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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 맛나러갑니다 May 14. 2021

나의 상상을 요리로 만들어주는 제육원소

밤에는 멋진 주점으로 변신하는 제육볶음 맛집

메뉴판이 복잡하다. 요리 이름이 적혀 있는 게 아니고 x축에는 조리법, y축에는 재료가 쭉 나열돼 있는 표를 보내 주신다.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해 y축에 있는 쇠고기, 닭고기, 새우, 오징어, 채소 등의 재료를 구이, 무침, 튀김, 국물 등으로 만들었을 때의 조화를 떠올려본다.

세 가지 기본 메뉴를 제외하고는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준다  (출처: 제육원소)

식당에 도착하면 내가 정한 메뉴들이 하나씩 나온다. “훗. 오늘도 다 성공이네.” 내어주시는 요리를 맛볼 때마다 안도하고 뿌듯해진다. 자주 가도 질리지 않는 게 같은 재료라도 조리법만 바꾸면 또 새로운 요리가 탄생한다. 그 재미가 쏠쏠하다.


나는 여러 종류의 요리를 맛보는 걸 좋아한다. 대부분 메뉴가 다양한 곳은 주점인데 참 슬프게도 나는 술을 못 먹고 안 먹는다. 몸이 거부하고 맛도 없다. 그래서 술꾼 멤버들을 모아 본다.


술은 미각을 마비시킨다. 후반부에 먹는 음식은 뭘 먹어도 다 맛있다. 술꾼들의 음식 평은 퇴근 후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식당에 도착해 미각이 마비되기 전 까지만 참고한다. 아직까지는 칭찬만 받아봤다. 사장님의 요리 솜씨가 큰 몫을 했겠지만 내가 정한 메뉴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시그니처 메뉴인 제육볶음은 고수 또는 참나물을 올려주신다. 독특한 맛이다.
떡볶이는 나의 소울푸드라 항상 주문한다. 꽤 맵다.
오징어는 튀김으로 먹어도 맛있고
생물 상태가 아주 좋은 날에는 사장님이 데침으로 권해 주신다.
새우는 어떻게 먹어도 맛있지만 이 볶음은 최고로 맛있다.
채소는 전으로 먹는다. 육전이 더 맛있다.
따로 요청하면 김치볶음밥도 만들어 주신다.
예전에 메뉴에 소세지가 있었던거 같은데 그때 찌개 주문했더니 부대찌개 나왔다.

위치는 굉장히 애매한 곳에 숨겨져 있다. 장충동 대표 맛집 태극당과 평양면옥 사이 블록에 있는 제육원소는 대부분이 도착해 가게 앞을 그냥 지나칠 정도로 간판도   보인다. 차를 가져갈 경우 영빈호텔에 세우면 되는데 여기도 찾아가다 길을   찾을 가능성이 매우 크며 골목 하나 잘못 들어가면 눈물   같은 좁디좁은 골목이 나타나니 조심하자.


사장님 혼자 요리하시고 자리는 3 테이블 정도밖에 없다. 예약은 필수. 메뉴는 여러 번 방문해, 조리법을 바꿔가며 다양한 요리를 즐겨보면 좋다. 생각난 김에 오랜만에 가봐야겠다.

지나치기 쉬운 비주얼이다.

<제육원소>

주소: 서울 중구 장충단로7길 12-1

연락처: 0507-1310-7873

영업시간: 평일 11:00-14:00 / 18:00-22:00 (일요일, 공휴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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