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발전시키는 관계

선물 뽑기 2회 추석이야기

by 구뜨마망



단순한 운 게임으로 선물을 뽑는 방식.

지난 설날부터 시작해 이번이 두 번째다.

가족들이 각자 선물을 준비해 본다.

누군가에게 꼭 어울릴 물건을 고르고,
그 사람이 뽑기를 은근히 기대해 본다.
포장은 어떻게 할까 고민하면서,
명절이 다가오는 시간이 조금은 기다려지기도 한다.

사실 선물은 뽑히는 순간의 기쁨보다
준비하는 과정에 더 많은 마음이 담긴다.



신기한 건, 지난 설날에 꽝을 뽑았던 사람들이

이번 추석에도 어김없이 또 꽝을 뽑았는데

그런 작은 우연이

어쩌면 가족의 관계를 이어주는 힘이 되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거실 한편에 놓인 선물들을 보며,
준비한 사람의 마음이 전해졌다.
누군가의 손길과 정성이 담긴 포장만으로도
따뜻함이 번져왔다.




엄마는 말했다.
“낭비야.”

“다 쓰레기야.”

그 말은 사실, 이번에 선물을 준비하지 못하셨다는
스스로의 아쉬움 속에서 나온 말이었다.
준비하지 못한 마음을 감추듯,
애초에 무의미한 일이라고 잘라내 버리신 것이다.

결국 모든 게임에 참여하지는 않으셨지만,
엄마는 자신 있어 보이는 한 가지 게임에는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셨다.
그리고 조카가 준비한 개구리 머리띠를 뽑으시더니,
머리카락이 빠져서 신경 쓰였는데 딱 맞는다며
다음 날까지 계속 쓰고 계셨다.

나는 왜 이런 엄마의 반응에 아직도 힘이 풀릴까.



심리학적으로 보면, 엄마의 말과 행동에는 몇 가지 단서가 있다.
무엇보다 엄마는 결과에 집중하는 사람이었다.
놀이의 과정이나 웃음보다
무엇을 얻었는가, 손해인가 이득인가에 초점을 두셨다.
그 시선은 삶의 방식과도 닮아 있다.
가난했던 시절, 허투루 쓸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성과 없는 건 무의미하다는 믿음이 자리 잡은 건 아닐까.

물론 그 시대가 절약과 실용을 중시하게 만든 건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부모가 다 그렇게만 반응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 엄마는 특히 결과와 효율에 더 무게를 두셨다.
그래서 “낭비야”라는 말이 내겐 더 크게 다가왔던 것 같다.

또 어쩌면 방어의 언어일지도 모른다.
참여하지 못하거나 잘 모르는 상황에서

애초에 무의미하다고 잘라내는 방식.
그런데 막상 자신 있는 게임에는 누구보다 적극적이었고,
마음에 드는 선물을 뽑으니 누구보다 기뻐하는
그 모습은 나에게 이기적으로만 보였다.

가족과 함께하는 즐거운 순간에서도
엄마의 초점은 ‘함께 즐기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이기는 것’에 맞춰져 있었다.
결과만 중시하는 엄마의 관점이
나를 더 서운하게 만들었다.



보이지 않는 정서의 가치를 가볍게 여기는 말.
그 말이 유독 나를 아프게 한다.

더 아픈 사실은 엄마의 의도가 나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여전히 그 말에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
아마도 그래서 나는 부모-자녀 관계에 집중하는 것 같다.

말 한마디, 태도 하나가 아이의 마음에 오래 남고,
정서의 무게가 생각보다 깊게 스며든다는 걸
내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KakaoTalk_20251010_181500707_01.jpg 선물 뽑기 1회 설날이야기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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