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취업문이 좁아진다'는 말은 언제부터 있었을까. 이집트 피라미드 벽화에도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라는 말이 있었다는 우스갯소리처럼 '갈수록 취업하기가 힘들어'라는 말도 오래전부터 항상 있었을 것 같다.
취업 준비생(이하 취준생)은 시대 불문하고 힘들다. 회사라는 거대하고 절대적인 존재(로 느껴짐)를 상대로 일방적인 을의 위치에 처하면 누구나 힘들고 자존감이 떨어진다. 시대에 따라 취준생들이 상대적으로 더 힘들거나 덜 힘들 시기가 분명 있겠지만 누가 더 힘들었다 따지는 건 의미가 없다. 취업에 있어 가장 힘든 사람은 당장 취업전선에 서 있는 요즘 취준생들이다. 객관적으로 그렇다는 게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문제는 내가 처한 문제다.
먼저 취업을 했고, 한 살이라도 인생 선배로서 지금 당장 취업전선에 있는 취준생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해결돼야 하는지 한 번쯤은 생각해 보는 마음이 중요하다. 조금이라도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마음은 그 자체로 의미 있다*.
(*)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랄프 왈도 에머슨의 시 '성공이란 무엇인가' 중.
육아휴직 전, 퇴사를 다짐하기 전, 이직을 시도했다. 이직 준비를 하면서 10년 전 자소서들을 보며 그때 얼마나 내가 간절했고, 간절한 만큼 자존감이 떨어졌고, 우여곡절 끝에 취업에 성공했을 때 얼마나 기뻐했는지가 새삼 떠올랐다. 그런 기억을 떠올려 지금 고생하고 있는 취준생들에게 큰 도움은 못 되더라도 흔들리는 멘탈을 부여잡는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취업 준비라는 건 정해진 공식이라는 건 없는 것 같다. 각자의 상황에 맞게 전략을 잘 짜야한다. 이직을 위해 만 7년 만에 자소서를 다시 썼다. 지원하는 회사마다 새롭게 자소서를 써야 한다는 신념 아래 지원하는 회사마다 서로 다른 지원서를 써서 넣었다.
모두 서류 탈락했다. 내 스펙이나 경력이 최고라고 할 순 없지만 객관적으로 어디 가서 부족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을 정도는 된다. '이런 스펙과 경력의 소유자인 나도 떨어지는데 더 열심히 해!!'를 말하고 싶은 게 아니다. 회사는 자신들이 원하는 사람을 뽑는 것이지 스펙이 좋은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스펙, 경력이 좋아도 원치 않으면 뽑지 않는다. 서류 탈락이 이어지자 지인들은 내가 그 회사들에 비해 오버 스펙이라고 위로해 줬지만 나는 그냥 그들이 원하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내가 회사에 갓 들어갔을 때 일이다. 친한 선배가 인사팀에서 불러서 오후 내내 자리를 비운다는 날이 있었다. 알고 보니 회사 공채 지원자 자소서 검토 요원으로 뽑힌 것이었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모든 지원자들의 자소서를 빠짐없이 읽기로 유명하다. 그건 좋다. 맹점은 그 모든 자소서를 한 사람이 하나의 기준으로 읽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누가 나의 자소서를 읽냐에 따라 나의 당락이 변한다.
누가 내 자소서를 읽는지, 누가 내 면접관으로 들어오는지가 정말 정말 정말 중요하다. 그게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의 자소서를 검토하는 사람이나, 나를 면접하는 사람들은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아니다. 그들은 여느 취준생들과 같이 열심히 자소서 쓰고 실력 반 우연 반으로 회사에 들어가서 마침 인사팀의 부름으로 그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이다. 그 회사에 지원한 취준생들의 자소서를 판단하거나 면접관으로서 면접을 볼 '전문가' 자격이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하지만 그들은 자소서를 검토하고 면접관 역할을 수행한다.
왜? 회사에서 시켰으니까.
면접은 더 가관이다. 어느 날 같은 팀 부장이 "나 내일 신입사원 면접 보러 간다."라고 했을 때 받은 충격은 어마어마했다. 저 사람이? 저 사람이 누군가의 인생을 결정한다고?
백번 양보해서 그 부장이 인간적으로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순 있지만 업무적으로는 누구도 엮이기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그때 난 생각했다. '일 잘하고 바쁜 사람은 면접 보러 갈 시간이 없겠구나.'
물론 모든 면접관이 그런 건 아니다. 갈수록 인재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만큼 예전과는 달리 능력 있는 사람들이 억지로라도 시간을 내어 면접에 참여하여 본인과 함께 일할 직원은 본인이 뽑으려는 문화가 자리 잡히고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사람들도 인사 전문가가 아닌 건 매한가지다. 오히려 더 큰 아집의 소유자일 수도 있다.
난 그 부장이 면접을 보고 온 다음 날 했던 말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나는 애들이 문을 열고 들어와서 자리까지 걸어 들어올 때, 그 10초 사이에 이미 결정을 다 한다. 괜찮은 애들은 이미 문 열고 들어오는 소리부터 달라."
하아 이 미친 노마...
