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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종원 May 30. 2020

겨울나비. 9 보직 변경

떠난 동료의 빈자리 채우기


명퇴의 제1파가 몰려가고 수선스런 며칠이 지나갔다. 남은 자들은 떠난 자들의 빈자리를 메워야 하니 사장실에서 12명이 보직변경 신고를 했다. 

부서가 통폐합되기도 했고,  다른 부서로 가는 직원도 있고, 현장으로 가는 직원도 있다. 사장은 큰 책상 앞에  섰고 총무차장이 차렷, 경례하니 다들 자동인형처럼 따라 한다. 

 사장은 오늘 인사 명령이 나는 직원들의 명단을 들고 있다. 

 꼴가닥 누군가 침을 넘기는 소리가 들린다. 

사장은 부서장 하나하나 이름을 짚어가며 주의를 주기 시작한다. 


어느 부장에게는

 "두 개 부서가 한 부서로 되니 줄줄이 나간 부서를 바로 궤도에 진입시켜라." 


어느 부장에게는

 "지방 관리부장으로 가서 질서를 잡아라. 만약 못 잡으면 그만둬라." 


어느 부장에게는 

"이번에 사표 받기를 유보했지만 일을 똑바로 못하면 다음에는 바로 조치하겠다." 


어느 차장, 과장에게는

 "새 부서에 가면 목표를 줄 것이고 목표 달성을 못 하면 나가야 한다." 


어느 부장에게는 

"자금과 회계를 통합한 경리를 계속 열심히 하라." 


나에게는 

"재건축을 그동안 잘해왔으니 재개 발부까지 맡아서 수고를 더하라." 


"이번에 발령된 직원 모두에게 이번 부서 배치 후에 일하는 정도에 따라 상응하는 조처를 할 테니 긴장을 늦추지 마라"하고 바싹 조인다. 

다들 굳은 몸을 풀면서 뺨이 얼얼해져서 사장실에서 나왔다. 

다른 부서 부서장이 전화를 걸어왔다. 

"부장님, 부하 직원 많아져서 좋겠습니다." 

내 부서가 8명에서 20명으로 늘어날 판이다. 

늘어날 판이란 말은 부서의 한 개과를 다른 부로 편입될지 아직 정리가 안 되었기 때문이다. 

그 과 5명을 빼도 15명이 된다. 

시간이 지나고서, 사장실에서 있었던 일이 퍼져 나가니 

"덕담을 들었대며요?"

전화가 쏟아져 온다. 덕담? 덕담이었다. 

지방으로 쫓겨가는 부장도 있지만 나는 두 개 부서가 합쳐진 개발사업 2 부장이 되었다. 

재건축과 재개발이 합쳐졌다. 그것은 과거에 내가 늘 하던 업무였다.

 '내가 아니면 누가 해'하며 자신할 정도로 내 전문 분야의 일이기도 했다. 

내가 아직 떠날 때는 아니라는 것인가.  내 의자는 본드로 붙여 놓았나. 재건축 재개발은 몇 년을 두고 할 사업이라서. 아직 쓸모가 있기에?

그나저나 아래 직원들 인원 정리할 때 심적 고통을 누구와 나누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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