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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종원 Jun 10. 2020

자서전

선생님 시집 가지 마세요

비가 오네요. 추억 여행 떠날 분위기가 납니다. 오늘 음성 녹음은 컴퓨터에게 부탁해볼랍니다. 
나이가 나이니 자꾸 소리가 목에서 걸립니다. 앞으로 10년 후엔 지금이 청춘일런지. 


원경자 자서전 



원경자 선생님 막내 아들 신준식 씨가 어머님 자서전을 보냈습니다. 정성 가득한 책입니다. 선생님의 일생입니다. 

자서전 몇 군데를 살펴봅니다. 
머리말에서 아드님은 이렇게 적었지요. 

이번에 50+ 재단에서 진행하는 천개의 스토리, 천개의 자서전에 어머님의 자서전을 쓰게 되어 너무 기쁘게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그래도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 어머니의 살아오신 삶의 여정을 한 번쯤 정리해드리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제 어머님은 1931년 5월 28일생으로 대전광역시에서 태어나셨으며 대전 여고 및 대전사범학교를 졸업하시고 20세부터 원동초등학교에서 약 3년간 근무하셨습니다. 충남 덕진구 원동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을 맡으셨는데 1953년 당시 1학년 초등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찍으셨습니다. 기념사진에 있는 1학년 학생인 황종원 군은 당시 선생님의 사랑을 잊지 못해 17년 만에 초등학교를 다시 찾았지만, 선생님은 안 계셨습니다. 





당시 선생님에 대한 그리움으로 '선생님 시집 가지 마세요'라는 글을 쓰게 되었는데 이 글이 한 월간지에 실리고 MBC FM 라디오를 통해서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습니다. 


어머님의 조카분이 이 소식을 듣고 전하게 되어 50년 만에 스승과 제자는 다시 재회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극적인 상황과 추억을 어머님 자서전에 담고자 합니다. 

이후 어머니는 자녀들의 교육을 위하여 서울로 올라오셨고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사셨습니다. 그러다가 2000년 아버님이 지병으로 돌아가신 뒤 어머님은 외로움과 그리움으로 많은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삶의 여정과 인생의 허무함을 생각하면서 사랑의 눈물을 흘리신 것입니다. 인생이 역경이 힘들게 몰아쳐도 모든 것을 인내하시면서 꿋꿋하게 지금까지 살아오신 어머니를 보면서 존경스럽고 또한 강인하시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어머님도 한국의 다른 어머님처럼 평생을 자녀와 가족의 행복을 위하여 사랑으로 헌신하셨으며 이제는 몸도 많이 불편하시지만 여생 편안하고 행복하게 보내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2018년 8월 31일 막내아들 신준식 올림. 
자저선 내용 속에 선생님과 제자의 재회를 찾아봅니다. 
2003년 3월 서울 한 식당에서 재회 당시 기적처럼 선생님과 당시 초등학생은 기억을 더듬어 알아보기 시작하였으며 그 학생은 선생님과 같이 찍은 사진을 갖고 있었습니다. 저도 그 사진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아이의 아버지는 직접 학교에도 왔었고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 멀리서 지켜보던 모습이 이제 흐릿한 기억 속에서 조금씩 되살아납니다. 그 이후로 매년 스승의 날, 명절에 연락이 옵니다. 제가 몸이 불편하여 모든 연락을 잘 못 받지만, 아들이 전해줍니다. 그 초등학생이 이제 백발이 성성하여 칠십 대 노인이 되었지만, 마음만은 초등학생으로 돌아가 구십을 바라보는 선생님에게 여전히 안부를 묻고 있어요. 최근 아들을 통하여 저에게 온 문자 내용을 소개합니다.



어머니께 연락이 안 되는군요. 어머니 제자 황종원입니다. 안부 말씀 전해 올립니다. 한가위를 맞아 가족의 건강과 행운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17년 10월 1일 
제 마음속 선생님 모습을 채워놓고 있습니다. 원경자 선생님의 건강과 평안을 빌면서 크리스마스와 새해 인사를 국민학교 1학년 마음으로 올립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원동국민학교 1학년 원경자 선생님 반 황종원 올림 2017년 12월 24일 
오늘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한동안 독일 함부르크 딸 집에 다녀왔습니다. 선생님 건강은 어떠신지요. 제 마음속 선생님은 청춘이십니다. 그리운 시절 선생님의 그때를 생각합니다. 선생님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 안부 말씀 올립니다. 
2018년 5월 15일 



살다 보면 서로 다른 생각 때문에 다투기도 하고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요. 저는 지금도 가족과 자녀들의 행복을 위하여 매일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한 지혜는 '인내와 배려 그리고 화목'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살다 보면 힘든 부분도 있지만 밝은 부분을 보면서 보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해요.  나이를 먹으니 몸과 마음도 약해지고 욕심도 없어집니다.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책임감으로부터 벗어나고 더 신경 쓸 일 없고 마음의 여유를 갖는 일이 참 좋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오래 살다 보니 손주들이 결혼하는 모습도 보게 되어요. 식구가 늘어나고 새로운 기쁨이 다가옵니다.

결혼당시 연애시절

1953


결혼식 사진 1953


좋은 죽음을 맞이하고 싶어요. 고통스럽지 않고 편하게 이 세상을 마무리하고 싶어요. 얼마 전에 막내아들이 죽기 전 임종 순간에 연명 치료하지 않고 존엄이 있는 마무리를 위하여 '사전 연명 의료 의향서'작성을 권유해서 작성했어요. 너무 홀가분합니다. 많은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TV 에서 재미있는 음악 및 요리 프로 나올 때 재미있고 무엇보다도 아들이 방문해서 같이 식사하고 이야기 나눌 때가 즐겁습니다. 그리고 지나온 세월의 즐거운 순간들을 담은 사진을 볼 때 기분이 좋습니다. 큰아들 작은아들이 집에 오면 가끔 저를 포옹해줘요.


막내 아들과 함께



원경자 여사 회갑 1991

손주들과 함께


본인 팔순연에 참석한 친구들 2010




"사랑해요, 어머니.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하고 말합니다.


큰손주 결혼식 때 2018


이미 다 이루어 특별한 것이 없어요. 제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소소하게 자녀와 손주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이 세상은 충분히 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행복했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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