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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종원 May 29. 2020

어머니 제가 당신을 죽였습니다

20년 만에 찾은 독후감










‘겨울 나비’를 200꼭지 써 놓았습니다. 하루에 브런치에 3꼭지씩 올립니다. 내 나이 73이고 보니 정신이 가물대니 글을 못 올리지도 못할까 하는 영감 마음입니다.


겨울 나비를 정리하다 보니 ‘어머니 제가 당신을 죽였습니다’라는 글을 눈에 뜨입니다. 혹시 그 책 출간 당시 출판사에서 교보 문고에 올린 글인가 싶어 보니 아닙니다.


여기 브런치와 유사한 사이트가 있습니다. ‘스토리 문학관’입니다. 20년 이상 된 오랜 글쓰기 사이트입니다. 저는 초창기부터 회원입니다. 그 당시 책을 내고는 같은 회원에게 책을 보내드렸는가 봅니다(생각도 안 납니다. ) 책 출간 후 출판사에서 인세 대신에 책 200권을 주었습니다. 그 책을 집에 두어 뭐 하나요. 친지들에게 보내고, 출신 학교에 보내고 국회 도서관, 국립 도서관에 보냈지요. 그 당시 구글이 일본에 지사가 있을 때, 구글에 보냈습니다. 그때 구글에선 책을 모집할 떼 지어. 해서 지금은 구글 북스에 ‘어머니...’를 검색하면 나옵니다.


2001년에 나온 책입니다. 2,000부 출간하고 그만이었습니다. 이름 없는 이 책이 베스트 되는 일은 참 힘듭니다.


그 후 라디오 방송에 그 책 내용과 다른 다음 이야기들이 방송을 탔습니다. 친구가 연락합니다.


“ 방금 잘 들었어.”


혹은 함께 근무했던 직원을 동료 아들딸 결혼식장에서 만나면


“열심히 글을 쓰시네요. 지난번 방송 들었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언제 방송이 나오나요 ”


등등.


돌아보니 몇백만 명이 제 이야기를 들었을 겁니다.


그 참에 어느 날 인터넷 검색을 하니 2008년 네이버에서 5월 가정의 달에 봐야 할 책 18권 중 하나로 뽑혀 있어서 놀랐습니다. 나는 네이버에 아는 사람 없고, 이미 제 책을 시중에서 구할 수 없습니다. 이 바람에


“책 좀 구해줘.”


하는 친지가 있어 인터넷 중고 책방을 검색하니 아직 책이 있네요.




아마 내게서 책을 받은 친지 누군가 그 책을 버리지 않고서 인터넷 중고 시장에 올렸나 봅니다.


버리지 않은 그 마음이 고맙지요.


겨울 나비를 정리하다 찾은 글은 스토리 동호인이 쓴 글입니다.


‘어머니….’에 대한 독후감.


세상에서 제가 받은 유일한 독후감.


하얗게 기억 속에 지워졌던 글을 이제 다시 봅니다.


고맙습니다. 저절로 나옵니다.


여러분들도 책을 내 본 분들은 아실 겁니다.


애썼어. 수고했어야 하는 말은 들어보았어도 책을 읽고서 진정으로 마음을 담고 써준 독후감을 몇 번 받아보았는지요.


나는 그분의 글을 읽어 보고 읽어 보고합니다.


[수필] 어머니, 제가 당신을 죽였습니다(황종원) 님의 책을 읽고서 / 박해옥


어머니, 제가 당신을 죽였습니다. 로 아픈 절규를 외치는 저자는

어머니에게 못다 한 사랑이 안타까워 어머니께 올리는 심정으로 울먹이며 써 내려간 듯 합니다

처음에 제목에서 저는 저자가 큰 잘못으로 어머니를 병들게 했다는 생각 했습니다

그러나 글을 읽어 가면서 폐암으로 괴로워하시는 어머니를 병원에서 심하게 검사를 하고

병원을 조금 잘못 선택한듯한 죄의식에 저자는 몸부림을 치더군요.

"어머니, 제가 당신을 죽였습니다" 하면서 울먹이는 저자의 모습은 비록 뵌 적은 없지만

돌아가신 어머니의 삼우제를 치르고 돌아와 자잘한 유품을 챙기면서 아파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때로 어머니를 내 가슴에 안았을 때 "네게서 아기 냄새가 나" 하시던 말씀도 이제 제게는 눈물입니다.


