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규영 Nov 08. 2022

변하지 않는 비결은 '계속 변하는 것'

맥도널드 베이컨 포테이토 파이 프로모션 TV광고 (2022)

- 変わんない祕訣は?
- 変わり続けることかな。

- 변함없는 비결은?
- 계속 변화해온 것이려나.




히로스에 료코 VS 히로스에 료코.


2022년 봄, 일본의 여배우 히로스에 료코(広末涼子)가 맥도널드 TV광고에 나온 것이 화제가 됐다. 배우가 광고에 출연한 것이 딱히 화제가 될 일은 아니지만, 당시 광고의설정이나 마케팅 스토리가 독특했기 때문이었다. 맥도널드가 20년전 출시한 베이컨 포테이토 파이의 신규 프로모션 광고였다, '변하지 않는 맛'을 주제로 약 20여년전의 히로스에 료코가 현재의 히로스에 료코를 만나는 내용의 콘티였다.


배우의 젊은 시절의 모습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하는 것은 이제 놀라운 기술은 아니다. 영화 제미니 맨(Gemini Man, 2019)에서는 50대 초반인 주연 배우 윌 스미스의 23살 모습을 모션캡쳐를 활용한 CG로 구현하기도 했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영화 아이리쉬 맨(Irishi Man, 2019)에서는 알 파치노, 로버트 드 니로 등 70대에 접어든 명배우들의 30대 초반 모습을 AI기술기반의 그래픽으로 재현한 바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TV 광고에서도 이런 기법이 활용된 적이 있다. KB라이프 TV광고에서 70대의 배우 윤여정의 20대의 모습을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구현한바 있다.


이 작품은 이런 기술이 아직 널리 알려지기 전에 제작된데다가, 그 대상이 히로스에 료코인 것이 화제가 된 이유일 것이다. 소싯적 일본의 국민여동생의 모습을 TV광고로 다시 불러 낸 것이다. 젊은 소비자에게는 '히로스에 료코 아줌마'의 젊은 시절을 보는 것이 신기했을 것이고, 올드 팬들은 <철도원>, <비밀>, <롱 베케이션>, <속도위반 결혼> 등의 작품으로 사랑받던 그 시절의 그 소녀를 보면서 자신의 젊은 시절을 추억했을 것이다.


출처: 나무위키 / 네이버 영화



벤치에 앉아 맥도널드 베이컨 포테이토를 먹는 두사람의 모습으로 광고는 시작한다. 현재의 료코가 2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제품의 맛에 감탄한다. 갑자기 어린 히로스에 료코가 현재의 히로스에 료코에게 파이를 마이크처럼 내민다. 인터뷰를 하듯 장난스레 묻는 그녀.


広末さん変わんない秘訣は?

変わり続けることだな。


"히로스에씨, 늘 변함없는 비결은 뭔가요?"

"음...계속 변화해온 것이려나"


“심오해~~” 라면서 어린 료코가 감탄을 한다.



TV광고보기: 

출처: 유튜브 ナリナリドットコム編集部 채널



오늘날의 히로스에 료코는 국민여동생도, 시대의 아이콘도 아니다. 20여년 전 '히로스에 현상'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나오는 드라마와 CF마다 화제가 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 와세다대학에 입학했다고, 와세다 출신의 현직 총리가 축하 인사를 건내던 시절이 있었다. 역사의 한페이지로 넘겨진 일이다. 오래전에 전성기를 지나온 그녀에게 주연이 맡겨지는 드라마나 영화는 거의 없다.


그녀의 최근 주요 출연작들 훑어보면 알 수 있다. 리갈하이2에서는 변호사인 주인공과  갈등중인 판사역이었다. 여주인공은 아라가키 유이였다. 부인은 취급주의에서는 주인공인 아야세 하루카의 친구 역할이다. 벚꽃의 탑에서는 주인공의 동료형사 역할이었고, 유니콘을 타고에서는 스타트업을 일으킨 주인공 나가노 메이의 멘토 역할을 했다. 이 작품들 중, 공식 드라마 포스터에 그녀의 모습이 보이는 건, 벚꽃의 탑 한편 정도에 그친다..


출처: 드라마 리갈하이 시즌2 (2013)
출처: 드라마 부인은 취급주의 (2017)
출처: 드라마 벚꽃의 탑(2021)
출처: 드라마 유니콘을 타고 (2022)


빛나는 주인공 위치에 있진 않지만, 그녀가 이런 심오한 카피를 말하는 것이 위화감이 들진 않는다. 히로스에 료코가 배역에 걸맞는 변화무쌍한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배우는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상황에 맞는 연기의 옷을 갈아입으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으니 '계속 변화해 왔기에, 변하지 않는다'는 카피를 말할 자격은 있어보였다.


그런데, 이 광고가 집행되고 1년 정도 후, 예상치 않은 뉴스와 함께 히로스에 료코의 이름이 회자되기 시작했다. 유명 셰프와의 불륜설이 언론에 난 것이다. 처음에는 사실을 부정했으나, 오래지 않아 결국 사실을 인정한다. 이 사건이 터진 후에도 가정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던 남편과의 이혼소식도 전해졌다. 이런 와중에 지인들과 파티를 했다는 보도까지 이어졌다. 그녀가 출연 중이던 광고가 중단됐다. 캐스팅 됐던 드라마와 영화에서도 하차하게 됐다. 변화가 중요한 것이긴 하지만, 국민여동생에서 국민불륜녀로의 변화는 팬들에게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다시, 좋은 변화의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계속 변해야 한결 같은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이 어디 배우뿐이 아니다. 음악가도 자기복제를 하지 않고 성공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한다. 비슷비슷한 음악을 만들어내는 음악가는 잠시의 트랜드에 편승할 수는 있어도 오랫동안 생명력을 이어갈 수는 없을 것이다.  


성공한 아이돌그룹도 대중이 질리지 않도록 새로운 컨셉을 고민하고 연구한다. 한때 큰 사랑을 받았지만 적절히 진화하지 못하고 관심밖으로 사라져간 아이돌팀은 손에 다 꼽을 수 없을만큼 널렸다. 최고의 운동선수도 자신을 분석하고 도전하는 상대와 맞서기 위해 변화를 꾀한다. 정상에 오르는 것 보다 지키는 게 더 어렵다고 한다.  비지니스의 세계도, 마케팅의 세계도 한번 성공한 방식이 다음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소설을 쓰거나 에세이를 쓰는 작가들, 광고문안을 만드는 카피라이터에게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색깔을 잘 살리면서도,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결과물을 내야하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똑같은 방법의 재탕은 피해야한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계속 노력하고 변화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변해야 변하지 않는다'는 역설은 정상에 선 톱스타들 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평등하게 적용된다.


(2022년 가을에 쓴 글을, 2023년에 다시 수정,업데이트 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전기여, 동사(動詞)가 돼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