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음식을 오마카세로 내어주는 곳
첫 방문은 오래 알고 지낸 기자와 함께였다.
그녀도 취재로 알게 됐다 단골이 된 곳이라 했다. 가기 전 미리 공부 좀 해보려고 검색을 했는데 포스팅이 거의 없는 게 아닌가! 맛집이 진짜 맞나 반신반의 상태로 식당에 도착한 나는 이후 여러 번 놀라게 된다. 잠원동 빌라들이 즐비한 조용한 골목 안쪽에 위치한 식당은 들어갔더니 좁은 식당 안이 중년 아저씨들로 꽉 차 있었다. 그 순간, ‘아, 여기 맛집이네’ 느낌이 딱 왔다.
메뉴판은 없다. 샐러드로 시작해 메인 그리고 식사까지 사장님이 알아서 내어주시는데 해산물과 육류가 적절히 섞여있어 고기파와 생선파가 한 자리에 모여도 모두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또는 나처럼 식탐이 많아 이것저것 다 먹고 싶은 사람에게는 여기만큼 만족도 높은 곳도 없다.
음식은 많이 먹어보고 경험해봐야 안목이 늘어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곳은 참 감사한 곳이다. 매번 그때그때 가장 맛있는 싱싱한 제철 재료로 만들어낸 음식을 내어주셔서 나의 음식에 대한 안목을 한층 더 높여준 곳이다. 자연스럽게 제철음식에 대한 지식도 쌓였다. 새조개, 주꾸미, 방어가 나오는 철이면 자연스레 미로키친이 생각났고 분기에 한 번은 꼭 찾아가게 된다.
나는 대식가는 아니다. 항상 미식가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 곳에만 오면 나의 위가 엄청난 힘을 발휘해 나를 ‘미대식가’로 만든다. (종종 갔더니 늘어난 위 사이즈가 디폴트가 된 것 같다. 요즘 정말 많이 먹는다...) 사장님은 손이 정말 크다. 깨작대는 사람 말고 뭐든 많이 잘 먹는 사람과 가자. 칭찬받을 거다.
미로키친은 사장님 한분이 모든 요리를 하시고 서빙 도와주시는 이모님이 한분 계신다. 사장님은 낯가림이 꽤 심하신데 한두어 번 만나면 세상에 이렇게 정 많고 손 큰 사람도 없다. 뭐든 듬뿍듬뿍 담아주시고 가끔 요리에 대한 얘기도 많이 해주시는데 그때만큼은 눈빛이 반짝반짝하는 게 얼마나 이 일을 사랑하시는지가 느껴진다.
요즘은 정말 다양한 종류의 오마카세 (주인장이 마음대로 내어주는 음식) 식당이 많다. 금액대도 높아 대부분 10만 원을 훌쩍 넘으며 고급 음식 취급을 받고 있다. 미로키친은 1인당 70,000원에 6-7가지의 음식이 나오는데 비싸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나오는 양과 맛 (특히 사장님의 개성!) 그리고 사람 사는 냄새 물씬 풍기는 분위기 생각하면 나는 가성비 좋고 이게 진정한 오마카세라고 생각한다. 나도 소개로 갔다 단골이 되었고 데리고 간 모든 사람들이 함께 사랑하게 된 이곳, 숨겨놓고 싶으면서도 자랑하고 널리 알리고픈 내 최애 맛집 중 한 곳이다.
<미로키친>
주소: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95길 48-39
전화: 02-544-8818
주차: 가게 앞 또는 가게 지나 길끝 우측 발렛부스
일요일은 안 하고 월-토 저녁 영업만 한다. 예약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