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2차, 모더나 맞은 날

by 고베리슬로우


모더나 2차를 맞은 지 어언 3주가 지났다. QR 찍으면 접종 완료하고 2주가 지났다는 기계음이 나온다. 기분이 나쁘지 않다. 핸드폰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백신 접종 확인서도 누군가에게 인정받은 거 같아 괜히 증명서를 볼 때가 있다. 옛날 사람이라서 그런가.


딱히 인정받을 일이 없어서 그런지 정부가 인증해준다는 것만으로도 뭔가 인정받은 느낌. 나만 그런가.



모더나 2차를 맞은 날은 10월 25일, KT 인터넷망에 문제가 나서 잠시 동안 전국이 난리가 났던 날이었다. 날씨는 쾌청했다. 그로부터 불과 3주 사이에 거의 겨울 날씨가 다 됐지만 그때는 여전히 반팔을 입고 다닐 수 있는 날씨였다. 병원에 도착해서 접수하고 잠시 밖으로 나와 하늘 사진을 찍었다. 바로 인스타 스토리로 "거 백신 맞기 딱 좋은 날씨네~*" 올리려다가 뭔가 재수 없어서 안 올렸다.


(*) 영화 '신세계'에 나오는 명대사를 따라 한 건데 원래 대사가 "거 죽기 딱 좋은 날씨네"다. 그리고 실제로 죽는다.


접수를 하고 접수 서류에 빨간색 모더나 딱지를 받고 기다리던 중 다른 사람들은 무슨 주사를 맞나 기웃기웃했다. 화이자를 맞는 사람은 녹색 딱지가 붙어있었고 아스트라제네카를 맞는 사람은 보라색 딱지가 붙어 있었다. 근데 노란색 딱지가 붙어있는 사람도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독감 주사를 맞는 사람이었다. 이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하나의 진료실에서 주사를 맞았다. 분명 시스템이 있겠지만 내가 봤을 때는 특정 주사에 따라 사람들이 차례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주사를 맞는 사람들이 번갈아가면서 주사실에 들어갔다.


'뭐야 이거. 이거 헷갈려서 다른 주사 맞는 거 아니야?'


백신 주사를 맞아본 사람 중 '내가 제대로 된 주사를 맞은 게 맞나?'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내 주위에는 많다. 지인 중에 원래 화이자를 맞기로 했는데 간호사가 다른 백신 주사를 꺼내는 걸 봤다고 현장에서 간호사와 싸우다가 안 맞고 그냥 나온 사람도 있다. 이거 잘 못 맞은 거 증명하려면 내가 잘 못 돼야 하는 거 아니냐고 그랬더니 그 방법밖에 없다고 그랬다고 한다.


내 차례가 왔을 때 주사실 입구에서부터 무슨 주사를 주는지 확인하려고 엄청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무슨 주사를 주는지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주사실 한 쪽에 주사기들이 많이 쌓여 있었고 이미 간호사가 주사기 하나를 손에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의사 선생님이 당일 몸 상태와 1차 백신을 맞았을 때의 컨디션을 간단히 물어본 이후 간호사가 큰 소리로 "모더나 맞겠습니다." 외치며 나에게 다 갔다.


"이거 모더나 맞아요?" 물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관뒀다. 맞다고 하면 그만이고 내가 거기서 정말 맞냐고 물어보는 것도 이상하니까. 그 즈음에는 그저 모더나 맞겠지 하고 마음을 비웠다.


주사는 아프지 않았다. 백신 주사는 소아과에서 안 아프고 친절하게 잘 놔준다는 말이 있지만 내가 간 병원에서도 안 아프게 잘 놔주셨다. 오히려 1차 때보다 아프지 않았다. 1차 때는 바로 주사 맞은 자리가 뻐근해지고 백신이 혈관을 타고 퍼지는 듯한 '쏴~'한 느낌이 있었는데 2차 때는 그런 것도 없었다.


1차 맞았을 때 백신 전후 일주일 동안 거의 칩거만 하던 내 모습이 스스로도 과했다고 생각하던 터에 2차 주사가 별로 아프지도 않아서 저녁 먹고 걸으러 나갔다. 그래도 무리하진 말자며 살랑살랑 걷고 있는데 갑자기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긴가민가 기분 탓인가 하며 조금 더 걸어보자 했는데 순식간에 어지러움의 정도가 심해졌다. 순간 '올게 온 건가' 하는 생각과 함께 며칠 전에 1차 맞고 별거 아니네 했다가 2차 때 혼쭐이 났다는 선배의 말이 떠올랐다.


모더나 2차를 맞은 당일 만 칠 번 보를 넘게 걸었다. 백신을 맞고 집에 오는 길에 로또 사는 것도 잊지 않았다.


급히 집에 돌아왔다. 체온을 재보니 37도가 넘어있었다. 기본 체온이 37도를 넘기고 있는 사람도 많겠지만 나는 평상시에 37도를 넘기는 일이 단 절대 없다. 애들 체온을 잴 때마다 아내와 나도 체온을 재 보는데 나는 항상 36도 중반을 유지한다. 아내 표현에 의하면 나는 '교과서적 체온'을 가진 사람이다.


