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인가 성향인가

by 고베리슬로우

입사한지 얼마 안 돼서 있었던 일이다. 팀 회식이 있는 날이었는데 퇴근 시간이 다 돼가도록 회식 장소에 대해 안내를 못 받은 상황이었다. 팀 선배가 나한테 물었다.


“오늘 회식 장소 정해졌어요?”

“글쎄요? 모르겠는데요?”

“대리님(=나)이 팀장님이랑 같이 이야기해서 정하는 거 아니었어요?"

“아니요.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데요.”


선배는 뭔가 감탄의 표정을 짓는다.


“대리님은 그런 걸 공유 못 받아도 신경 쓰이지 않아요?”

“왜 신경 쓰여요?”

“소외된다고 생각되지 않아요?”

“전혀 안 그런데요?”


회식 장소 공지를 안 해주는 이유가 갑자기 회식이 취소될 수도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었던 터였으니 소외된다고 생각할 리가 없었다.


“대리님 좋은 능력을 갖고 있네요. 끝까지 그 능력 지킬 수 있으면 회사에서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거 같아요.”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다른 선배가 갑자기 대화에 끼어들었다.


“쟤는 원래 자발적으로 스스로 소외시키는 앤데 그런 거 신경 쓰이겠어요?”


갑자기 기분이 확 상했다. 뭐 어쩌라는 건지. '맞으니까 신경 꺼주시고 그런 말도 앞으로 하지 말아 주세요 불편합니다' 하기도 그렇고 '아니에요 제가 뭘요 하하하.' 하기엔 너무 명백한 거짓말이고. 그래서 그냥 눈은 안 웃는데 입만 웃으면서 대화를 종결시켜 버렸다.


그로부터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내가 능력이 있었던 것도 소외감을 느끼지 않는 성향이었던 것도 아니라 그 선배가 필요 이상으로 인간관계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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