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하며.
원래는 금요일이었어야 했다.
이제 좀 대전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지고
두 자녀가 모두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다시 글을 쓰고 싶어 졌을 때
아내에게 말했다.
"데드라인이 없으니까 자꾸 글쓰기가 늘어지는 것 같아.
11월이 되면 앞으로 매주 금요일마다 글을 올릴 거야!"
그리고 지금.
지난주 금요일을 놓쳐버리고 이렇게 목요일이 되었다.
어휴.
오늘의 티타임 차
정다형님의 "차의 계절"이라는 책에 나오는,
입동에 어울리는 티 "잉글리시 브랙퍼스트"
(책에는 해로즈사의 제품)를 마시려고 했다.
찬장을 보니 정통 영국 브랜드의 잉글리시 브랙퍼스트는 없었다.
보통 잉글리시 브랙퍼스트가 인도, 스리랑카, 또는 케냐 지역의 찻잎을 블렌딩 하는데 반해
표지사진에 나오는 로네펠트의 잉글리시 브랙퍼스트는 스리랑카 단일 지역이어서 패스
타바론의 NYC 브랙퍼스트는 - 타바론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 뉴요커들이 선호하는
아쌈과 닐기리 찻잎을 블렌딩 했다고 한다.
'나는 영어도 영국식 보다는 미국식으로 하니까'라고 생각하며 타바론의 티백을 깐다.
흔히 바디감이라고 말하는 홍차 특유의 떠름하고 텁텁함이 입가를 가득 채우며
왠지 모르게 모닝커피를 마신 듯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적인 느낌이다.
약간 칼칼함이 느껴지기도 한데 티백에 친절히
Character: Bright, Peppery, Malty, Hearty라고 쓰여있다.
비록 정통 영국식 블렌딩은 아닐지 몰라도 찻잔이 웨지우드니까 만족하기로.
글씨 연습.
내 나이 마흔이 넘어서 다시 글씨 연습을 시작했다.
한글 쓰는 연습을.
아주 못 읽을 만한 악필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렇다고 잘 쓰는 글씨는 더욱 아니다.
요즘 거의 대부분의 업무도 스마트폰 하나면 해결이 되고,
서류도 이메일이나 앱으로 작성이나 제출이 가능하다 보니,
내 글씨에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살았다.
그런데, 아이들이 숙제하는 것을 지켜봐 주다가
도와달라는 아이의 말에 내가 예시로 적어준 글씨를
내 자녀들이 못 읽더라.
사실, 숙제하기 싫어서 읽을 마음이 없었던 거라 믿고는 싶지만
어쨌든, 글씨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딱히 무슨 교재로 하는 것은 아니고,
감명 깊었던 책의 한 구절이나, 드라마나 영화의 대사 등을 받아 적는다.
나에게 글씨 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한 호흡 한 호흡 글자 간의 크기, 균형과 간격을 생각하며
"천천히" 써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유난히 손에 땀이 많은 나는,
그렇게 글씨를 쓰는 동안 종이가 땀에 젖어 울거나
펜으로 쓰면 글씨가 번지거나 하는 경우가 많고
무엇보다 글씨를 오래 쓰다 보면 손이 아프다.
인내와 고행을 하며 여러 가지 생각과 계산이 필요하고
내 신체의 극히 작은 부분까지 조절하며 작성하는 글씨 쓰기가
일종의 수행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글씨를 쓰는 기술보다
천천히 한 획씩 써 내려갈 수 있는
인내심을 먼저 길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럴 때 아내에게 손편지라도 쓸까 싶지만,
봉투를 열었는데 편지만 나오면 실망하지 않을까?
아내는 편지와 함께 다른 것을 기대할 것 같다.
옛날 사람들 초상화와 숫자가 쓰인 초록색, 누런색 종이들...
현금이나 상품권 같은...