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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를정한일 Jan 14. 2021

검은 머리 짐승

대학생 때 엄마와의 대화.


나 : 엄마 예전에 내가 축구 선수하고 싶다 그랬을 때 엄마가 하지 말라고 한 거 기억나?

엄마 : 내가? 내가 그랬어?

나 : 응. 나 엄마 말 되게 잘 들었잖아. 엄마가 하지 말라 그래서 하면 안 되는 줄 알았어. 그래서 바로 포기했어. 

엄마 : 네가 하고 싶으면 하지 말랬어도 했어야지.

나 : 알아. 그냥 해본 말이야. 내가 못한 건데 엄마 탓해 보고 싶었어.

엄마 : 아들. 그런 말은 그냥이라도 하지 마. 누가 들으면 내가 뜯어말린 줄 오해할라.


20대 중후반까지도 종종 부모 탓을 한 거 같다. 왜 그때 축구하지 말라 그랬어, 왜 그때 휴학한다는 거 말렸어, 왜 어릴 때 여드름 그렇게 심했는데 병원에 한번 안 데려다줬어, 왜 나 아픈데 내 앞에서 엄마 아빠 싸웠어, 왜 그때 그랬어 왜 저 때 저랬어.


그런 생각이 사라진 건 '엄마 아빠도 몰랐겠구나. 엄마 아빠도 그때가 처음이었겠구나. 엄마 아빠도 많이 당황스럽고 힘들었겠구나. 엄마 아빠도 어쩔 수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서다. 어렸을 때는 나도 모르게 엄마 아빠는 모든 걸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많은 면에서 엄마 아빠가 이해된다.


하지만 이 글은 엄마 아빠가 이해되기 때문만이 아니라 내가 아빠가 돼보니 애 키우는 게 너무 힘들다는 걸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깔려 있다. 


나는 뼛속까지 나 밖에 모르는 놈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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