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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영 Nov 09. 2022

"인생은 초등학교에서 배운 것의 복습"

다이묘 초등학교 폐교 고지 신문광고 (2014)

じんせいは、
小学校で学んだことの復習だよ。

인생은
초등학교에서 배운 것의 복습이다.



140년간 역사를 이어 온 학교가 문을 닫는다. 2014년 3월, 후쿠오카의 다이묘 초등학교(大名小学校)가 타 학교와 통폐합되면서 마지막 졸업식을 하게 된 것이다. 지역의 기업과 개인들의 후원을 받아, 폐교를 알리는 신문광고가 나왔다. 그 헤드라인이, 바로 저 카피다. '인생은 초등학교에서 배운 것의 복습'이라는.


출처: https://tomitaku.net/blog/archives/3035


140년간 지역과 함께 해온 학교. 어떤 집에서는 4대 이상이 19세기에 문을 연 이 학교의 졸업생 일지 모른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이어온 학교가 문을 닫게 되었으니, 이렇게 신문광고를 통해서 모두에게 안녕을 고하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겠다고 느껴진다.   

이곳에서 공부를 마친 많은 졸업생들은 인생의 다음 단계로 나가며 성장했다. 중학교에 진학한 이들은 영어도 배우고, 고등학교에 가서는 미적분도 배웠다. 대학까지 진학한 이들은 더 수준 높은 공부까지 마치고, 사회로 나갔.


졸업한 이후에 더 많은 것을 새롭게 익히고, 더 오랜 기간 공부하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광고의 카피처럼 "인생은 소학교에서 배운 것의 복습"이라는 말이 왜 진실처럼 느껴질까.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진짜 중요한 기본'은 여기서 다 배우기 때문인 걸까.

아이들은 학교에서 글을 배우고, 셈을 배우고, 노래를 배운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을 배운다.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것과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는 것. 남의 것을 탐내면 안 된다는 것도, 성적이 좋거나 부모가 돈이 많다고 남을 무시하면 안 된다는 것도 배운다.


친구가 넘어지면 일으켜 세워줘야 한다는 것을 배우는 것도 초등학교다. 누군가 힘들어할 때 위로해주고, 함께 힘을 모으면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해낼 수 있다는 것도 배운다.

우리는 알고 있다. 어렸을 때 당연하다고 배운 이것들만 잘 지키고 있어도 좋은 사람으로, 좋은 구성원으로 내 역할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그런 의미에서 인생은 어린 시절 배운 것의 복습이다.


우리는 또 알고 있다. 늘 100점을 맞고, 어려운 국가시험까지 통과한 수재들이, 이 기본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사회의 리더가 되어 어떻게 거짓말하고, 어떻게 자기 잇속을 채우고 살고 있는지. 이 세상을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 그런 의미에서 세상은 초등학교에서 배운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숙제를 남긴다.


이 광고는 등장하는 아이들의 환한 웃음만큼, 바디 카피도 마음에 오래 남는 수작이라 여기에 함께 소개한다.




보통, 생각나는 것은 많지 않지만 아예 잊은 적은 없는.

모교라는 것은 그런 걸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3월에 다이묘 초등학교는 없어집니다.

그렇다고 해서 많은 추억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뭔가 쓸쓸하다'고 느껴진다면, 그 뭔가의 정체는 아마 '애정'일 거라 생각합니다.

바로 부모 자식의 관계처럼, 우리들은 평생 다이묘 초등학교의 아이들입니다.


여기서 배운 많은 것을 언제나 잊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 모교로부터의 마지막 숙제입니다.


그런데, 혹시 누구, 교가 3절 기억하고 있니?


오늘, 마지막 졸업식. 140년간 고마웠어,
다이묘 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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