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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를정한일 Jan 21. 2021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고, 보고만 있어도 눈물이 나는

아내가 둘째를 임신하고 있을 때, 첫째를 봐주신다고 부모님이 집에서 주무셨다. 출근 준비하는데 엄마 아빠가 방에서 슬금슬금 나오시더니 아침 식사(=빵&커피)를 준비하시다가 내게도 조금이라도 먹고 가라고 하셨다.

 

자고 일어나면 바로 음식이 안 들어가지는 스타일이라 거절하려다가 식탁에서 날 바라보는 엄마 아빠의 눈빛에 나도 모르게 식탁 앞에 앉았다. 엄마는 끓여놓은 커피를 건네주시면서 젓가락을 갖다 주셨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다 보니 평소에 아내와 딸에게 착취(?)만 당하다가 대접을 받는 거 같아 은근 기분이 좋았다.

 

"아내 백 명보다 엄마 아빠 둘 있는게 훨씬 좋겠는데?"

 

엄마가 코웃음을 쳤다.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어. 너랑 며느리는 동급이고 너는 우리 아들이잖아."

 

대답 없이 불성실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앞에 있는 빵을 뜯어 입에 넣었다. 그때 아빠가 촌철을 날렸다.

 

"넌 네 딸이랑 며느리 중에 누굴 더 사랑하냐?"

 

전혀 예상치도 못한 아빠의 질문에 순간적으로 벙쪘다가 이내 웃음이 나왔다. 아빠는 커피를 마시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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