보지요."
하고는 돌아왔다.
사무실에 오니 C 과장은
"대형사건이 있었습니다"
" ...... ?"
"봉급을 20% 감봉하라고 사장이 지시했답니다. 직원들의 분위기가
엉망입니다. 당장 사표를 내느냐. 잘릴 때까지 기다리느냐 갈림길을 선택
하자는 갈등이지요."
그리고 나오기로 한 상여금도 안 나온다고 한다. 저마다 갈등이 생긴 다. 손 놓고 결론 없는 말만 떠돈다. 봉급 20% 감봉이 되면 퇴직금도 따라서 줄어든다. 장기근속자는 1년 연봉이 날아갈 판이다.
어찌 되었든 떠나는 날까지 최선은 다하고 그동안 우리 회사 가족을 먹고 살게 해 준 회사다.
무너지는 산을 누가 막으랴. 깔려서 죽고 더러 살아남겠지.
내일 아침엔 중역회의가 있다. 말이 좋아서 중역회의지 분명히 사장은
일방적인 말만 할게다.
딱한 사장. 말이 사장이지 똑같은 월급쟁 이라서 노심초사가 얼마나 크랴. 자리가 높을수록 걱정도 따라크지.
그나 저나 오늘 있었던 조합일을 담당 이사에게 보고 하니 콧방구뀐다.
“ 황부장이 이자를 물어내소.”













작가의 이전글 겨울나비. 5 빈 자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