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악 까아핡

by 고베리슬로우

불의를 못 참는 성격이다. 회사에서 크고 작은 부조리를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다녔다.

그런 나를 불편해하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었다. 하나는 내 직속 상사였다. 모든 직속 상사는 자신이 관리하는 직원이 분란을 일으키는 걸 일절 싫어한다. 최고의 부하는 일 잘하고 문제 안 일으키는 부하인데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역시 문제 안 일으키는 부하가 낫다.

다른 하나는 친한 측근(?)들이다. '얘랑 붙어있다가 나까지 엮어서 미움 털 박히는 거 아니야'하는 걱정을 한다. 대놓고 '나는 모르는 걸로 해달라'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차라리 양반이다.


내 행동에 회사와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다며 팝콘 튀기는 측근도 많았다. 아니 대부분이었다. 나한테 파이팅 싸워서 이겨줘 회사를 바꿔줘 이 지랄하는 동료를 미워하지 말자고 마음을 수도 없이 다독여야 했다.


거리를 두며 결과를 구경하는 건 이해한다. 본인들도 문제라는 건 알지만 자신들이랑 ‘직접적으로’ 관련은 없기에 관여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 나의 싸움에 동참해달라고 할 생각은 없다. 오히려 내가 불필요하게 그들에게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함으로써 부담을 준 건 아닐까 되돌아봤다.


불편해하든 재밌어하든 모두 누군가가 총대를 메주기만 바랐다. 성공하면 자신들도 이득을 보니 좋은 거고 실패하면 괜히 나서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들을 욕하지 않는다.


나도 나와 상관없는 불의에 대해서는 똑같이 무관심했고 똑같이 지켜만 봤다. 그들이 그냥 까마귀였다면 나는 삼족오였다.


정정한다. 나는 '나에게 불이익이 되는' 불의를 못 참는 성격이다.


(*) '까악 까아핡'은 까마귀어로 '나만 아니면 돼'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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