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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곰돌이 Dec 31. 2020

Stay Hungry, Stay Foolish!

너무나 많이 인용된 그 말, 실천하기는 어려운 말.

세계 유명 인사들이 하는 말들은 종종 여러 곳에서 인용되고는 한다.


오늘 제목인 "Stay hugry, stay foolish."라는 말은 2005년 미국의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당시 최고의 경영자이자 혁신가였던 스티브 잡스가 한 말이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여러 가지 해석이 있으나 가장 많이 해석되고 이해되는 말은 "자만하지 말고 끊임없이 배움에 힘쓰라"는 뜻으로 주로 쓰이고 있다.




무릇 메시지라는 것은 듣는 사람이 생각하기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기도 하고 또 전달하는 사람에 따라서도 다른 뜻이나 목적이 되기도 한다. 더군다나 그게 언어나 문화권이 다른 경우에는 더욱 그러한 경향이 있다. 성경말씀 한구절도 목사님에 따라 다른 설교가 나올 수 있듯이  명사의 명언도 결국은 듣는 나의 입장에서 적용하기 나름이 아니겠는가.


한 예로 나의 아내는 늘 "stay hugry"를 실천하며 산다.


언제나 가계부를 작성하면서 나에게 들릴 듯 말듯한 목소리로 "이렇게는 부족해"한다. 아내는 목소리가 큰 편이라 주로 잘 들린다. 그러나 나도 못 들은 척을 잘한다. 서울에서 대기업을 다니면서 서른 살 전에 대리까지 승진했던 아내는 내가 농장 하면서 벌었던 만큼의 수입을 벌었었다. 임신과 출산, 육아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이유로 퇴직을 하게 되면서 아내의 관점에서는 우리 수입이 "반토막"난 느낌이다.


내가 볼 때는 아내의 퇴직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주말부부도 안 하고 세 살 터울의 둘째도 낳을 수 있었고, 그 모든 게 시골에 살아서, 처갓집 근처에 살아서, 그리고 외벌이여서 더 수월하게 결정할 수 있었고 실현 가능하기도 했다. 수입이 반으로 줄었을지는 모르겠으나, 가족이 두배로 늘었으니 결국 얻은 게 더 많다.


게다가 재벌가까진 아니어도 유학까지 부담 없이 다녀올 정도로 경제적으로 넉넉한 부모님 아래서 자라온 나는, 나 스스로의 사회적 지위가 남들이 선망하는 자리까지 올라가 본 적이 없어서 인지 "stay hungry"할 일이 없다. 배가 불러본 적이 없으며 늘 배가 불렀었기 때문이다. 즉, 성취가 없으니 자만도 없다고 해야 할까. 내가 이룬 최고의 성취는 저렇게 능력 있는 부인을 얻은 것인데 그건 더 배고파하면 안 되는 일 아닌가.


사람들이 의외로 "stay foolish"는 잘한다. 다만 의도적인 게 아니라 정말 그냥 먹고살기 바빠서. 우리가 보통 직장도 열심히 다니면서 집안에서 육아와 집안일도 하면서 방통대나 아니면 야간 또는 짬을 내서 대학원을 다니는 사람들은 보면 "독한 사람"이라고 한다. "배움에 힘쓰고 있구나"라고 인정하는 분위기가 아닌 것이다.


최근 나는 새로운 분야에 사업 진출을 앞두고 비즈니스 모델 개발과 마케팅을 위해 관련 도서를 읽고 있다. 요즘은 제품을 팔던 서비스를 제공하던 최신 정보통신기술과의 결합에다가 경영에 인문학이 많이 접목돼서 철학적 사고와 디자인적 사고를 중요시하는 게 트렌드인 것 같아서 관련 도서를 또 읽고 그러다가 보니 너무 책만 읽고 육아에 소홀한 거 같아서 육아도서도 읽고 하루 종일 애들 없을 때는 책만 읽었더니 부모님이 나가서 운동도 좀 하라고 하신다. 고등학교 때만 해도 집에서 공부나 좀 하라고 하시더니, 20년 만에 사람이 그렇게 바뀌나.


더군다나 요즘 스몰 비즈니스일 경우 더더욱 중요성이 커지는 부분이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과 판매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스토리텔링이다. 나에게 있어 브런치는 그런 것들을 연습도 해보고 실험도 해 볼 수 있는 최고의 공간이고  나만의 스토리를 빌딩 하는 일종의 인큐베이터 같은 곳이다. 그런데 어제도 아버지는 물으셨다. "그 뭐 그런데 글 쓰는 거는 이제 좀 그만하고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안 그래도 구독자도 하나도 안 늘고 조회수도 제자리걸음이라 문제점이 뭘까 고민하고 있던 나에게 가슴에 콕 박히는 말이자 'stay foolish가 먹고사느라 바빠서 모른다는 걸 모르게 되는 진짜 fool 이 되라는 걸 말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해 주었다.




결국 부부는 한 몸이라고 아내는 stay hyngry 하고 나는 stay foolish 하고 있다. 한 사람이 두 가지 모두를 한다는 건 정말 스탠퍼드 나온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일인 듯 굉장히 어려운 일 같다.


스티브 잡스 씨가 듣고 있다면 열불이 나서 가슴을 팡팡 치시겠지만, 정 억울하시면 꿈에 나타나 한국어로 다시 한번 말씀해주시면 좋겠다. 이왕이면 로또 번호도 같이. 미국 꺼 말고 한국 꺼로.


벌써 하루밖에 안 남은 2020년이다. 내 생일 즈음부터 마스크를 쓰기 시작해서 10개월을 마스크만 끼다가 애들은 유치원하고 어린이집을 가기나 했던가 싶게 일 년을 보내고 나니 뭔가 2020년은 좀 억울한 게 많다. 한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으면서도 농장도 정리하고, 육아도 본격적으로 하고, 글도 본격적으로 쓰고, 책도 본격적으로 읽고....... 그러고 보니 또 한 게 많다.


2021년은 정말 진정한 의미로, 어떠한 작은 성취에도 자만하지 말고 어떤 작은 깨달음에도 잘난 척하지 않는 "stay hungry, stay foolish" 하면서 겸손과 성실의 미덕을 배워나가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그런 미덕을 배울 수 있게 대박이 나기를 또 소망한다.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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