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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 맛나러갑니다 May 04. 2021

맛집 불모지 명동에 생긴 회현식당

이자카야 이치에에서 오픈한 세컨드 브랜드

어릴적 명동은 엄마의 뜨개질 실과 책 쇼핑을 하고 난 후, 신세계 백화점 - 남대문시장을 들렀다가 명동교자에서 칼국수 먹고 집에 가는 곳이었다.

명동교자에서는 조가 들어있는 밥을 조금 주는데 엄마는 그 밥에 칼국수 국물과 만두를 하나 넣어 나에게 줬었고 나는 그걸 꽤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충격적인건 거의 35년후 쯤 직장생활을 위해 다시 명동에 터를 잡았을때도 명동에 맛집은 명동교자 밖에 없었고, 심지어 어느 날 가보니 맛이 약간 변해 있어 더 이상 옛날 그때의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곳이 아니었다.

업무 특성상 점심 미팅이 많은 나는 다행히 사무실 근처에서 점심 먹을 일이 아주 많지는 않았으나 매 한끼 한끼가 매우 소중하기 때문에 점심 미팅이 없는 날이면 어디가서 밥 먹어야 하나 고민의 연속이었다.

그러던 중 SNS 여기저기서 매우 정갈한 한상을 내어 주는 집이 자꾸 보이기 시작했고 찾아보니 명동이 아닌감? (물론 명동이라고 하기엔 좀 멀다. 사무실에서 걸어가다 보면 숨.... 숨이 차다... 40대라서 그런거 아니고 젊은 친구들도 숨차했다...)

바로 연락해 가오픈 기간 운 좋게 예약이 되어 가보게 되었다.

점심에는 별도 메뉴는 없고 한상에 27,000원 하는 일식 한상이 나온다.

회-절임-구이-조림-튀김까지 다양한 종류의 생선을 다양한 조리법으로 만든 한상이 나오는데 평소에 음식 여러가지 놓고 먹는걸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정말 너무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요리들과 너무 잘 어울리는 찰진 밥! 평소 밥보다 반찬을 더 많이 먹지만 이 집에서 만큼은 계속 고민하게 된다. 아....다 먹어도 되나...  

점심은 메뉴가 따로 없고 이렇게 한상이 차려져 나온다. 이건 처음 가오픈때 사진이고 최근에 갔을때는 전복내장이 양이 더 많아졌다 ^^


그리고 이 밥 위에 올려진 전복과 내장. 찰진밥과 같이 먹으면 세상 꼬숩다. 아무래도 밥 지을때 뭔가 다른 물을 넣는 것 같다. 한국에서 밥 젤 잘한다는 쿠쿠도 저런 밥은 못 만들던데 이건 분명 물이다. 여하튼 밥과 함께 먹기 좋은 반찬들은 모두 다 맛깔나지만 메로조림 이런건 아는맛이라 그냥 맛있는거고 나의 원픽은 굴절임. (봄이 되어 지금은 문어절임이다) 올리브유에 해산물을 절여 먹는건 상상도 못해봤는데 꽤나 조화롭다. 글고 같이 절인 저풀... 시래기인듯 아닌듯 뭔가 다른거 같은데 애니웨이, 그것도 밥이랑 먹으면 너무 색다르고 맛있다.


밥위에 듬뿍 올려져 있는 전복&내장과 나의 회현식당 최애 반찬 문어절임(겨울엔 굴절임)

밥을 다 먹고 나면 후식을 내어 주시는데 항상 아이스크림이다. 맛은 갈 때마다 바뀌는데 지금까지 마카다미아, 녹차 먹어본 것 같다. 양은 많지 않고 담백한 음식 먹고 입가심하기에 딱 좋다. 아 그리고 여기는 점심도 1부, 2부로 나눠져 있어 1부는 1시 20분까지다. 시간이 정해져 있음 시간에 쫓겨 허겁지겁 먹을 것 같은데 희한하게 이 집에 오면 굉장히 여유있게 천천히 밥먹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아껴먹고 있었던건가...) 이후 시간 여유가 있다면 (나는 삼실 복귀해야 해서 한번도 그렇게 못해봤다. 삼실까지 15분 정도 걸리더라) 뒤에 있는 피크닉 가서 커피 한잔해도 좋을 것 같다. 산미 덜한 진한 커피 좋아하는데 피크닉 커피는 진하고 라떼로 마셔도 맛있다.


디저트로 나오는 아이스크림.

 

한상에 27,000원이면 직장인 점심으로는 부담스러운 가격일 수도 있지만 한 달에 한번 정도 괜찮지 아니한가? 나는 맛있으면 비싸도 괜찮다 주의라 이 집에서 밥먹고 돈 아깝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들지 않았다. 그런데 또 그러고보니 이 주변에 회사가 별로 없기도 하지만 가격 때문에 그런가 직장인들 보다는 외지인(?) ㅋㅋ 느낌 나는 분들이 더 많기도 했던 것 같다.


예약 필수이고 지금 예약하면 빠르면 3주 뒤 정도 예약이 가능한 것 같다. 나는 그래서 갈 때마다 다음 예약을 그냥 잡는다. 그래서 한달에 한번 정도 가게 되는 것 같다. 멤버는 일단 날짜가 정해지면 그때가서 모집한다. 저녁 예약은 좀 더 쉬운 것 같긴한데 저녁엔 이자카야로 운영돼서 저 맛있는 한상을 만날 수는 없다.


평소 간이 세고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는 분이면 이 집 음식이 조금 슴슴하다고 느낄 수도 있고 고기파들은 가면 안된다. 고기 한점도 없다.

나의 미각은 비교적 예민한 편이라 재료맛을 많이 살린 음식도 좋아하는데 이집 국은 내 입맛에는 좀 많이 짜고 나머지는 딱 적당했다.


좁은 골목길을 지나 오르막길 (가는길이 계속 오르막길!) 끝에 보이는 붉은색깔의 회현식당

주차할 곳은 정말 없고 (창밖에 보이는 차는 사장님 차로 추청되는데 나갈때 좁은 내리막길을 거꾸로 내려가셔야 할거다) 근처에 유료주차장이 몇개 있다. 부원주차장이라는 곳이 지상 주차장이라 좀 쾌적해 보였고 가능한지는 잘 모르겠는데 피크닉에 세우고 내려와서 밥먹고 식후에 다시 올라가 커피 마시면 될 것 같다. 나는 명동역에서 걸어가는데 한 15분 정도 걸리고 명동역에서 회현역이 꽤 길다 길어.


아 그리고 예약을 해두면 당일 아침9시경에 식당에서 예약 확인 전화를 주신다. 꼭 받아야 한다. 두번 안받으면 예약 자동 취소라고 한다. 저장하자 식당번호.


<회현식당>

주소: 서울 중구 퇴계로2길 9-8

연락처: 02-318-8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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