그런 내가 37도를 넘겼다. 바로 타이레놀 하나를 먹었다. 시간은 대충 10시 정도였던 것 같다. 빨리 자버리면 좀 낫겠지 싶어서 바로 들어가서 누웠다. 컨디션이 안 좋아지려고 하는 정도였지 막 몸이 아프진 않았다.


새벽에 엄청난 몸살과 오한이 왔다. 살면서 그런 오한은 처음이었다. 겨울 이불을 꽁꽁 덮고도 너무 추웠다. 추워 죽겠는데 온몸은 땀으로 젖어있었다. 그 와중에도 무릎 사이에 미끈거리는 땀을 느끼면서 침대 시트랑 이불 내일 빨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어나서 난방을 틀고 싶었지만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다. 이불을 젖히는 순간 얼어 죽어버릴 것 같았다. 일어날 힘도 없었다. 잠든 것도 아니고 깨있는 것도 아닌 상태로 일어나야지 일어나서 난방도 키고 약도 먹어야지 다짐을 한참 했다. 몇 시인지 핸드폰을 볼 힘도 없었다. 그저 이불 안으로 어떠한 외부 공기의 유입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가슴에 무릎을 딱 붙이고 웅크리고 누워있었다.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백만 스물두 번째 '이제는 일어나는 거야 하나 둘 셋!' 만에 겨우 이불에서 손을 꺼집어내 핸드폰으로 시계를 봤다. 새벽 두시였다. 조금 더 힘을 내서 거실로 나왔다. 열을 재보니 38.4도였다. 아내에 의하면 몸이 조금 안 좋으면 네 시간에 한 번씩 타이레놀 한 알을 먹고 몸이 안 좋으면 타이레놀 두 알을 먹고 여섯 시간 이후에 또 복용해야 한다고 그랬는데 그건 나중에서야 들은 이야기고, 그 새벽에는 타이레놀 복용법을 몰랐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타이레놀 두 알을 때려 넣었다.


(*) 참고로 타이레놀 복용법은 말하는 사람마다 달랐다. 의사에게 직접 물어보는 게 최고다.


새벽부터 아침까지는 계속 38도를 넘는 고열이 있었다. 타이레놀을 먹으면 순간적으로 열이 내려가기도 했다.


열은 다음 날 밤까지 이어졌다. 다음 날 여섯 시간 간격으로 타이레놀 두 알을 먹어가면 소파와 침대만 오가면서 눕고 자고만 반복했다. 타이레놀을 먹으면 잠시 열이 내렸다가 약효가 떨어지면 다시 열이 오르길 반복했다. 다만 새벽처럼 오한이 심하진 않았다. 몸이 엄청나게 무겁고 약간의 몸살, 약간의 오한이 계속 유지됐다.


열이 오르내리길 반복하다가 이틀째 밤이 되자 36도를 유지하기 시작했다


저녁 즈음 되니 37도 초반으로 체온이 떨어지고 밤이 되니 36도로 떨어졌다. 문득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맞는 사람들의 나이와 몸 상태, 신체의 특징들이 다 다를 텐데 어떻게 이렇게나 백신 맞고 증상이 비슷할 수 있지? 보통 백신 맞은 날 밤부터 아파서 다음 날까지 아프다고 그랬는데 내가 정확히 그랬다. 이틀 뒤에 아내도 똑같이 모더나 2차를 맞았는데 아내는 나처럼 고열과 오한이 오진 않았다. 대신 백신 맞은 당일부터 다음날까지 엄청난 몸살로 앓아누었다.


백신 접종 3일차에 회사에 출근했더니 사람들이 어땠냐고 물어봤다. 나는 "고등학교 이후로 이렇게 아픈 건 처음이었어요." 답했다. 사람들 반응이 다들 놀라는 거 보니 내가 유독 많이 아팠던 거 같기도 하다. 그때 아팠던 정도를 생각할 때면 그때 그렇게 아프다가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을까라는 하다가 열이 38.4도 밖에 되지 않았는데 한 달에 한 번씩 38도를 찍는 우리 두 딸이 그동안 얼마나 고생했을까 마음이 아팠다.


그 이후로는 어떠한 증상도 없었다. 가끔 머리가 아프긴 했는데 이게 백신 탓인지 아니면 원래 머리가 아픈 건지 가늠할 순 없었다. 백신 부작용도 없고 코로나에 걸릴 거라는 걱정도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두 차례 백신 접종을 완료하더라도 접종 자만 코로나에 걸리 확률이 낮아지고 여전히 코로나 균을 옮길 수 있다고 한다. 우리 부부는 모두 백신 접종을 완료했지만 우리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집 안에 가져오면 아이들이 코로나에 걸릴 수 있으니 우리 가족에게 위드코로나는 치료제가 나와야지만 온전히 가능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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