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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영 Feb 20. 2023

내가 인생을 바꾸지 못한 이유

혼다 그린 머신 캠페인 인쇄광고 (2010)

로또 1등 당첨확률은 약 800만분의 1. 사람이 번개에 맞을 확률 60만분의 1 보다 무려 13배 이상 어려운 일이다. 그만큼 그 '1'이 차지하는 행운은 거대했다. 사람들은 로또로 인생을 바꾸려고 했다. 로또 시행 초기, 400억원의 당첨자가 나오면서 그 행운을 차지하기 위한 행렬에 사람들은 열광적으로 동참했다.   


하지만, 거액의 행운을 거머쥔 당첨자들 중 상당수가 거액을 탕진하거나 가정불화에 시달리며 불행의 늪에 빠져들었다. 살인사건에 휘말린 경우도 보도됐다. 게다가 사행성 논란이 커지면서, 로또의 당첨금 수준이 현저히 낮아졌다. 로또가 인생을 바꾸는 매혹적인 방법이 되지 못한 지 오래다.


유튜버가 되는 방법은 어떤가. 최근 가장 각광받는 인생 개조법 중 하나다. 회사원들의 2대 입버릇이 '나 퇴사할래'와 '나 유튜브 할래'다. 그럴만 하다. 포브스 코리아는 2022년 한국의 유튜버 중 수입 1위(연예인이나 셀럽 제외)는 게임채널 계향쓰(GH'S)이며 추정 연소득은 52억원 정도라고 보도했다. 영상 제작외의 부대 수입까지 생각하면 순위에 오른 유튜버들은 천문학적인 소득이 예상된다.  


출처 : https://jmagazine.joins.com/forbes/view/336589


그러나 명(明)이 강할 수록 암(暗)도 짙다. 대부분의 채널은 수익화를 시작조차 못한다. 수익화가 된 채널도 지속하기가 어렵다. 운영하던 채널이 잘 되자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을 시도했다가 포기하는 사례들도 널렸다. 그러면서 손쉽게 다른 채널을 베끼는 방법으로 돈을 번 유튜버도 생겼다. 아쉽겠지만 이 방법도 끝났다. 2월 중순, 자신의 콘텐츠를 도용당한 한 유튜버가 도둑질로 돈을 번 채널들을 폭로하면서, 신사임당으로 인기를 모았던 주언규PD까지 공공의 적이 되는 사태가 터졌다. 유튜브로도 인생을 바꾸기 쉽지 않다.




인생을 바꾸는 법을 조언해주는 광고는 없을까? 10여년 전에 나온 혼다의 '그린머신 캠페인' 신문 광고가 힌트를 준다.



ふだんを変える。
それがいちばん
人生を変える。

일상을 바꾼다.
그것이 가장
인생을 바꾼다.



2008년에 시작한 이 캠페인은 환경 보호와 자동차의 즐거움을 모두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TV광고, 신문광고와 각종 프로모션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를 전개한 친환경 캠페인이다. 이 문구는 그 중 한 인쇄광고에 담긴 카피이다.


많은 이들은 자신의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바뀌기를 원하지만, 우리 삶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일상이 쌓여서 인생이 된다는 교과서적인 대답 외에 지름길은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지름길인줄 알았던 것이 실상은 엄청난 댓가를 치루고 가야 하는 힘든 우회로가 되는 경우는 너무나 많다. '쉽게 돈 버는 법'이나 '쉽게 성공하는 법' 같은 종류의 책이나 콘텐츠는 가급적 손 대지 않는 편이 좋다. 차라리 인생을 바꾸려 하지 말고 자신의 기준과 속도를 즐기는 편이 나을지 모른다.


진짜 성공한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인생을 바꾸는 법은 의외로 별 거 없다.


조금 일찍 일어나라.

아침 식사를 해라.

운동해라.

청소해라.

물을 더 마셔라.

메모해라...


평범하고 지루해도 결국 일상의 작은 것을 바꿔 인생의 진로에 1도라도  변화를 주라고 한다. 그리고 그것이 꾸준히 지속되면 언젠가는 그 1도 의 차이가 엄청난 좌표의 변화를 준다는 것. 같은 곳에서 출발한 두 비행기의 행로가 1도 차이가 나면 하나는 미국 뉴욕으로, 다른 하나는 브라질 상파울로로 간다는 유명한 이야기도 있다.



내 앞가림도 벅찬데, '인생 바꾸는 법'을 논한다는 것이 민망하다. 나부터 일상의 작은 것을 바꿔보자. 몇가지 아이디어를 생각하다 보니 오래전부터 해 보려고 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일들이 떠오른다. 시도조차 못한 것도 있고, 시작은 했으나 꾸준히 못한 일도 있다. 아니, 많다.


아, 내가 인생을 바꾸지 못한 이유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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