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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버리KAVORY Oct 17. 2023

뭉티기, 그 쫀득함에 대하여

치아 보험이 필요한 이유

부쩍 주변에 대구 출신 지인들이 많아졌다.

모두 맛집을 찾아다니기 좋아하다 보니

대구에 뭉티기를 먹으러 가자는 이야기도 왕왕 나오곤 했다.


요즘 맛집 씬에서 '성시경의 먹을텐데'와 함께 가장 영향력이 있는

유튜브 채널 '풍자의 또간집'에서 소개가 되어 웨이팅이 끊이질 않는 곳이 있다.

바로 대구 '왕거미식당'.


너무 가보고 싶은 곳이지만 여전한 웨이팅 행렬에 쉽게 도전하지 못하고,

대구 지인이 대구보다 맛있다고 추천한 서울의 뭉티기 맛집, 양재동 '자인 뭉티기'를 찾게 되었다.

<양재동 '자인 뭉티기'>

뭉티기는 육사시미와 분명 다른 음식이라 할 수 있다.

소에서 지방이 가장 적은 부위인 우둔살을 사용한 뭉티기는

뭉텅뭉텅 썰어낸 그 모양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주로 다진 마늘, 고춧가루, 참기름을 섞어 만든 양념장에 찍어먹는다.

육사시미와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당일 도축 생고기만 사용한다는 점이다.

모든 육류는 도축 직후에 사후강직이 일어난다.

말 그대로 죽은 이후(사후)  단단해지는(강직) 현상인데,

사후강직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대부분 도축 이후 유통 초기 과정에서 발생한다.

당일 도축한 고기만 사용하는 뭉티기는 그래서 쫀득하고 찰기 있는 식감을 갖고 있다.

신선도 최상의 음식이라 할 수 있다.

사후강직을 지나면 점차 조직이 부드러워지고 풀어지는데

구이용 소고기, 특히 두툼한 스테이크로 쓰는 소고기는

의도적으로 조직이 풀어지도록 숙성기간을 길게 가져간다.


그래서 진짜 뭉티기집들은 도축장이 쉬는 주말에 영업을 할 수가 없다.

물량 확보가 가능한 곳은 토요일까지 영업을 하지만

일요일까지 영업을 하는 곳은 이미 숙성이 되며 본연의 맛을 즐기기 어렵다.


이번에 다녀온 '자인 뭉티기'는 이미 양재/강남 지역 직장인들에게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는 뭉티기 전문점이다.

경북 경산에 위치한 '자인면'의 지명에서 이름을 따온 '자인 뭉티기'

자인면에 뭉티기를 파는 곳이 유독 많이 몰려있다.

양재동 '자인 뭉티기'도 당일 도축한 한우를 받아 판매를 하고 있다.

도축을 하지 않는 토요일에는 1일 숙성된 고기에 양념을 해 양념 뭉티기로 더 많은 양을 제공한다고 한다.

< 자인 뭉티기 메뉴판 일부 >

'자인 뭉티기'의 가장 큰 매력은 첫째로는

당연히 뭉티기 맛이지만 1인당 5.5만 원의 코스와 해당 코스를 시켰을 때 제공되는 술과 음료의 가격 구성이다.

코스를 주문하면 인원수에 맞게 뭉티기, 한우 구이(차돌박이/등심 포함), 뭉티기 초밥, 소면까지 제공된다.


게다가 코스 주문 시, 소주/맥주/음료를 2천 원에 즐길 수 있으니 직장인들의 회식 성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자인 뭉티기의 뭉티기>

쫀득한 식감에 씹으면 씹을수록 입안에 퍼지는 육향에 소주가 절로 들어간다.

이어 나오는 한우 모듬 구이도 나무랄데 없는 양과 퀄리티를 보여준다.

<자인 뭉티기 5.5코스에 포함된 한우 구이>

'자인 뭉티기'를 함께 다녀온 지인들도 모두 만족했고, 모두 재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대구의 '왕거미식당'이 궁금하기도 하지만

이곳에 대해 불친절, 위생, 웨이팅까지 갑론을박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예약해서 이용할 수 있고, 깔끔하고, 구성도 알찬 '자인 뭉티기'를 대체할 수 있을까?


대구를 간다면 꼭 다녀와서 이 글을 곱씹으며 비교를 해보고자 한다.

그나저나 뭉티기 오래 먹으려면 치아 보험부터 체크해야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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