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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종원 May 29. 2020

겨울나비. 7붕어빵 장사

부부동업



콧날이 시큰거리고 눈시울이 젖는다. 나는 상도동 현장에서 회사로 내 차를 타고 복귀하는 중이다.
오후 4시 20분을 조금 넘어가는 시간, 라디오 방송은 이런 내용이었다.
직장생활 10년이 되어가는 과장으로 회사의 식당 아줌마나 경비아저씨에게 정다웠고, 휴일에도 회사에 나가서 근무자에게 수고한다는 말을 하고 회사를 돌아보아야 마음이 풀리는 성실한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회사가 어려워져서 퇴직하게 되었다. 그는 집에 와서 아내에게 양복과 와이셔츠와 넥타이는 이제 치우라며 이제 입을 일이 없을 것이란다.
노타이 차림으로 남편은 밖에 나간다. 일자리는 이미 알아볼 만큼 알아보았으나 부질없는 노릇이었고. 길바닥 액세서리 장사나 알아볼까 나가겠다고 한다.
가진 돈은 단 300만 원으로 장사를 하겠다고 한다. 아내는 대학까지 나온 자신이 집안 구석만 지킨 것이 무능인 양 한심스러워 가슴을 치고 다가온 현실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성실하고 사랑하는 남편이 가는 길이 거리의 행상이라면 기꺼이 따라서 할 각오를 말한다. 탄탄했던 직장의 과장까지 했던 사람이 어찌 300만 원밖에 없을까.
하지만 월급쟁이는 모든 것이 가불 인생이다. 집은 융자로 샀고 차는 월부이다. 퇴직금으로 갚고 나면 가진 것이 빈털터리다. 어제의 과장이 오늘은 거리 행상이다.
또 다른 얘기는 이렇다. 난다 긴다 하는 H그룹에 근무하는 과장이다. 상여금이 전혀 안 나오고 봉급도 감봉되어 150만 원 나오던 봉급이 100만 원으로 줄었다.
가계의 지출도 수입에 따라가자니 발레를 배우는 딸애의 학비를 댈 수가 없어서 보내지를 못한다. 아마 아이는 유치원에 갈 나이인 듯. 학원 차가 지나가면 아이는 울면서 보내줘 보내 주어야 하고 엄마는 안돼 안돼 한다.
아이 엄마는 일자리를 얻어서 직장에 나가고 있지만 살림이 어려워서 둘이는 붕어빵 장사를 하겠다고 한다. 시장조사를 했더니 월급쟁이보다 낫다고 한다. 아이 엄마는 남편을 사랑한다 했고 어려운 고비가 있으면 좋을 날이 오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젊은 아낙의 그 말에서 아내의 향기가 느껴졌다. 가족이 붕어빵을 파는 곳이 여기저기 어디 할 둘일까.
내 눈에 흐르는 눈물은 본때 있게 살아보지 못한 채 직장 생활에서 날개 꺾인 젊은 과장들이 지금은 액세서리 행상이나 붕어빵 장사를 하여야 하는 현실의 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온 힘을 다하고, 기다리는 세월이 어디 만만할까 하는 염려가 내 걱정 같기도 했다.
얼마 전 회사를 그만둔 J 과장이 자꾸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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