어느 팀장은 면접만 갔다 오면 누구누구가 이쁘더라 그런 말 밖에 안 했다. 어느 임원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회사에서 유명 인사가 됐다. 그가 뽑은 직원이 역대급으로 평판이 안 좋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자소서나 면접에 있어서 자신감을 가지라는 거다. 취업에 있어 회사는 갑이고 취준생은 을이다. 그건 입사하고 직원이 돼도 그렇다. 취준생들의 취업은 어떤 절대적이고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 회사에서 눈칫밥 먹으면서 매일 칼퇴와 퇴사만 생각하는 직원들이 결정한다. 불행히도 그 사람들은 취준생들과 같이 불완전한 사람들이기에 불완전한 판단을 한다. 각자의 편견과 선입견을 바탕으로 누구를 입사시키고 탈락시킬지 판단한다. 지원자의 능력, 됨됨이, 잠재력, 가능성보다 면접관의 편견이 당락의 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쫄지 말자. 위축되지 말자. 떨어진다고 해도 그건 취준생이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소서를 읽는 사람이, 면접관이, 인사 담당자가 능력 있는 사람을 제대로 보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저 붙여주면 잘 봐줘서 고마운 거고 떨어지면 다시는 볼일 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자신감이란 무턱대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취준생이란 취업을 준비한다는 이유만으로 자존감이 떨어지는 그런 존재다. 일방적으로 선택을 받아야 하는 자리에 있으면 누구나 그렇다.
나도 그랬다. 내가 할 수 있을까. 나 같은 애가 과연 취업할 수 있을까. 학교에 취업설명회에 온 사람들을 보며 우와 저 사람들은 얼마나 잘 났길래 저 회사에 붙었을까 경외심을 느끼기도 했다. 한 번은 자존감이 정말로 바닥을 찍어 술을 엄청 먹고 엄마 아빠한테 전화해서 울기도 했다. 취준생이기 때문에 느끼는 그 부담감을 그냥 견디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버겁다.
하지만 어쩌겠나. 이겨내지 못하면 무너진다. 인생에서 무너진다는 게 아니라 취업에 있어서 무너진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부담 중 취준생들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부분도 작지 않다는 것이다. 회사가 사람을 생각보다 주먹구구식으로 뽑는다는 실상을 직접 보여주고 싶지만 그럴 방법이 없다는 게 안타깝다. 그걸 알고 나면 그렇게까지 스스로 자존감을 깎아내리지 않을 텐데 말이다. 개인적으로 회사에서 직원을 뽑는 일도 해봤고 대학교 때 동아리에서 신규 동아리원을 뽑는 일도 해봤는데 회사에서 직원 뽑는 게 더 많은 절차가 있다는 것 외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넌 태어날 때부터 그 존재 자체로 소중한 사람이야. 너 하나가 하나의 우주야.'라는 말이 아니다.
'너를 판단하는 사람들이 알고 보면 병신들도 많아.'라는 말이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떨어진 자존감의 자리는 자신감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자신감을 갖기 위해서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직 준비하면서 넣었던 서류들이 다 떨어지고 어떻게 하면 서류에 붙을까 궁리를 하면서 자소서 전문가들의 글을 찾아봤다. 그중 자소서를 쓰기 전에 자신이 이제까지 걸어온 길을 쭉 정리해보라는 말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많은 취준생들이 자소서를 자소설이라고 비하하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자소서는 몇 백/천/만 명 중에서 누가 괜찮을지 판단하는 첫 단서다. 자소서를 비아냥 거리는 건 좋지만 그게 자소서를 쓰는데 걸림돌이 되는 건 취업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취준생은 최선을 다해서 자신의 자소서를 쓰면 된다. 자소서를 잘 쓰기 위해서는 무턱대고 책상 앞에 앉을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제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되돌아본 후 그중에서 평가자 입장에서 궁금증이 생길만한 이야깃거리를 골라서 써야 한다.
면접에 가면 면접관들은 자소서를 바탕으로 질문을 한다. 나 같은 경우는 자소서를 이렇게 쓰면 이런 질문을 하겠지?라는 식으로 면접 상황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하면서 자소서를 썼다. 자소서를 소설로 썼는지 수필로 썼는지 그건 알아서 할 일이지만 면접에 들어가면 자소서의 문장마다 적어도 세 가지 이상의 질문이 나와도 모두 답할 수 있을 정도로 자소서를 쓰고 면접을 준비해야 한다. 자신이 없는 내용은 자소서에 쓰지 말자. 괜히 훈계만 듣고 나올 수도 있다. 그게 생각보다 짜증 난다.
면접은 무조건 스터디를 만들어서 반복적으로 연습을 하자. 자소서에 키워드를 담았다면 면접은 키워드를 중심으로 날 왜 뽑아야 하는지 설명해 준다는 생각으로 면접을 준비하면 된다. 간혹 압박면접이라거나 면접에서 전혀 말도 안 되는 질문들이 나오면 어쩌냐는 두려움이 생긴다면 그냥 편하게 생각하자. 그건 취준생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저 당일 모든 면접자들에게 동일한 수준의 압박면접이 있었기를(당연히 그럴 리 없겠지만), 그중에서 그래도 자신이 가장 의연하게 대응했기를 빌자.
마음 같아서는 1학년 때는 뭐하고 2학년 때는 뭐하고 말을 하고 싶지만 그러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다. 앞이 안 보이고 뭘 해야 할지 모를 때는 전문가를 찾는 게 답이다. 특히나 나는 최근에 서류에서만 10전 10패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할 위치가 맞나 싶기도 하다.
그저 모든 취준생들이 원하는 회사 취직에 성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