숙아, 어디에 있소

나는 어디를 향하여 외쳐야 할지 막막했다

거리는 어두워지고 있었다...(본문 중에서) 마음대로 걸을 수 없는 아내가 딸애의 학교에 간 줄 모르고

저자는 미친 듯이 찾아 헤맵니다. 너무나도 사랑하는 마음이 절절히 아픔으로 메아리치더군요

오십 대 중반인듯한 저자는 불구의 아내와 막 군 제대를 한 아들과 이쁜 딸 하나가 가족인 듯 하군요

신혼 생활 23년째라고 말하는 저자는 불행하게도 결혼 10년 만에 아내가 교통사고로 크게 다쳐

지금까지 13년간을 병시중을 하지만 그의 헌신적인 사랑은 지치는 게 아니라 아내가 곁에서

숨을 쉬고 있다는 걸 고마워 합니다

진정 이 시대에 그런 분이 있다니 도저히 믿기지 않지만 소곤대듯 써 내려간 그분의 글로 보아

너무나 다정하고 희생적인 남편이요, 아버지시군요

딸 아이의 남자 친구는 용돈을 보태고 카드를 긁어서 딸 아이의 팔찌를 사 왔다

우리 세대에는 꿈도 못 꾸던 호사가 아닌가

나는 내 첫사랑에게 호떡 한번 양껏 못 사 먹였는데(본문 중에서)

평생을 자영업을 하는 저의 남편은 성실하고 생활력은 따라 올해 사람이 없지만

사실 책을 읽을 시간도 없고 읽기를 즐기지도 않기에 저는 간간이 책 읽은 예기를

어머니가 옛날얘기 해주듯이 저녁 식사 후 식탁에서 곧잘 들려주곤 합니다

지금 단 배추 둔단 사다 소금 뿌려 놓았으니 곧 김치 버무려야 합니다

그런데 이 책도 마저 읽어야 합니다

어제저녁에 하다만 예기를 오늘 저녁에 2편을 기다리겠어 하면서 남편이 출근했으니까요.

산다는 것삶이라는 것, 사랑이라는 것, 사랑을 지킨다는 것, 무엇하나 힘들지 않으리오.

누구나 나름대로 기쁨보다는 아픔이 많겠지요

저도 깎아 세운 절벽 끝에서 조마조마해 가며 힘겹게 살아왔습니다

제 나이 이제 쉰다섯 결혼생활 삼십사 년째 두 아들의 엄마요 한 남자의 아내입니다

월세방 오천 원짜리로 시작된 신혼을 거쳐 이 나이 될 때까지 참 많은 역경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가진 것 보다는 부족한 것이 많았고 남의 큰 아픔보다는 나의 작은 아픔만 비관하며 살았습니다

성미가 급하고 깐깐한 남편을 그야말로 하늘처럼 받들며 내 꿈, 내 인생이란 생각해 본적도 없이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늙는다는 것은 여자에게만 오는 것은 아니라서 인제야 남편은 아내의 소중함을 많이 느끼는 듯합니다.

남편은 된장찌개를 무척 좋아합니다. 그것도 달래를 넣으면 맛있게 먹습니다..

오늘 아침 밥상에서 된장 국물만 떠다 먹는 제 밥그릇에 후딱 한 젓갈 달래 건더기를

집어다 얹어줍니다. 왜, 당신 좋아하잖아요. 당신도 맛있는 건 같이 먹어야지 나만 잘 먹고 오래 살면 뭣하겠어

앞으로 언제나 똑같이 먹읍시다. 당신 맨날 찬밥 먹지 말고 언제나 같이 나눠 가지도록 해요

참 생각지도 못한 변화입니다

완전히 가부장적인 남편은 요즘 젊은이들이 본다면 아마도 같이 살아줄 여자가 없었을 텐데

세월이 남편을 변화시킨 건지 참고 살아온 아내에 대한 사랑인지 아직 그건 모르겠네요!

지금까지의 내 삶을 전 무척 혼자서 대견해하면서 살았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전 무척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하잖은 번뇌에 세월을 허비해 버린 듯 너무나 안타까웠으며

속은 썩였지만 아직은 건강한 남편이 너무나 고맙더군요.

좋은 책을 많이 읽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읽어본 책 중에서 이렇게도 감동적이고 이렇게 아픈 글을

싫증 내지 않고 읽어 본 적도 없습니다.

제가 이 책을 이리 호평하는 것은 이건 소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부모에 대한 은혜와 도리 자식에게 베푸는 사랑과 그리고 바램 아내이기 전에

일생의 동반자로서 보살펴야 하고 참아내야 하는 부부의 이야기,

많은 사람에게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이 읽히기를 바라기에 드리는 말입니다

우린 흔히 남의 아픔을 귀 기울여 들어주지 못합니다

그리고 남의 아픈 글은 더더욱 푸념 같아서 끝까지 읽히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가 무심코 보았던 작은 일들, 누구나 가까운 곳에서 보아온 일들, 아름다운 미사여구가 아닌데도 쉽게 책을 두고 일어설 수 없더군요.

전 이번 이 글을 통해서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우며 읽는 사람들의 혼도 함께 버무려져야만

정말 진지한 글이 될 수 있다는 걸 배운 것 같습니다.


노란 포장지에 살뜰이도 포장을해서 보내주신 황종원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 드리며

사모님의 쾌유를 다시한번 빌며

더욱 더 아름다운 글로 만나뵐수 있기 바랍니다.


...오늘 다시 ‘스토리문학관’에 들어가서 위 분 글을 찾아봅니다. 그 분 이름도 글도 사라지고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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