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를정한일 Jan 17. 2021

결혼은 비추, 아이는 강추

육아는 힘들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쉬운 육아는 없다.  


우리 부부의 첫 째 딸 육아는 특히 더 힘들었다. 신생아부터 두 돌 정도까지 육아란 잘 먹는지, 잘 자는지, 잘 싸는지가 전부다. 우리 첫째는 잠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매일 잠들기 전 한 시간에서 두 시간을 울었다. 우는 내내 안고 서있어야만 그나마 잠이 들곤 했다. 그렇게 어렵게 잠들어도 하루도 빠짐없이 자다가 새벽에 깨서 비몽사몽 상태로 한 시간 정도 오열을 하다 잠들었다. 다섯 살이 된 지금도 하룻밤 사이에 두세 번은 기본으로 깨서 울다가 다시 잠든다. 두 돌이 되기 전에 낮잠을 끊었고, 낮잠을 자지 않아도 밤 열두 시가 돼도 잠들지 않았다. 그리고서는 여덟 시가 되기 전에 일어났다.


처음에는 우리가 서툴러서 잘 못하는 줄 알았다. 애를 가진 지인들의 잔소리 섞인 조언들을 많이 들어야만 했다. 하지만 우리 딸을 실제로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혀를 내둘렀다. 달가운 인정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우리 부부의 잘못만은 아니라는 위안이 조금은 됐다.


자주 아팠다. 두 돌이 되기 전에 응급실을 여섯 번을 갔으며 입원을 다섯 번을 했다. 열성 경련을 세 번을 했고, 그때마다 응급실에 갔다. 열성 경련을 하지 않더라도 열이 오르면 무조건 응급실에 가서 열이 내릴 때까지 입원을 해야만 했다. 이외 병은 아니지만 크고 작은 일로 병원과 가까이 지내고 있으며, 올해 수술을 앞두고 있다.


군대 다녀온 아저씨들이 자기 군생활이 더 힘들었다며 허세 부리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니다. 힘든 걸 이겨내서 인정받는 것보다 애초에 힘든 상황을 겪지 않는 사람이 승자다. 건강과 관련된 건 특히나 그렇다. 젊든 늙든 고생을 사서 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물론 그 과정을 겪으면서 아이와 더 돈독해진 부분도 없지 않고,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극대화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돈독해지고 사랑하는 마음이 커지는 건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물론 이 세상 그 누구도 절대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저 나는 일반적인 부모보다는 우리 부부가 아주 조금 더 힘든 육아를 했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다른 육아가 쉽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서두에서 말했듯이 이 세상에는 쉬운 육아는 없다. 모든 육아는 제각각의 방식으로 어렵다. 육체적으로 강한 체력이 필요하고, 정신적으로 끝없는 인내가 필요하다. 부모가 애를 키우는 것 같지만 애가 크는 속도보다 부모가 더 빨리 크고 배우고 성장해야 한다. 애가 크고 성정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 어느 순간 육아에 쫓기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쫓기면 피곤하다.


결혼 소개업체에서 애를 건강하게 잘 봐줄 수 있는 부모가 있으면 회원의 등급이 올라간다고 한다. 어느 부동산 전문가는 어린아이가 있으면 투자고 뭐고 다 필요 없고 같이 아이를 봐줄 수 있는 곳이 최고의 집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내 주위에 온전히 부부의 힘으로 아이를, 특히 취학 전의 아이를 키우는 부부가 본 적이 없다. 부모님이 도와주시거나 육아도우미를 사용한다.


육아는 힘들다. 예전에는 지금보다 더 열악한 환경이었을 텐데 부모님들은 도대체 우리를 어떻게 키웠는지 수백 번 수천번 생각한다. 이렇게 내가 건강하게 큰 게 얼마나 신비하고 대단한 일인지 너무나 신기하며, 20년 가까이 학교를 다녔는데 어느 교육과정에도 이렇게 육아가 힘들다는 걸 가르쳐주지 않았다는 데 분노를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갖고 키우는 걸 추천한다.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 가장 빨리 애를 가진 나는 친구들에게 애가 생기면 어떠냐는 질문을 수도 없이 들었다. 그때마다 진담 반 농담 반으로 크게 성공해서 결혼은 하지 말고 애는 가지라고 말한다. 그럴 때마다 축구선수 호날두를 예로 들었다. 호날두는 결혼을 한 번도 안 하고 아이가 넷이나 있다며.


어차피 내 친구들이면 당연히 그럴 리 없고, 나도 진심으로 그들이 그렇게 하리라 기대하면서 한 말이 아니다. 결혼을 하지 말라는 건 웃자고 하는 소리고, 하고 싶은 말은 나는 육아가 힘들지만 아이와 함께하면서 아빠로서 얻을 수 있는 행복과 충만함이 너무 좋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다.


몸이 힘들고, 아내와 아이와 싸우고, 내가 잘하고 있는지 하루에도 수십 번 수백 번 걱정 고민해야 되기 때문에 인생이 피곤해지는 걸 설명하자면 입만 아프다. 당장 이 글만 해도 육아가 얼마나 힘든지 간단히 쓰고 왜 육아를 강추하는지 쓰려했는데 정신 차려 보니 육아의 힘든 점을 잔뜩 쓰고 있었다.


몸도 힘들지만 정신도 힘들다. 내가 사라지는 기분이 든다. 육아에서 가장 큰 적이 강한 자아다. 나를 잊어야 한다. 그래야 수월해진다. 하지만 그게 제일 어렵다. 머리로는 아는데 쉽지 않다. 매일 어떻게 하면 애를 빨리 재우고 삼십 분이라도 내 시간을 가질 수 있을지만 궁리하는 나를 보면 내가 아이를 키우는 걸 행복해하는 게 맞나 스스로 의심이 들기도 한다.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제발 다른 건 바라지 않으니 아프지만 말아다오 하다 아이가 좀 괜찮아진다 싶으면 바로 내 말을 안 들으면 짜증이 확 올라온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 끝에는 모두가 행복하고 건강한 내 가족이 있기를 바라며 하루하루 웃으며 싸우며 살아간다.  내가 우리 엄마 아빠의 아들, 누나의 동생으로 살면서 너무 행복했기에 나도 그런 행복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다. 나중에 아이들이 크면 결혼도 아이를 갖는 것도 강요하진 않겠지만 딸들이 ‘나도 엄마 아빠한테 받은 사랑을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면 내 생에 그만한 선물이 없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아내에게 결혼은 하지 말라는 건 농담이었음을 다시 한번 밝힌다. 결혼도 강추한다. 내 미혼 지인 중 결혼 생각 있는 사람들은 하루라도 빨리 결혼했으면 좋겠다. 이 좋은 걸 나만 할 수 없지...

매거진의 이전글 검은 머리 짐승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