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글의 맛을 살리기 위해 메신저 대화를 그대로 살려서 작성하였습니다.
아내가 첫째를 데리고 처제 집에 갔다. 애 저녁 먹이고 씻겨서 집에 도착하면 바로 잠들 수 있도록 만들어서 돌아오겠다는 출사표를 남기고.
나는 홀로 유명한 호텔 레스토랑 짬뽕 키트를 저녁 식사로 먹고 있었다. 생각보다 맛있어서 어쩔 수 없이 소주를 한 병 똙하고 깠다. 마침 그때 아내에게서 카톡이 왔다.
"자기 저녁은?"
대답 대신 짬뽕과 소주를 같이 찍은 사진을 보냈다.
"맛있는 음식에 소주 한 잔 곁들이니 생각나는 건 딸이 아니고 그대 구려."
1초도 안 돼서 아내에게서 답장이 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래 본 ㅋㅋㅋ 중에 가장 긴 ㅋㅋㅋ 였다. 부부 사이에 거짓말은 할 수 없으니 마저 답장을 보냈다.
"그대와 비트코인."
아내의 답장.
"그놈의 비트코인."
나는 아내 카톡을 읽씹 하고 핸드폰을 내려놓고 소주 한 잔 들이켠 후 짬뽕을 입에 욱여넣고 짭짭거리면서 비트코인 앱을 열었다. 흐르는 눈물을 참고 있는데 다시 아내에게서 카톡이 왔다.
"할 거면 정신 똑바로 차리고 해라. 집안 말아먹지 말고."
아내의 카톡을 지긋이 바라보며 입안에 남아있는 짬뽕을 마저 짭짭 씹어 삼킨다. '아니, 내가 가진 돈 갖고만 하는데 어떻게 집안을 말아먹냐고 몇 번을 말해.' 답하려다 손가락만 아플 것 같아 핸드폰을 내려놓고 소주 한 잔에 짬뽕 한 젓가락 입에 욱여넣는다. 그리고 다시 비트코인 앱을 연다. 내가 비트코인 앱을 누르는 건지, 비트코인 앱이 내 손가락을 조종하는 건지 모를 지경이다. 흐리멍덩 비트코인 시세를 보다가 다시 카톡을 열어 아내에게 답장을 보낸다.
"그래서 언제 와? 빨리 안 오면 나 혼자 꼬북칩 초코 추로스 맛 뜯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