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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 맛나러갑니다 May 04. 2021

맥도날드와의 추억

브랜드 로열티가 매우 높은 나는 30년째 맥도날드를 찾고 있다.

1987년, 치킨버거. 나의 맥도날드와의 첫 만남이다. 7세 인생 사는 동안 패스트푸드를 먹어보지 못해서 그런 건지 맥도날드가 너무 맛있었다.


당시 우리 집은 홍콩에서 막 살기 시작한 때였는데 내가 살던 곳은 폭푸람이라고 산자락에 아파트만 우르르 몰려 있는 주거지역이라 맥도날드는 시내에 나갈 때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고, 심지어 엄마가 매번 맥도날드를 사주는 것도 아니니 시내에 갈 때마다 먹을 수 있는 음식도 아니었다. 그러니 맥도날드에서의 경험은 소중할 수밖에 없었다.

치킨버거로 시작해 피쉬버거, 치즈버거, 빅맥과 애플파이를 즐겨먹던 그 어린이는 메뉴 선택에 있어 꽤 고지식한 어른으로 성장해 아직도 그 메뉴 외에 새로운 것은 시도를 잘 안 하지만 여전히 맥도날드는 나의 최애 패스트푸드점이다.


“오늘부터 3,100원이라고요?”

고1 때부터 고3 때까지 하루 8끼 정도를 해치운 나는 17킬로가 쪘고 눈코는 사라졌으며 교복은 매년 샀다.

고3 때 다니던 논술학원은 버스를 타고 가야 했는데 집 앞 버스 정류장 앞에는 맥도날드가 있었다. 수중에 3천 원이 있던 나는 맥도날드에 들러 “빅맥세트 커팅해서 포장해주세요!”라고 하고 3천 원을 건넸는데 오늘부터 가격이 인상되어 3100원이라는거 아닌가! 다른 버거 세트로 변경하려고 했는데 ‘아뿔싸, 커팅 요청했지... 아니 언제부터 버거를 커팅해서 먹었다고 허흐허흑흑.’ 결국 예쁘게 두 조각으로 커팅된 빅맥 단품만 들고 집에 온 기억. 아직도 그 부끄러운 기억이 난다. 체크카드가 있던 시절이면 이런일도 없었을텐데 쳇.



“차 안에서 먹는 치즈버거가 젤 맛있다”

우리집은 내가 고3 2학기때쯤 분당으로 이사를 했다. 전학은 갈 수가 없었고 등하교길은 너무 멀어 집에서 왕인 고3의 등하교는 둘째 언니가 맡게 되었다. 하굣길에 우리는 거의 매번 맥도날드에 들러 집에 가는 먼 길 치즈버거 세트를 사 먹었고 한 두 번 해보니 차에서 먹는 실력이 늘어 케첩도 찍어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콜라컵 뚜껑을 뒤집어서 끼우고 거기에 케첩을 짜면 된다. 조수석에 앉은 사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뚜벅이 대학생 시절을 지나 운전을 시작한 직장인이 된 지금 여전히 맥드라이브를 종종 이용하고 있고 혼자라 케첩은 건너뛰어야 하지만 매우 야무지게 한 끼 식사를 때우곤 한다. (이젠 간식 아니고 끼니로 먹는다. 하루 8끼는 먹을 수도 없고 먹을 시간도 없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고 이따금씩 이런 사고도 난다.


“랩탑 가방 속엔 피쉬버거 한가득”

이달 초 13년 만에 한국에 피쉬버거가 돌아왔다. 애정 하는 피쉬버거가 다시 돌아와 너무 반갑다. 피쉬버거는 치즈버거와 함께 어릴 적부터 나에게는 짬짜면 같은 존재였다. 13년을 한국에서 먹지 못했으니 해외여행이나 출장길에는 항상 맥도날드부터 찾았다. 해외여행은 일부러 시간 내서 갔고 독일 출장길에는 살기 위해 갔다. 독일 음식은 왜 다 하나같이 맛이 없는건가! 애니웨이, 다행히 피쉬버거가 없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었고 (적어도 내가 방문한 도시엔 다 있었다) 그렇게 가끔씩 먹어서 그런지 더 그립고 그리웠다. 맥도날드가 입점해 있는 공항에서는 비행기 타기 직전에 항상 피쉬버거를 먹고 탔고 홍콩같이 비행시간이 비교적 짧은 곳에서 귀국할 때는 여러 개 사서 가방에 들고 왔다. 맥도날드 테이크 아웃해서 차에서 먹어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맥도날드 의외로 냄새가 강하다. 핸드캐리한 나의 랩탑 케이스(나는 바퀴 달린 트롤리를 가지고 다닌다. 버거를 넣을 공간이 넘쳐난다 후후훗)에서 맥도날드 특유의 그 튀김 냄새가 스멀스멀 새어 나왔겠지만 부끄러움과 미안함은 잠시. 나는 이거 한국에 가지고 가야 합니다 여러분!

공항 라운지에서도 부끄러움은 없다. 나는 먹는다!

1987년부터 다녔으니까 올해로 맥도날드와의 인연을 맺은지도 벌써 34년이다. 생각해보니 살면서 다른 햄버거 체인은 거의 안 간 것 같다. 버거킹 정도 좀 간 것 같고 롯데리아는 평생 10회 미만으로 간 것 같다. 나는 브랜드 로열티가 꽤 높은 사람이라 한번 입문한 브랜드 이탈은 거의 없으며 새로운 브랜드에 쉽게 잘 빠져들지도 않는다. 어릴 적 가장 처음 알게 된 패스트푸드 버거집이 맥도날드여서 그런 것도 있지만 30년 넘게 꾸준히 애정하고 있다면 여기 맛집 아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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