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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영 Nov 02. 2022

술 마시며 나눈 젊은 꿈들은 어디 갔을까

가라오케 스낵바 사쿠라에 걸린 포스터

昔は安い酒で夢のことばかり話してた。
最近は高い酒で金のことばかり話してる。

예전에는 싼 술을 마시며 꿈 얘기만 했다.
요즘은 비싼 술을 마시며 돈 얘기만 한다.




나는 술을 못 마신다. 당연히 술자리도 좋아하지 않는다. 요즘처럼 술 못마시는 사람을 배려하는 문화도 없던 20~30년전에는 회식이 늘 곤욕이었다. 지금은 회사에서 술자리를 강요하는 것이 '갑질'이란 인식이 많아졌지만, 그 때는 그런 생각 자체가 없었다. 대학시절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선후배,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술잔을 함께 들었지만, 억지로 마시고 토해야 하는 술은 늘 고통이었다.  


그런데 대학시절의 술자리들을 돌이켜보면, 그렇게 괴로운 기억만 남아있는 것은 아니다. 술자리에서 우리는 주로 꿈을 나눴기 때문은 아닐런지.


한 잔에 500원짜리 생맥주와 한 접시에 1,000원짜리 노가리를 안주 삼아 우린 꿈을 이야기했었다. 나는 만화가가 되는 꿈을 꾸었다. 전혀 티도 안 내다가 영화감독이 꿈이란 영문과의 친구도, 느닷없이 시인이 되고 싶다는 물리학과 친구도 있었다. 무엇이 되고 싶은 꿈만이 아니었다. 짝사랑하던 여학생과 잘 되는 꿈, 우리 사회가 좀 더 민주적이고 평등한 사회가 되길 바라는 꿈. 어떤 꿈을 꾸더라도 공감해주고 격려해주었다. 때론, 다투기도 했지만 이내 다시 하나가 되곤 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가진 것으로 우리 꿈은 모두 이뤄진 것일까. 어느 덧 우리의 대화 속에 꿈에 대한 이야기는 사라지고 없었다. 


졸업 직후엔 연봉이 주된 관심사였다. 어디 종합금융은 연봉이 몇 천이라더라, 대기업은 얼마라더라가 관심이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 사회생활이 원숙해지니 주식과 금융상품의 수익률이 중요한 술안주가 되었다. 얼마를 잃었느니 얼마를 땄느니, 푸념도 하고 자랑도 했다.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나서는 부동산 이야기가 뜨거웠다. 어디 아파트가 얼마나 올랐다더라, 어디에 뭘 사두면 좋다더라를 말해주는 친구 주위가 북적거렸다. 각자의 자리에서 안정이 되고나니 만나면 골프 이야기였다. 회원권이 얼마라더라, 그 좋은 골프채는 얼마라더라로 이야기 꽃을 피웠다. 


毎日読みたい365日の広告コピー(매일 읽고 싶은 365일의 광고카피)라는 책에 소개된 어느 포스터의 문구는 바로 그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출처: 毎日読みたい365日の広告コピー 4월14일의 카피


昔は安い酒で夢のことばかり話してた。

最近は高い酒で金のことばかり話してる。


예전에는 싼 술을 마시며 꿈 얘기만 했다.

요즘은 비싼 술을 마시며 돈 얘기만 한다.


마음에 오래 남는 글이라 어떤 비주얼에 담겨 있었을까 궁금했다. 책에 나온 설명을 참조해서 한참을 찾아봤지만, 내 구글링 실력으론 무리였다. 원작 포스터 대신 웹상에서 찾은 건 같은 책을 보고 이 카피에 대해 남긴 일본 블로거들의 포스팅이었다. 수없이 많은 관련 포스팅을 보면서, 한국이나 일본이나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비슷하다는 걸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그리고, 꿈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그만큼 많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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