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자타 공인 결혼 잘했다는 소리를 듣는 포인트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시댁. 우리 엄마 아빠는 시댁은 멀수록 좋다며 결혼한 순간부터 우리 부부와 자발적으로 거리 두기를 하셨다. 단례로 부모님은 우리에게 명절을 각자 보내자고 선언하셨다. 그래도 명절인데 식사라도 한 번 같이 하자고 하면 식사는 평소에 시간이 나면 하고 명절에는 당신들끼리 여행을 갈 테니 우리 부부도 알아서 놀라고 공지하셨다. 하지만 부모님의 공지와는 달리 막상 명절 때마다 부모님과 우리 부부가 함께 하곤 하는데 그건 우리끼리 애 둘을 보기가 너무 힘들어서 도움을 청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김장 김치를 아빠가 집에서부터 한 시간이 넘게 걸리는 우리 집까지 가져와서 경비실에 맡기고 간 사건은 몇 년이 지난 지금에도 전설처럼 회자되곤 한다.
아내가 결혼을 잘했다는 소리를 듣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아내가 설거지를 안 한다는 거다. 우리 집에서 설거지는 내가 전담한다. 당연히 아내가 설거지를 한 번도 안 할 수는 없지만 1년에 다섯 번 이상은 안 한다. 아내는 결혼 전에 10년 동안 처제와 둘이서 살면서 설거지를 전담했다고 한다. 그때 설거지에 진절머리가 나서 결혼 후에는 나한테 일방적으로 맡겨버렸다. 재밌는 건 나도 스무 살부터 결혼하기 전까지 자취를 했는데 나는 자취를 시작하고 일주일 이후부터 설거지가 싫어서 집에서 밥을 해 먹지 않았다. 아주 가끔 누가(누굴까?) 놀러 왔을 때는 해 먹었을 수도 있지만 그것도 10년 동안 손에 꼽을 정도다. 아내가 그렇게 싫다고 하길래 두 말없이 설거지를 전담했다.
이건 여담 아닌 여담이지만 나는 20대 후반에 목 디스크가 터지고 나서 결혼하기 전까지 거의 3년 동안 저녁을 먹지 않았다. 워낙 살이 잘 찌는 체질인데 살이 찌면 다시 목에 부담이 갈 거라는 생각으로 몸무게를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아내는 맛있는 저녁을 먹는 게 인생의 가장 중요한 낙으로 여기는 사람이었고, 결혼 전에는 안 그러더니 결혼 후에는 내가 저녁을 같이 안 먹어주니 너무 불행하다고 했다. 결국 나는 같이 저녁을 먹기 시작했고 결혼 두 달 만에 20킬로가 쪄서 허리 디스크가 터졌다. 아내는 그런 나에게 살 좀 빼라고 그랬다.
나는 운전을 하지 않는다. 운전 공포증이 있다. 내가 운전하다가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다는 게 무섭다. 건강염려증과 더불어 내가 갖고 있는 양대 강박증이다.
아내는 당연히 내가 운전을 안 한다는 걸 결혼 전부터 알고 있었다. 연애할 때는 본인이 운전을 다 했고 내가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곧잘 나를 태우러 오곤 했다. 그랬던 그녀가 결혼을 하고 나니 나에게 운전을 하라고 했다. 그 때문에 정말 많이도 싸웠다.
나는 물었다. 왜 결혼 전에는 운전하라는 말을 한 번도 안 해놓고 결혼하니까 그러냐고. 그랬더니 하는 아내가 하는 말.
"결혼하면 할 줄 알았지."
개인적인 경험과 주위 부부들의 사례에서 깨달은 바가 있다. 남자든 여자든 결혼을 다짐할 때 '이 사람이라면 평생을 같이 할 만할 거 같다'라는 판단을 한다. 한데 여기서 남녀가 차이가 있다.
남자는 이 사람이라면 '결혼해도 지금처럼만 하면 괜찮다'라고 판단한다. 연애할 때 모습이 변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결혼을 다짐하게 된 아내의 모습이 유지된다면 더 이상 바라지 않는다.
여자는 다르다. 이 사람이라면 '평생을 같이 할 만한 사람으로 고칠 수 있겠다'로 생각한다. 연애할 때 '다소 부족하지만' 결혼해서 개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여자는 결혼하고 나면 자기가 원하는 대로 남편을 바꾸려고 한다.
물론 이 세상 모든 부부관계에 일반화할 수는 없다. 그게 일반적인 건지는 그 누구도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다.
중요한 건 우리 부부는 결론적으로 지금까지 아내는 설거지를, 나는 운전을 안 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그것 가지고 싸우지 않는다. 최소한 그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서로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지금은 이렇게 담백한 몇 문장으로 말하지만, 이 몇 문장을 쓸 수 있을 때까지 수도 없이 싸웠다.
그 싸움은 아이들이 생기면서 종지부를 찍었다. 아내는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할 때 애를 보는 것보다 운전을 하는 게 좋았고, 나는 운전하는 것보다 애를 보는 게 좋았다. 나는 애를 보는 것보다 설거지를 하는 게 편했고 아내는 설거지보다 애 보는 게 편했다.
흔히 애 때문에 같이 산다고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면에서 애가 있다는 건 결혼 생활의 균형을 찾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