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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종원 Jun 13. 2020

겨울나비. 19 Happy End

어제는 동료, 오늘은 스타킹 장사꾼

명퇴 1호 J 과장이 11시 50분에 왔다.  점심때 직전이다.  먹고 왔다 하지만 함께 가서 김밥 한 줄을 먹었다.   회사 안 지하상가 김밥 집에서다. 

점심 후  우리는 깜깜한 사무실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절전을 한다고 사무실에는 점심때에는 불을 끈다.  

찾아온 J 과장의 말동무는 내가 맡고  자는 척하는 직원들 몇몇은 듣고 있을 것이다. J 과장은 아는 얼굴 댓 명이 돈을 추렴해서 사무실 하나 차리고 좀 팔릴까 하는 물건을 뽑아서 한번 해볼까 하는 중이라고 했다. 

엔진 오일 첨가제라는 것도 있다. 연료가 30% 절약된다고 말한다. 

"정말이야?" 

내가 물었다. 

"한 10%는 되겠지요." 

J 과장은 자신 없다. 

( 야,  이래서 뭐 팔겠느냐? ) 

"사모님께 좋은 스타킹이 있는데요. 혈관의 흐름을 좋게 해서 다리가 안 아파진대요. 서울대 병원에서도 인정한 겁니다."

(스타킹 신어서 다리 안 아프면 병원 다 망하겠다.)

자는 척하는 직원들도 귀는 열어놓고 있을 것이지만 둘이 하는 얘기를 듣고는 더 자는 척을 한다. 

 다른 직원들은 J 과장이 나눠주는 안 내지를 대강 보고 슬며시 내려놓는다. 

"이것보다 국숫집을 해볼까 해서 장소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단돈 1,500원짜리라고 했다. 

굵은 발이 아니고 시골 잔치국수처럼 면발 가는 국수를 손님이 오면 오는 대로 뜨거운 국물에 말아서 주는 국수라고 말했다. 

오랜만에 반갑다며 남아있던 다른 직원들은 다들 갔다. 

나는 J 과장이 주는 건강 스타킹의 안 내지를 들고서 갈등을 겪는다. 

살까? 말까? 

"얼마래?" 

"8만 원입니다. 두 켤레는 있어야 번갈아 신지요." 

J 과장의 눈이 반짝했다. 

나는 J 과장 말을 듣고 그다음 말은 잇지 못했다. 

J 과장은

 그다음에 다시 회사에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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